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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람이, 토박이가 말아주는 양천구 목동 이야기.txt

들어가며

여기 공부 말고 뭐있냐?(긁?🔥) 

양천구 목동은 SNS에 자주 등장하는 여느 동네처럼 '핫'한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잼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는 동네기도 하죠. 공부 외에는 큰 개성이 없다고 여기실 분도 많을겁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30년 가까이 거주한 토박이 눈에는 어쩐지 몇 가지 특징이 더 보이더라고요 😎. 몰라도 되지만 알아두면 은근 재미있는 목동 이야기, 들으러 가보실래요? 

THIS IS ABOUT

✦ YANGCHEONGGU, MOKDONG ✦

➊ 광장에만 오면 나 목동 키즈가 되

: 목동 학원가에 대한 고찰

‘목동 일진은 가출할 때도 문제집을 들고나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목동은 공부에 진심입니다. 작년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467개 법정동 중 양천구 목동이 강남구 대치동 다음으로 학원이 많은 동네로 순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10년 전 추억을 회상하며 방문한 ^*광장의 풍경은 여전했습니다. 현란한 색상과 굵직한 글씨체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학원 간판, 하교 후 광장으로 또다시 등교(?)하는 학생들. 공교육의 최상위권을 노리는 사교육의 치열한 현장이랄까요? 많고 많던 분식집은 10대 트렌드에 맞춰 마라탕과 탕후루 가게로 변하고, 건물 1층에는 인생네컷과 코인 노래방이 입점해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마치 짜여진 듯 학원 가기 전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로 입가심을 하고요, 학원이 끝나면 인생네컷에 들러 사진을 찍고 코인 노래방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광장: 정식 명칭은 '가온길 가람 광장'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앞단지(1~6단지)에 위치해있으며, 목동 내 대표 학원가로 알려져있다.

목동 앞단지 광장의 모습. 네모 반듯한 건물 외관에 학원 간판이 틈없이 꽉 들어찼다. 학원을 중심으로 병원, 편의점,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다.

혹자는 이 공간을 '가둬놓고 공부만 시키는 닭장'같다고 표현합니다. 자기주도성을 기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죠. 반대로, 학원 수와 유해시설 수가 반비례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학원 들어올 자리도 부족한데 🤨) 만에 하나 생겼다해도 목동 학부모 입김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죠. 때문에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라고 자주 회자되기도 합니다. (필자 역시 이 의견에 크게 동의합니다.) 학생으로서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았달까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원가가 크게 형성된 덕분에 안전한 동네인 건 불변의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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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엄복동의 나라? 엄복동의 동네!

: 목동 자전거 인구에 대한 고찰

목동을 돌아다니면 유독 ‘자전거’ 탄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목동에 처음 놀러온 친구가 “이 동네는 왜 이렇게 자전거가 많냐” 고 물어볼 정도니까요. 목동 자전거 인구의 8할은 학생입니다. 주로 등하교나 학원을 오갈 때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죠. 때문에 학교 앞이나 학원가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자전거 무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에 수반되는 각종 사고입니다. 앞서 소개한 광장에는 양천구 차원에서 전국 최초로 자전거 도난방지 시스템까지 도입했을 정도예요.(🔗) 도난사고 외에 사람과 자전거, 자전거와 자동차끼리의 교통사고도 종종 발생하고요.

(왼쪽부터) 광장 한복판에 놓인 자전거와 중학교 근처 세워진 자전거. 학생이 다니는 길목에는 항상 자전거가 함께한다.

목동에는 왜이렇게 자전거 타는 학생이 많을까요? 먼저 목동의 지역적 특성을 살펴보면 ①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많고, ②아파트 단지가 잘 가꿔졌고, ③주거지 인근에 학원가가 형성돼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1인 가구보다 자녀가 있는 3인 이상의 가족 단위 거주자가 많은 편이죠. 이 자녀들은 커서 학교와 학원에 가게 되고, 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됩니다.(걷는 시간을 아껴 문제집을 1장 더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10분이라도 더 봐야하거든요 🤓.) 물론 자동차로 픽업오는 부모도 있습니다만, 일방통행이 많은 목동에서는 자전거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봤을 때 최적의 이동수단으로 '자전거'가 꼽히지 않았을까요?(물론 어릴 적 자전거 하나쯤은 사줄 만한 동네의 재력도 한몫하겠죠?) 다만 자전거 사고가 더 빈번해지기 전에 안전한 라이딩 습관을 들일 필요는 있습니다. 자전거 폭주족(?)이 되면 곤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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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동네에 방송국 있는 거 나쁘지 엑스

