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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째사장, 이제 이 동네 사라진다고! 동네 사람들끼리만 즐긴 노을맛집

^{(아버지께서 찍으신 사진, 노들섬에서 한 컷)}

  요즘 동작구는 재개발로 떠들썩합니다. 조용하던 동네는 이제 공사장 철장 펜스가 도로 양옆을 막고 있고, 큰 덤프트럭들이 다니며 도로 위에 긴 흙 자국을 남기고 다닙니다. 재개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동네 상황을 보니 마음이 조금 복잡합니다. 다 밀어버리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 때 묻은 공간과 오랫동안 함께한 이웃, 동네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흩어져 버릴까 걱정됩니다. 먼저 재개발 된 다른 동네들처럼 말입니다. 

우리 동네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얼마 전 상도동으로 이사 왔습니다. 이삿짐을 옮기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우리만의 산책길 만들기>입니다. 우리가 동네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 저녁밥을 먹고 다 같이 나와 놓쳤던 우리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행복, 그 행복이 추억으로 쌓여 오늘 자랑스럽게 우리 동네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진두지휘에 따라 언덕이 많은 상도동의 골목길들을 탐색하며 처음 듣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동작구가 아버지께서 처음 상경해 살았던 동네라는 것입니다. 노량진에 터전을 잡아 학업을 이어가고, 고시 공부를 하셨던 옛 추억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씀해 주시는데, 흩어졌던 아버지의 청춘을 찾으러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주택 사이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버지께서 '여기다!'하며 외치셨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길을 걷는 데에만 집중하던 저는 아버지의 시선에 따라 왼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우와-!' 낮게 깔린 지붕들이 저 멀리 떨어지는 석양을 향해 가르키는 것 같았습니다. 고요한 한강의 물결, 한강철교 위를 달리는 요란한기차소리, 어둠이 깔린 동네 너머로 반짝이는 빌딩숲...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이곳은 9호선 노들역 바로 앞에 위치한 '동작구 본동'입니다. 본동은 9호선 노들역 바로 앞에 있는 낮은 구릉을 낀 동네입니다. 노량진 교회를 마주보고 동작충효1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금세 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을 '가장 서울 같은 풍경' 이라고 얘기합니다.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와 높은 유리 건물이 모여있는 용산, 모든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 바로 앞 반듯한 주택들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대조가 인상 깊습니다. 몇 년 전 막 상경한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해 준 얘기가 떠오릅니다. '나 고향보다 더 시골 같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그래도 너무 행복해.' 제 친구도 먼 훗날 아이들과 함께 추억의 동네에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을 상상해 봅니다.

  본동의 가장 전망 좋은 곳에 <더한강>카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작 청년카페로 지정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전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한강 야경을 즐기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카페에서 음료 한 잔 테이크아웃 한 뒤 천천히 노들섬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오늘 산책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

  내려 오다 보니 재개발 조합 사무실이 동네 초입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제야 주위에 건설사의 재개발 확정 축하 플래카드가 골목 속속에 나부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검색해 보니 '서울의 베벌리힐즈'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큰 한강뷰 펜트하우스 단지를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막 발견한 산책코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니... 본동을 지나 노들섬 한 바퀴. 이곳은 우리 가족의 단골 산책길이 되었습니다. 언젠간 사라질지 모르는 아름다운 동네를 좀 더 입체적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아버지의 무거운 카메라, 여의도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