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유나, 나의 로컬 은평

오랜 기간 만난 친구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주제가 있는데요. 바로 “우리가 어떻게, 어쩌다가 친해지게 됐지?”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레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그 당시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게 특히 잘 통했는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수다가 끊이질 않아요. 그러다 결론은 “아, 이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만나나 봐.”가 되곤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과의 관계,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이 동네에 정을 붙이며 살기 시작했는지, 어떤 점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은평구와 더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로 했습니다.
2021년 12월, 꿈에 그리던 독립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무언가에 메여있지 않은 상태라 서울이라면 어떤 동네든 상관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무작정 집을 보러 다닐 순 없었기에 그동안 살아왔던 동네에서 좋았던 점을 되짚어 봤어요. 걷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산책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산도, 공원도 모두 좋아하는 장소였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였어요. 매일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제법 다양한 생물을 구경하거나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시끌벅적함보다는 한적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외부인들이 많이 찾는 한강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 하천이 더 좋았어요. 그래서 우선 하천이 있는 동네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조건은 서울의 동남권 지역인 본가와 너무 가깝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부모님의 도움을 최대한 적게 받으면서 독립적인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었던 나름의 포부가 담긴 조건이에요. 그 당시에는 가까워서 자주 왕래할 수 있으면 독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사랑했던 공간들, 창곡천(좌) 올림픽공원(우)
두 조건을 가지고 동네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다 보니 은평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은평구는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운 동네였어요. 대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은평구에 살았었거든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막차 시간에 쫓기며 집에 서둘러 가야 했던 저와 달리, 상대적으로 학교와 가까이에 사는 친구들은 여유로웠고, 같이 귀가해도 방향이 정반대였죠. 가끔 그들끼리 동네에서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멀어서 가지는 못하고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도 나네요. 친구 동네를 놀러 가기 시작하면서 은평구는 부러움의 대상에서 차차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이 되어갔어요. 시간이 너무 늦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가게 된 날, 늦게까지 동네에서 술을 마시고 걸었던 불광천과 그 너머로 보이던 달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렇게 불광천의 끝자락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였고, 12월 15일은 제게 독립 기념일이 되었답니다.






은평구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불광천
#자취 #독립 #처음 #시작 #부러움 #익숙함 #살기좋은곳 #산책
로컬 에디터 1기
from 유나, 나의 로컬 은평
오랜 기간 만난 친구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주제가 있는데요. 바로 “우리가 어떻게, 어쩌다가 친해지게 됐지?”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레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그 당시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게 특히 잘 통했는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수다가 끊이질 않아요. 그러다 결론은 “아, 이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만나나 봐.”가 되곤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과의 관계,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이 동네에 정을 붙이며 살기 시작했는지, 어떤 점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은평구와 더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로 했습니다.
2021년 12월, 꿈에 그리던 독립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무언가에 메여있지 않은 상태라 서울이라면 어떤 동네든 상관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무작정 집을 보러 다닐 순 없었기에 그동안 살아왔던 동네에서 좋았던 점을 되짚어 봤어요. 걷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산책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산도, 공원도 모두 좋아하는 장소였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였어요. 매일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제법 다양한 생물을 구경하거나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시끌벅적함보다는 한적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외부인들이 많이 찾는 한강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 하천이 더 좋았어요. 그래서 우선 하천이 있는 동네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조건은 서울의 동남권 지역인 본가와 너무 가깝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부모님의 도움을 최대한 적게 받으면서 독립적인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었던 나름의 포부가 담긴 조건이에요. 그 당시에는 가까워서 자주 왕래할 수 있으면 독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사랑했던 공간들, 창곡천(좌) 올림픽공원(우)
두 조건을 가지고 동네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다 보니 은평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은평구는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운 동네였어요. 대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동아리 사람들이 모두 은평구에 살았었거든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막차 시간에 쫓기며 집에 서둘러 가야 했던 저와 달리, 상대적으로 학교와 가까이에 사는 친구들은 여유로웠고, 같이 귀가해도 방향이 정반대였죠. 가끔 그들끼리 동네에서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멀어서 가지는 못하고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도 나네요. 친구 동네를 놀러 가기 시작하면서 은평구는 부러움의 대상에서 차차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이 되어갔어요. 시간이 너무 늦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가게 된 날, 늦게까지 동네에서 술을 마시고 걸었던 불광천과 그 너머로 보이던 달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렇게 불광천의 끝자락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였고, 12월 15일은 제게 독립 기념일이 되었답니다.
은평구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불광천
#자취 #독립 #처음 #시작 #부러움 #익숙함 #살기좋은곳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