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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Judy,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쓰레기 소각장, 부천아트벙커B39

4월의 어느 봄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남들 일할 때 쉬는 평일 휴무를 어떻게 보내면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 그동안 가봐야지 하고 계획만 했던 '부천아트벙커B39'에 다녀왔습니다. :)
부천아트벙커B39 외관 Copyright ⓒ Judy

✏️부천아트벙커B39? 거긴 어디냐고요?
'부천아트벙커39'는 원래 '쓰레기 소각장'이었어요.
1990년대 초반, 부천은 1기 신도시로 선정되며 대량의 쓰레기를 처리할 시설이 필요했지요. 1992년, 부천 오정구 삼정동 소각장 건설이 확정되었고 1995년부터 가동하며 200톤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했답니다. 그러나 1997년 기준치를 넘은 다이옥신 배출 때문에 '다이옥신 파동'으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생겼고 결국 2010년 가동이 중단되었어요.부천아트벙커B39의 모습(왼쪽)과 예전 쓰레기 소각장 Copyright ⓒ 제주일보

✏️쓰레기소각장, 문화복합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2013년 말까지 소각장 부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역 단체와 주민들은 고민하였고, 철거를 앞두던 소각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2018년 6월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39'로 문을 열었죠. 그리고 다시 추가 리모델링으로 2013년 새롭게 재개관했답니다. 전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아닌 기존 시설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것은 소각장으로서의 과거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닌 아픈 기억과 교훈을 잊지 않고 안고 가며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 되기 위해서라고 해요.
현재 이곳에서는 다양한 예술작가들의 전시와 공연,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 교육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가수 BTS의 L 브랜드 화보 영상, 영화 '승리호'와 '길복순'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쓰였답니다.
BTS 화보 Copyright ⓒ 루이비통 공식 SNS

✏️ 쓰린 역사를 뒤로 한 공간 속으로
벙커의 모든 공간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새로운 용도로 쓰이고 있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어 갤러리'는 대리석 타일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화된 야외공간으로 과거에는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로가 있던 공간이에요. 1층에서 올려다볼 때는 공연장과 같은 웅장한 느낌이 가득했다면, 2층에서 내려다볼 때는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산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화보의 한 장면 같았던 '유인송풍실'이에요. 이 공간은 소각과 정화 과정을 거쳐 깨끗해진 배기가스를 굴뚝으로 외부에 보내는데 사용되던 곳이에요. 화려한 네온 사이로 당장이라도 패션모델이 앉아 포즈를 취할 것 같아요.
3층에는 'Re.boot 아트벙커 B39 아카이브 전'이 진행 중이에요. 역사가 담긴 물건과 영상으로 삼정동 소각장의 과거와 아트벙커로의 재탄생 과정을 보실 수 있답니다.
(좌)에어갤러리, (우)유인송풍실 Copyright ⓒ Judy

✏️'부천아트벙커39'와 비슷한 곳이 있어요!
영국 런던의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되었고, 독일의 졸페라인 탄광은 문화시설로, 일 구라시키의 오랜 방직공장은 호텔, 이누지마에서는 구리 제련소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답니다.
이런 공간들을 '문화 재생공간'이라고 해요. 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산업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던 공장이나 항만 창고 등의 산업시설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기능을 잃었어요. 방치된 산업시설은 흉물이 되어 도시경관을 해치는 골칫거리가 되자 원래의 용도와는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시설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런 흐름이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으로 이어졌어요. 제초장을 미술관으로, 오래된 기차 역사나 석유비축 기지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볼 수 있지요.
영국 런던의 테이트미술관 Copyright ⓒ 매일일보

✏️더 알려지길, 더 많아지길
'부천아트벙커B39'는 넓은 전시 공간에도 불구하고 전시가 가득하진 않았어요. 제가 방문한 날도 전시가 없기 때문인지 관람객은 저뿐인 데다, 폐건물의 느낌이 남아있어서 혼자 방문한 저는 깊은 곳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었어요. 꼭 폐공장에 혼자 들어온 기분이어서 조심스러웠거든요. 조용한 관람도 좋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건물이 조금 외롭게 느껴져 아쉬웠어요.
지자체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문화공간이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속상하더라고요. 이곳도 아직 재개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겠죠? 앞으로 다양한 전시와 공연, 그리고 교육을 만나보며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