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그림, 서울 말고는 처음인데요.

서울살이 33년.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 말고 다른 곳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보금자리도 직장도 서울을 떠나서는 그려본 적이 없다. 

"연구소, 파주로 이전합니다."

"네? 파주요?"

그렇게 나는 '파주'로 출근하는 반 파주인이 되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빼곡한 도로, 강변북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내는 경적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약 50km를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낮아지는 풍경 너머로 오늘의 날씨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하늘이 푸르구나.' '개나리가 피었네.'

(왼) 서울의 아침 (오) 파주의 아침

열심히 달려 도착한 파주는 조용하고 잔잔한 듯 바쁘다. 고요한 풍경이 펼쳐지다가 공장이 불쑥 나타나고, 잔잔한 도로 위를 높은 트럭들이 빠르게 달린다. 밤이 되면, 파주는 진짜(?) 밤이 된다. 낮과 밤이 같은 소리를 내는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고요함과 어둠이 그대로 느껴진다. 퇴근 시간이 되면 '앗싸! 집에 간다!'도 잠시다. '깜깜하다. 무서워.' 첫 출근부터 지금까지 밤이 되면 무서운 건 여전하지만 '무서운 게 아니라 원래 이런 어둠이 자연스러운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운전대를 잡는다. 

22시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