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장소 리뷰
봄날의 광주에서 즐기는 아트 투어
광주 출장을 준비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어요. 어디에 가면 좋을까? 광주는 호남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이지만 여행지로는 딱 떠오르는 것이 없는 도시. 그래도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기억이 있어요. 널찍한 공간 속 적절하게 잘 배치된 전시를 보고 난 뒤 다시 광주송정역에서 KTX를 탔었죠. ‘광주’보단 ‘비엔날레’가 주인공이었던 거예요. 이번 기회에 다시 광주를 조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가기엔 KTX가 제격이지만, 서울 강서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기도 한답니다. 광주는 특이하게 공항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무엇을 선택하든 지하철로 주요 시설이 잘 연결된 게 좋아요. 생각보다 광주는 매력적이랍니다.
뷰폴리에서 내려다본 ACC ©️탐방
걷기 좋은 금남로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광주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예요.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대중컨벤션센터 그리고 민간 갤러리까지 포함하면 하루 이틀로 소화하기 어렵죠. 하지만 여러 이유로 딱 하루가 허락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 안내하는 '하루 걷기 여행 코스'를 밟아주세요. 금남로를 따라 많은 예술 공간이 위치합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폴리(folly),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 그리고 끝에는 아시아 문화전당이 있어요. 끝나고 나선 연남동을 연상케 하는 동리단길에서 밥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해요.
폴리투어
폴리(folly)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건축 수업을 들었던 분들에겐 익숙할 수도 있어요. 폴리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해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오래된 정원 속에 생뚱맞게 서 있는 건물들을 기억할 텐데 바로 그런 것들이죠. 시간이 흘러 폴리도 변화했어요. 현대적 의미의 폴리는 프랑스 라빌레뜨 공원에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가 설치한 35개 건축구조물이 시작이에요. 오래전 귀족들이 즐기던 폴리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변화한 것이죠.
광주폴리는 쇠퇴를 겪고 있는 광주광역시 구도심의 도시재생을 위해서 시작됐어요. 2011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의논이 시작됐고, 2013년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발전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점에 따라 광주폴리는 ①~④로 구분돼요. ①역사의 복원, ②인권과 공공공간, ③도시의 일상성-맛과 멋, ④무등의 빛이란 주제로 총 31개가 광주 곳곳에 설치되었어요. 제가 여행한 금남로 주변엔 역사의 복원(11개) 작품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모두 방문할 수 있는데요. 네모난 옛 광주 도성길을 따라 작품이 놓인 것이라 길 찾기도 어렵지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도미니크 페로의 열린 공간이란 작품이에요. 커다란 노란색 구조물이 주는 임팩트가 크거든요. 후안 헤레로스의 소통의 오두막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도 좋아요.
광주폴리 (좌) 열린 장벽, (중) 열린 공간, (우) 소통의 오두막 ©️탐방
전일빌딩과 뷰폴리
폴리를 보며 한참을 걸었다면 잠시 쉬어갈 타이밍이에요. 높은 곳에서 멍때리는 것만 한 게 없죠. 금남로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는 2곳이에요. 첫 번째로 소개할 전일빌딩245는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에요. 건물 곳곳에 당시 총격에 따른 탄환 자국이 남아있는 가슴 아픈 현장이기도 합니다. 광주에 왔으니,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시를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해요. 옥상에 오르면 옛 전남도청과 구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광주 구도심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멀리 펼쳐진 무등산이 웅장해 보입니다.
두 번째는 뷰폴리예요. 폴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뷰폴리는 전일빌딩에서 멀지 않게 옛 전남도청 뒤쪽에 위치해요. ‘CHANGE’라는 문구가 강렬한 설치물로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있어요. 건물 밖에 폴리 출입구가 별도로 있지만 잠겨 있을 때가 있어요. 그땐 당황하지 말고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답니다. 옥상엔 핫핑크로 된 요란한 구조물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았어요. 뭐니 뭐니 해도 거대한 ACC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았습니다. 전일빌딩에선 ACC가 잘 보이지 않거든요.
(좌) 전일빌딩, (중) 뷰폴리 옥상공간, (우) 뷰폴리 전경 ©️탐방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걷기 여행의 종착지는 ACC입니다. 안내센터로 진입하면 탁 트인 실내 공간이 있어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어서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쪽에는 무료 짐 보관함이 있어요. 가방 좀 무겁다면 ACC에 먼저 들러서 짐을 보관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습니다. 상설 전시는 전시관의 이름처럼 여러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주제로 해요. 중앙아시아를 주제로 한 ‘마나스의 길’은 다소 생소하지만, 유목민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어요. 마나스는 키르기즈 민족의 영웅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장군처럼 존경받는 인물이에요.
ACC 상설전시관 ©️탐방
‘나의 음악 나의 조국’이라는 전시는 음악가 정추를 그렸어요.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선 김일성 우성화를 반대한 탓에 소비에트연방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굴곡진 운명을 살았죠. 조국을 그리워한 음악가의 일생을 한 공간에서 음악, 영상, 사진, 악보들을 따라 볼 수 있어요. ACC에서도 전시 공간 구조가 독특한 복합전시 2관에서는 ‘사유 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를 볼 수 있어요. 아시아 고유의 사상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전시는 몽환적인 조형물부터 강렬한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금남로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 ACC까지 감상하니 저녁 6시가 되었습니다. 거리에 펼쳐진 폴리부터, 끊임없이 전시가 펼쳐지는 ACC까지 광주 여행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어요. 거리가 널찍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이 너무 좋았답니다. 예술문화 전시를 좋아하거나 한적한 뚜벅이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광주에서 즐기는 하루 여행 코스를 추천해요.
