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4기

from 슝슝, 골목에서 발견한 마음의 여행지, 여수 독립서점 거기책방다섯

🏠 골목에서 발견한 마음의 여행지, 여수 독립서점 거기책방다섯

이순신광장은 여수를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데요. 여수 해전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지은 상징물과 전망 좋은 해변, 딸기 찹쌀떡과 여수당 바게트 버거를 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로 인해 이곳은 늘 인산인해이죠. 그 덕분에 항상 시끌벅적한 곳이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광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조용한 거리를 만날 수 있어요. 좁은 골목길 사이에서 연노랑 빛 자태를 뽐내며 환하게 거리를 비추고 있는 여수의 독립서점, ‘거기책방다섯’은 광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인 곳이에요😊.

이순신광장 골목 길에 자리잡고 있는 거기 책방 다섯 ⓒ슝슝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책방에 들어가기 전 처음 마주한 문구는 마치 여수를 찾은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덕분에 새로운 여행지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처럼 설렘을 가득 품고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어요. 독립서점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동네 특유의 느낌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책방 지기의 취향과 개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공간이기에, 책방마다 고유의 느낌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묘미라고 할 수 있죠. 거기책방다섯은 묘하게 섞여 있는 따뜻한 우드톤과 쨍한 파란색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요. 책방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파란색 장식 천은 마치 파도처럼 느껴졌어요🌊.

넘실대는 파도를 닮은 책장과 5인 5색 큐레이션 존 ⓒ슝슝

15평 남짓 되어 보이는 작은 공간 안에는 다양한 책들이 알차게 구비되어 있었어요. 책방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5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고른 5인 5색 큐레이션 존이 책방 가운데에서 단연 돋보였고요😎. 수수, 데보라, 서린, 앤, 노노의 책장이라는 이름으로 각 책장마다 운영자의 책에 대한 관점에 따라 큐레이션 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저는『직면하는 마음』과 『로컬의 神』이라는 책을 골랐는데, 공교롭게도 두 책 모두 같은 책장에 있는 책이었어요. 큐레이션의 영향을 바로 여기에서 느끼게 되었죠. 독서모임에서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함께 책방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낭만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한 채 지역민에게는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여행자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책방 지기들의 마음을 책방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기록으로 연결되는 독서 여행자들의 필사 공간 ⓒ슝슝

책방 한편에는 책방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조용히 책이 건네는 메시지에 집중하며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실제로 책방을 다녀가신 분들이 필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고요📝.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하나의 글을 적어내려 가는 일은 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낭만이 아닐까요? 출입문 쪽으로 가면 잠시 머물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만날 수 있는데요. 거기책방다섯에 대한 신문기사와 함께 책방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코너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요.

“책으로 행복한 삶!”

책방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가는 순간까지 따뜻한 문장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문 앞에 적어 놓은 책방 지기의 섬세한 카피가 돋보였어요. 내리쬐는 뙤약볕에 여행지에서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순간, 혹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고요를 느끼고 싶은 순간, 휴무 날인 수요일을 피해 찾아가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