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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유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의 산책

봄은 안온한 날씨에 옷차림도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계절이죠.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노래 가사처럼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들이 이어져요. 가을과 더불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탓에 늘 아쉬움으로 가득한 채 봄을 떠나보내곤 했는데요. 올봄은 달랐어요. 마스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만큼 아쉬워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봄의 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하려고 애썼거든요. 그 덕분에 올해는 내년을 기약하며 봄을 순순히 보내줄 수 있었답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봄과 우리의 사이를 멀어지게 해도, 자전거 타기와 산책을 사랑하는 저에게 봄은 싫어하기 참 힘든 계절이에요. 아침이나 저녁에 적당히 선선한 바람을 쐬면서 걷는 것도, 점심을 먹고 적당히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며 걷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심지어 비가 내려도 산책은 멈추지 않아요. 장대비처럼 거세지 않고 조용히 내릴 때가 많아, 비 오는 날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걷는 봄 산책의 특권을 놓칠 수 없거든요.

비 오는 날의 산책길(좌), 따릉이와 함께(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날씨가 좋아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여행 떠나기를 주저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이럴 때 울적해지는 마음을 달래준 것도 산책이었답니다. 바쁜 일상에서 동네를 산책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데, 봄에는 날씨와 풍경까지 도와주니 더 좋았어요. “이래도 안 나올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봄 날씨가 집을 좋아하는 저를 자꾸만 밖으로 끌어냈어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놓치기 아쉬워서 평소보다 자연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불광천을 산책할 때,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큰 다리가 아니면 돌로 된 징검다리를 잘 건너지 않아요. 그날따라 제가 걷는 쪽에 사람이 붐비는 것 같아 반대쪽으로 건너갔는데요. 그러다 우연히 물고기 암각화를 만났어요. 붕어빵이 여전히 생각나던 때라 ‘이게 왜 여기에 있지? 근데 너 되게 귀엽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봤더니 무려 2007년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작업했던 작품이더라고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과 작가들이 함께 생태탐험을 진행하고, 거기에 참여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조각가가 돌에 새긴 거래요. 응암역에서 증산교까지 100개의 암각화를 새겼다고 하니 앞으로 좀 더 용기를 내 징검다리를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에요.

나를 밖으로 불러낸 벚꽃(좌), 징검다리 계단에 새겨진 물고기 암각화(우)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꽃과 나무, 벽돌 건물에 비치는 햇살 등 여러 사진을 남기는 것도 봄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의 하나인데요.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도서관을 향해 지도 없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출발했다가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서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 그 와중에 마주한 풍경이 맘에 들어서 연신 사진을 찍다가 문득 길치인 제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면 믿어지세요? 예상치 못한 선물이 더 기쁜 법이잖아요.

괜스레 싱숭생숭해지는 날에는 나가서 산책하는 걸 추천해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이미 산책은 시작됐거든요.

🎧봄날 산책 플레이리스트🎧 

Something Good - 자우림

Happy Birthday To you - 조이 (JOY)

Walking on sunshine - 사야 (SAya)

YOLO - 스텔라장 (Stella Jang)

예감 좋은 날 - 럼블피쉬

아틀란티스 소녀 (Atlantis Princess) - 보아 (BoA)

상상 (Beyond My Dreams) - 선우정아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 - 이상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이진아

진달래 - 참솜

산책 중에 마주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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