장소│장소 리뷰
봄날의 광주에서 즐기는 아트 투어
광주 출장을 준비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어요. 어디에 가면 좋을까? 광주는 호남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이지만 여행지로는 딱 떠오르는 것이 없는 도시. 그래도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기억이 있어요. 널찍한 공간 속 적절하게 잘 배치된 전시를 보고 난 뒤 다시 광주송정역에서 KTX를 탔었죠. ‘광주’보단 ‘비엔날레’가 주인공이었던 거예요. 이번 기회에 다시 광주를 조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가기엔 KTX가 제격이지만, 서울 강서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기도 한답니다. 광주는 특이하게 공항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무엇을 선택하든 지하철로 주요 시설이 잘 연결된 게 좋아요. 생각보다 광주는 매력적이랍니다.
뷰폴리에서 내려다본 ACC ©️탐방
걷기 좋은 금남로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광주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예요.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대중컨벤션센터 그리고 민간 갤러리까지 포함하면 하루 이틀로 소화하기 어렵죠. 하지만 여러 이유로 딱 하루가 허락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 안내하는 '하루 걷기 여행 코스'를 밟아주세요. 금남로를 따라 많은 예술 공간이 위치합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폴리(folly),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 그리고 끝에는 아시아 문화전당이 있어요. 끝나고 나선 연남동을 연상케 하는 동리단길에서 밥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해요.
폴리투어
폴리(folly)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건축 수업을 들었던 분들에겐 익숙할 수도 있어요. 폴리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해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오래된 정원 속에 생뚱맞게 서 있는 건물들을 기억할 텐데 바로 그런 것들이죠. 시간이 흘러 폴리도 변화했어요. 현대적 의미의 폴리는 프랑스 라빌레뜨 공원에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가 설치한 35개 건축구조물이 시작이에요. 오래전 귀족들이 즐기던 폴리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변화한 것이죠.
광주폴리는 쇠퇴를 겪고 있는 광주광역시 구도심의 도시재생을 위해서 시작됐어요. 2011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의논이 시작됐고, 2013년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발전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점에 따라 광주폴리는 ①~④로 구분돼요. ①역사의 복원, ②인권과 공공공간, ③도시의 일상성-맛과 멋, ④무등의 빛이란 주제로 총 31개가 광주 곳곳에 설치되었어요. 제가 여행한 금남로 주변엔 역사의 복원(11개) 작품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모두 방문할 수 있는데요. 네모난 옛 광주 도성길을 따라 작품이 놓인 것이라 길 찾기도 어렵지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도미니크 페로의 열린 공간이란 작품이에요. 커다란 노란색 구조물이 주는 임팩트가 크거든요. 후안 헤레로스의 소통의 오두막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도 좋아요.
광주폴리 (좌) 열린 장벽, (중) 열린 공간, (우) 소통의 오두막 ©️탐방
전일빌딩과 뷰폴리
폴리를 보며 한참을 걸었다면 잠시 쉬어갈 타이밍이에요. 높은 곳에서 멍때리는 것만 한 게 없죠. 금남로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는 2곳이에요. 첫 번째로 소개할 전일빌딩245는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에요. 건물 곳곳에 당시 총격에 따른 탄환 자국이 남아있는 가슴 아픈 현장이기도 합니다. 광주에 왔으니,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시를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해요. 옥상에 오르면 옛 전남도청과 구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광주 구도심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멀리 펼쳐진 무등산이 웅장해 보입니다.
두 번째는 뷰폴리예요. 폴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뷰폴리는 전일빌딩에서 멀지 않게 옛 전남도청 뒤쪽에 위치해요. ‘CHANGE’라는 문구가 강렬한 설치물로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있어요. 건물 밖에 폴리 출입구가 별도로 있지만 잠겨 있을 때가 있어요. 그땐 당황하지 말고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답니다. 옥상엔 핫핑크로 된 요란한 구조물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았어요. 뭐니 뭐니 해도 거대한 ACC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았습니다. 전일빌딩에선 ACC가 잘 보이지 않거든요.
(좌) 전일빌딩, (중) 뷰폴리 옥상공간, (우) 뷰폴리 전경 ©️탐방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걷기 여행의 종착지는 ACC입니다. 안내센터로 진입하면 탁 트인 실내 공간이 있어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어서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쪽에는 무료 짐 보관함이 있어요. 가방 좀 무겁다면 ACC에 먼저 들러서 짐을 보관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습니다. 상설 전시는 전시관의 이름처럼 여러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주제로 해요. 중앙아시아를 주제로 한 ‘마나스의 길’은 다소 생소하지만, 유목민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어요. 마나스는 키르기즈 민족의 영웅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장군처럼 존경받는 인물이에요.
ACC 상설전시관 ©️탐방
‘나의 음악 나의 조국’이라는 전시는 음악가 정추를 그렸어요.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선 김일성 우성화를 반대한 탓에 소비에트연방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굴곡진 운명을 살았죠. 조국을 그리워한 음악가의 일생을 한 공간에서 음악, 영상, 사진, 악보들을 따라 볼 수 있어요. ACC에서도 전시 공간 구조가 독특한 복합전시 2관에서는 ‘사유 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를 볼 수 있어요. 아시아 고유의 사상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전시는 몽환적인 조형물부터 강렬한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금남로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 ACC까지 감상하니 저녁 6시가 되었습니다. 거리에 펼쳐진 폴리부터, 끊임없이 전시가 펼쳐지는 ACC까지 광주 여행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어요. 거리가 널찍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이 너무 좋았답니다. 예술문화 전시를 좋아하거나 한적한 뚜벅이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광주에서 즐기는 하루 여행 코스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