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모됴, 마을탐방? 마음탐방! 나를 찾아서.

사회초년생, 첫 회사에서 자발적 퇴사를 했다.

직무 고민으로부터

'어떻게 살고 싶지?'란 생각까지 이어지게 됐다.

기존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삶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간의 회고

타인의 선택을 따라 살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선택은 없었다. 남들이 대학에 가니 나도 갔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게 없다 해도 다들 가고 싶은 학과는 있었다. 나는 대학과 학과 모두 성적 맞춰 지원했다. 꿈 없는 애들 중 가장 꿈 없는 애가 된 것 같았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뭘 해야 하지, 뭐 해 먹고 살지란 생각을 하게 됐다. 큰 욕심 없이 '적당한'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땄고 그 하나로 운 좋게 조기 취업을 했다. 하고 싶은 게 없으니 시간이라도 뒤지지 않으려 했다. 이렇게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면서라도 잘살아 보려 했다.

물 흐르듯 살다.

남을 따라 물 흐르듯 살아왔다. 물 흐르듯, 적고 보니 평탄하게만 살아온 것 같다. 더 좋은 대학의 낙방과 같은 요소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됐지' 하며 바로 인정했던 것 같다. 스스로의 노력을 짓밟는 과소평가는 이때부터 했었나 보다. 기쁜 감정도 제대로 느낀 적이 없는 것 같다. 대학합격부터 취업까지 기뻐해야 할 일에 오롯이 기뻐한 적이 없다. 이렇다 할 실패와 기쁨의 순간이 없다. 그만큼 평탄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필요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어릴 때부터 찾는 사람은 소수라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이 부러웠다. 지금도 꿈을 향해 실패와 성공을 맛보며, 열정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회고의 끝은 후회가 아니다.

헛된 시간을 보낸 것만 같은 후회가 밀려온다. 회고가 후회로 끝나간다. 후회가 시작되면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 얻게 된 걸 생각한다. 그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또한 내 선택이기에, 열심히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성격상 대충하는 건 안 된다. 지금 가진 이점은 이때 다 길러졌으리라.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악바리로 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은 시간이라 생각하려 한다. 고뇌를 할 수 없던 당시로서는 최선의 삶을 살았다 칭찬하고 싶다.

생각이 참 모순적이다. 남을 따라 산 게 후회가 되면서도,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보긴 해야지'란 생각도 든다.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남들을 따라왔다며 후회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는 결혼도 해야만 할 것 같고 아이도 낳아야만 할 것 같을 거다. 그게 인생의 수순인 것 같으니. 때가 되면 다 자의로 하고 싶을 때가 오겠지. 그냥 내 속도로 살아야겠다며 회고를 끝낸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정형화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동안 살아온 물 흐르듯 사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평범한 게 가장 좋다며 잔잔하게 잘 사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다. 나에게 물 흐르듯 산다는 건, 하고 싶은 거 없이 남을 따라가기만 하는 거다. 눈앞의 목표만 해치우고 더 발전하지 않는,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될 것만 같아 두렵다. 대학에 가기 위한 시간, 취직을 위한 시간, 집과 부를 위한 시간··· 정형화된 사회의 시간을 따라가는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첫 취업과 마찬가지로 재취업도 '적당한' 회사를 찾는 나를 마주하게 됐다. 아마 고스펙을 요구하지 않고 경쟁자가 적은 회사겠지. 내가 이렇게 욕심 없는 사람이던가? 취업 준비로 날 갉아먹긴 싫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우리나라 청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하는 감정인 양, 취업 준비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감정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적당한 회사를 찾는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할 수도 있다. 반항이라고 할 수도, 회피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정형화된 시간을 살며 감정마저도 관례처럼 느껴야 하는 게 싫은 거다. 그냥 나는 그렇다.

내 속도로 살기로 했다.

알고리즘으로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인스타에 자기관리, 갓생, 미라클 모닝 등 자기개발 관련 콘텐츠투성이다. 해야만 할 것 같아 따라 한다.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거 해야 하는구나'하며 따라 한다. 회사에 다니며 운동, 경제 공부, 독서, 취미생활 등 많은 걸 하려 했다. 하지 못한 날은 나태하다며 타박한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취하면, 취미활동 같은 어떠한 행위를 하는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면 '잘 잤다!'가 아닌 '아침형 인간 또 실패'하며 시작한다. 일상이 자괴감의 연속이었다. 일상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날이 좋으면 산책하러 나가 만족감을 느끼듯 아주 사소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었다. 어떤 행위를 해도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게 맞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행복이 아닌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안함과 자괴감을 얻는다. 문득, 타인의 욕구를 내 욕구로 착각한 건 아닐지 생각한다. 따라 살다 보니 이제는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욕구를 알고 그 삶에 욕심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일상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아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사회의 속도와 위치 등 남과의 비교를 넣어두고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나의 속도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고뇌의 시간이 감사하다.