: 방송국 인프라에 대한 고찰

^*SBS와 ^*CBS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바로 두 방송국 모두 목동에 사옥을 두고 있다는 건데요, 동네에 방송국이 있으면 흥미로운 일이 꽤 많습니다. 이를테면 친구 아버지가 SBS PD로 근무하시는 덕에 방송국으로 견학을 다녀왔던 일처럼요! 라디오 부스와 세트장, 뉴스데스크와 분장실까지. 가끔 TV 화면에서나 보던 곳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생경한 기분까지 들었달까요? 로비에서 바라본 내부가 유달리 엄청 크고 웅장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기세에 압도돼 한동안 PD를 꿈꿨던 친구도 있었을 정도였죠. 한번은 SBS 근처 카페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두시탈출 컬투쇼 방청을 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방송국 근처에 있으면 방청오세요!" 라는 DJ의 한마디에 얻어걸린 기회였어요. 목동 사옥으로 촬영 온 런닝맨 팀을 운좋게 본 날도 잊지 못합니다. 1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유느님을 봤거든요!(완전 럭키비키잖앙 🙂🍀.)

*SBS: 대한민국의 지상파 방송사. TY홀딩스 산하 민영방송. 꾸준한 성장 끝에 전국 규모 지상파 방송사로 발전했다.(🔗)

*CBS: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방송이자 최초이며 최대의 종교방송이다.(🔗)

(왼쪽부터) 유재석, 이광수, 개리. 근처 식당에서 밥먹고 나오는 길에 런닝맨 팀을 마주쳤다. 키가 작아서 팔만 뻗은 채 카메라 셔터만 눌러댄 결과, 갤러리에는 이광수가 가득했다는 후문.

하지만 늘 '긍정적으로' 흥미로운 상황만 발생하는 건 아니예요. 방송국이 인근에 있으면 통행이 불편해지는 일도 가끔있는데요, 그 중 가장 큰 불편을 초래했던 건 2016년 신천지 시위(🔗)예요. CBS가 전국 개신교회를 대상으로 '신천지 OUT' 캠페인을 벌였고, 이에 신천지가 반격에 나선건데요. 당시 목동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CBS 앞에 소집된 약 1만 여명의 신천지 신도와 이를 취재하러 온 언론사, 안전을 위해 비치된 경찰, 그리고 동네 주민 모두가 뒤엉킨 현장이었죠. (속으로 신천지 신도 수를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그런데 시위도 아닌데 길이 막혔다? 거의 방송국 촬영일 때가 많습니다. 소위 '촬영 갑질'이라고 하나요? 걸어다니는 길목에 펜스를 두르고, 사진 찍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리도 지릅니다. 관심도 없는 행인에게 애꿎은 화풀이만 하는 격이죠.(방송국놈들!) 이처럼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방송국 근처에 사는 건 여전히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런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인해 인생이 더 풍성해진다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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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반복되는 일방통행은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 목동 일방통행에 대한 고찰

온라인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목동의 유일한(?) 단점, 바로 일방통행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하는 일방통행 표지판이란 😮‍💨. 초행자 입장에서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습니다. 나가고 싶어도, 들어가고 싶어도 길을 모르니 뫼비우스의 띠마냥 계속 돌게 되죠. 사실 답답하긴 목동 토박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로 멀지 않은 거리를 굳이 한바퀴 빙 둘러서 가야하거든요. 하물며 반대 방향 노선의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한 블럭을 건너가야해요.

목동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방통행 표지판. 일방통행 표지판을 어디서 찍어와야할지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일방통행 표지판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도대체 목동은 어쩌다 일방통행이 됐을까요? 목동은 개발 당시 남북을 길게 연결하는 중심축에 주요 시설을 모두 배치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곳 교차로의 혼잡을 줄이고 과도해질 도로 총량에 대비해 일방통행을 조성했죠.(🔗) 하지만 첫 의도와 달리 불편하다는 의견이 상당한데요, 되려 운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심하면 역주행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에요.(몇몇 택시 기사 분은 길이 어렵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한편, 보행자는 건널목에서 한 방향만 신경쓰면 된다는 이점도 있긴 합니다. 괜히 좀 더 안전한 안정감을 준달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주민과 초행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목동의 일방통행. 비록 이미 고착화된 도로를 한 순간에 개선하기는 어렵겠지만 안전과 편리성을 위해 한번쯤 개선될 필요가 느껴집니다.

Editor 신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