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출장 다마수  

용이 살았던 곳으로 떠나용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예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가지의 동물 신, ‘십이지신(十二支神)’으로 매해를 표현하는 풍습이죠. (정확히는 십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과 십이지가 함께 순환해요.)

이러한 문화는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어요. 다만, 나라마다 열두 가지의 동물이 조금씩 달라진답니다. 네팔의 십이간지는 토끼 대신 고양이, 용 대신 독수리, 돼지 대신 사슴, 닭 대신 새가 포함된대요.( l|l⚆ᗝ⚆)

또, 태어난 해의 이름에 담긴 동물을 활용해 ‘띠’라고 부르기도 하죠. 옛날부터 띠는 사람들의 심장에 숨어있는 동물이라고도 불렀대요. 그래서 띠별로 성격과 기질을 타고난다고도 생각했어요. 지금의 MBTI처럼요. 아시다시피 올해는 용의 해🐉 용띠생들은 넓은 그릇을 타고났대요. 강직하고 단호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외향적이고 자연을 사랑해서 여행가, 언변가에 딱 맞고요. (주변의 용띠를 떠올려보세요, 맞나요?!) 용은 십이간지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로, 우리 조상들은 비와 구름, 바람을 다스리는 신성한 힘이 있는 동물이라고 믿어왔어요. 그래서인지, 용은 지명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동물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 동물이 들어간 지명은 약 4,110개인데, 이 중 30%가 넘는 약 1,260개의 지명에 용이 들어간대요🤭) 아마도 그 땅에 용의 기운이 가득했던 거겠죠? 오늘 다마수에는 전국에 남아있는 용의 흔적들을 모아왔어요. 영험한 기운 듬뿍 받아 가세용!

🐲 [경주] 감포해변 문무대왕릉, 용이 될 테다!

경주에 있는 ‘능’이라니, 둥글게 솟은 흙무덤을 생각하셨다면 오산! 문무대왕릉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수중릉이에요. 바닷속 바위에 왕을 기리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유적이랍니다. 아니 어쩌다, 문무대왕은 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되었을까요? 삼국을 통일하여 통일신라의 문을 연 문무대왕은 죽어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대요. ‘나의 유골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  아들인 신문왕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동해 한가운데 있는 바위섬을 깎아 못을 만들고, 유해를 바위 안쪽에 뿌렸어요. 그리고 문무대왕릉 근처에 ‘감은사’라는 절을 세웠는데요, 법당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는 수로를 파 용이 된 문무대왕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어요.

🐲 [속초] 청초호와 영랑호, 우리 만나게 해주세요

아주 먼 옛날 속초에는 황룡과 청룡, 두 마리의 용이 살았어요. 이 둘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속초의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었고, 이에 하늘은 크게 감동하여 용들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허락했어요. “용의 입에 문 여의주를 들고 달빛의 정기를 받게 되면 하늘길이 열리며 승천하게 되리라!” 두 마리 용은 밤을 지새우며 승천할 날을 기다렸어요. 그러나 용의 여의주를 탐내던 이무기 한 마리가 황룡의 여의주를 몰래 훔치게 되고, 이 사실을 몰랐던 청룡은 홀로 승천하여, 황룡만 홀로 지상에 남게 되었죠. 황룡은 청룡을 그리워하며 매일 슬프게 울었고 그 눈물이 고여 영랑호가 되었답니다. 승천한 청룡도 황룡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 눈물은 청초호가 되었죠. 이 사연을 알게 된 속초 사람들은 하늘에 청룡과 황룡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 청했고, 하늘은 “청초호의 밤을 밝히면 하늘길이 열리리라!” 라고 답하죠. 이후 속초에서는 매년 1월, 청초호에 불을 피워놓고 하늘길이 열려 청룡과 황룡이 만나길 소망했다고 해요.

문무대왕릉  ⓒ울산신문  /  영랑호  ⓒ한겨레신문

🐲 [대구] 용연사, 용이 한을 품으면~

대구 비슬산에는 용연지라는 큰 연못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가뭄 한 번 걱정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외적이 쳐들어왔어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청년 일곱 명이 전투에 나서 적을 소탕했지만, 모두 용연지에서 전사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용연지의 물이 마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일곱 청년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자, 연못에는 다시 물이 차올랐고 용연지에 일곱 마리의 어린 용이 나타나 위기 때마다 마을을 구해주었대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일곱 용은 서로 먼저 승천하고 싶다며 싸웠고 결국 세 마리는 승천하지 못했어요. 이후 마을에는 흉년과 전염병이 돌았고 주민들은 용왕에게 이를 해결해달라 빌었죠. 용왕은 남은 세 마리의 용을 죽였고 마을 사람들은 죽은 용들을 기리기 위한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바로 용연사예요. 지금도 용연사에서는 매년 단오쯤이면, 용왕제를 성대히 거행하고 있대요. 

*용연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교 건축물을 뜻해요.

🐲 [고흥] 용암마을, 승천에도 도움닫기는 필요해

이 마을에는 활을 잘 쏘는 류시인이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그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계곡에서 두 마리 용이 싸울 때 한 마리의 용을 죽이지 않으면 마을에 큰 불운이 닥칠 것이다!” 라고 경고했대요. 그런데 정말 계곡에 청룡과 흑룡 두 마리가 서로 승천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류시인이 흑룡에게 활을 쏘아 청룡이 이기도록 돕자, 청룡은 바로 앞에 놓인 바위를 딛고 승천했대요. 그 바위가 용암마을의 용바위인데요. 약 120m의 바위산 절벽에 용이 훑고 간 자국을 볼 수 있어요. 그 꼭대기에는 멋진 황금색 용 조형물이 있답니다. 해가 떠오를 때 방문하면 마치 용이 입에 여의주를 물은 듯한 사진도 남길 수 있으니, 해돋이로 가길 추천해요.

용연사  ⓒ매일신문  /  용암마을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