타인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겠다, 나를 알아야겠다니.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몰라서 그걸 찾겠다니. 허황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온갖 추상적인 걸 바라는 이 시간이 너무도 고역이었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여느 사회초년생처럼 돈과 경력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복잡하게 살기 싫은데, 머리는 그게 안 되나 보다. 삶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기는 요소가 많은 거라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단 건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내 삶에 애정이 있어 찾아온 시간이라며 달래본다.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또 찾아올 거라 확신한다. 길을 잘 터 보기로 했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시기를 보내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많은 위로를 받은 배우 손석구 님의 말을 담아본다.

나부터 찾아야겠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뭘 해도 할 텐데 하며, 자아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거 할 시간이 아니라며 불안해한다. 하지만 나를 앎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거 먼저 해도 돼. 원래 오래 걸리는 일이야 조급해하지 마.

이게 해결되면 나머지는 와. 늦게 가도 괜찮아."

나를 위한 시작

문답 작성하기.

시간을 가지기로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첫 발판으로 나를 알기 위한 문답을 메모장에 써 내려갔다. 에너지는 어떤지,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 등 성격과 취향을 적는다. 어떤 휴식 방법이 회복력이 좋은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힐링이 되는 활동, 자연히 하게 되는 일, 생각을 잠재우고 정리하는 법(ex: 마을탐방을 밑에서 소개한다) 등 나를 돌보기 위한 문답도 적는다. 이외에도 바꾸고 싶은 면(ex: 실행력과 경계심), 되고 싶은 모습, 장점 등 생각나는 문답은 전부 적어나갔다. 그냥 나를 알기 위해 적어나간 문답이다. 이 문답들로 보다 잘 맞는 방법을 찾으려 시도해 보기도 한다. 나를 알아보려 하는 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정신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문답을 바탕으로 관심사를 파악하고 어떤 활동을 해볼지 결정도 했다. 현재도 여러 활동과 경험을 하면서 문답을 추가로 작성해 나가고 있다.

경험을 위한 준비.

도전과 경험에 동떨어진 사람이다. 적은 에너지와 효율을 위한 계산적인 성격은 실행력을 떨어트린다. 항상 '언젠가 해봐야지' 하며 메모장에 적어뒀다. 나를 모르는 이 상황을 내가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메모장의 취미활동들을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또 이것저것 계산하느라 실행하지 않을까, 타인에게 피해 끼치는 걸 싫어하는 내 성격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서 방문 약속했다. (문답을 통해 생각해 낸 방법이다) 그중 도예에 빠지게 되면서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수경재배 활동도 갔다. 농업 분야인 스마트팜과 퍼머컬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알아보는 중이다. 하나둘 시작하니 연관된 활동들을 하게 된다. 내 관심사와 취향에 대한 윤곽을 보이는 것도 같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만남의 시도조차 힘들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취미생활을 통해 타인과의 만남에 익숙해지려 했다. 중고 거래 앱인 '당근' 내 모임으로 수경재배와 가죽 공예 등 관심 있는 모임도 나가고, 클라이밍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점점 온라인으로 시작되는 만남에 반감이 줄어들고 있다.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 나에게는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현재 진행 중

드디어 경험을 한다.

취미생활을 하며 실행력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수준이 됐고,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다양한 삶을 경험 해보려고 한다. 관심 있는 활동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보는 생각과 시야를 넓히고 싶다. 어떻게 살고 싶지?"란 생각의 해답이 조금은 풀릴 것을 고대하며, 색이 뚜렷한 내가 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배우고 이겨내야 할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거다.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게 정말 힘들다. 참가신청서에는 인스타 아이디 적는 칸이 필수적으로 있다. 비공개 계정을 공개로 바꿔야 했다. 편한 것에서 벗어나야 발전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5월부터는 하동 차밭 지키기, 강릉 웰니스컬니지, 청년마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어떤 걸 얻게 될지 기대가 크다.

많은 연습 중이다.

꽤 많은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루틴과 리추얼로 내게 맞는 하루를 살아가는 연습, 관심 활동을 실행하는 연습, 잘 쉬는 연습,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 사람을 만나는 연습, 감정을 다스리는 연습,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 나를 드러내는 연습, 감정에 솔직한 연습,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연습, 나를 칭찬하는 연습 등 많은 연습을 하며 지내고 있다.

마을탐방? 마음탐방!

생각 정리가 필요하거나 재충전이 필요할 때면 김해 내 작은 마을들을 탐방한다.

마을을 탐방하며 내 마음도 탐방한다.

김해에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김해는 생각보다 더 넓다.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다.

아직 마음탐방을 할 마을이 많이 남아있다. 참 다행이다.

그냥 힐링을 해요.

김해 대동면, 기분좋은 마을탐방의 시작이 된 강아지 / 김해 봉황동, 하트로 보이는 하늘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 @모됴

느긋하게 마을 이곳저곳 곱씹으며 본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기웃대며 구경한다.

강아지, 고양이와 마주치면 귀여운 거 만났다며 럭키다! 하며 사진을 찍는다.

잘 지어진 주택과 집주인의 입맛대로 꾸며진 마당과 밭을 구경한다.

봄의 민들레와 봄까치꽃, 여름의 초록 무성한 풍경, 가을 빛깔의 숲,

겨울의 홍시가 되어가는 감. 사계절을 눈에 담고 느낀다.

마을탐방 사실 별 건 없다.

무해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비워진다.

그냥 힐링을 한다.

혼자만의 탐방에서 얻는 것.

가장 먼저 봄을 알린 봄까치꽃(큰개불알풀)/ 김해 구지봉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청설모 @모됴

나의 선택만으로 펼쳐지는 상황들이 매력적이다. 마주한 갈림길, 택한 길에서 청설모를 만났다. 내 선택으로 만난 운 좋은 장면에 행복을 느낀다. 내 선택엔 좋은 결과를 따를 거란 믿음이 생긴다. 다른 길로 갔으면 어떤 장면을 마주했을까. 그 길에선 그 길 나름의 좋은 장면을 마주했겠지 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아스팔트와 벽에서 자라는 식물, 조금은 특이한 위치에서 마주하는 자연에서 배움을 얻기도 한다. 나를 안다는 건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을을 누비며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간다. 어디서 발을 멈추며 오래 머물렀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색깔과 취향이 뚜렷해진다. 타인에게 오지랖을 부리며 사진을 찍어주는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한다. 바로 앞 목적지를 찾지 못할 때면 생각보다 눈썰미가 없네? 하며 웃음으로 넘기기도 한다. 마을탐방에서는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마주하는 발생하는 상황 하나하나에서 낙관적인 나를 낙천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MBTI에서 사고형 T, 이과 성향을 가졌다. 모든 일에 있어 감성은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려 했다. 타인에게는 특정 감정을 숨기려 하고, 나에게조차도 솔직하지 못하다. 탐방으로 자연을 느끼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돌아와서는 그로 얻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한다.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한다. 선택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르려 한다. 점점 감정에 솔직해지고 있다.

노란빛... 황금빛에 가까운 색의 죽단화 @모됴

예상치 못한 만남.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다. 탐방 중 예상치 못한 만남이 생길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이제는 새로운 만남이 내심 기대된다.

나의 능력이 보잘것없음을 느낄 때 산책을 나섰다. 새로 들어선 건축물에 대해 궁금하다며 한 할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대화의 끝엔 친절한 젊은이라며 위로받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것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음에 되려 위로받는다.

삶의 방향성에 막막함이 들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했다. 책에서 얻기 위해 카페에 방문했다. 젊은이가 드문 시골의 카페라며 한 손님이 관심을 보였다. 읽고 있는 책을 보고는 고민을 간파하셨는지 살아온 발자취를 말해준다. 행운아로 느껴졌다. 설교라 칭하며 내 시간을 방해받은 걸 수도 있다. 어디에서든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 속 필요한 건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좋은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난처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자전거 바퀴가 진흙에 빠지기도, 차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 도움이 크게 필요한 상황에서, 발생한 상황보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걸 안다. 지나치지 않고 주는 관심만으로 든든함을 느낀다. 좋은 사람을 만날 팔자인가 보다 생각하며, 다른 이에게 꼭 베풀겠다 다짐한다.

진례재래시장. 도예를 배우러 오가고 있다. 진례는 도자기 마을로 불린다. @모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