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 걸어서, 그랜드투어 2/2

  문화전시  

피크닉 |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전시 2/2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리뷰는 총 2편으로 업로드됩니다.
👉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 걸어서, 그랜드투어 1/2 



• 전시 |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 장소 | 피크닉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 가격 | 성인 18,000원 / 청소년·어린이 15,000원

• 관람 시간 | 화-일(월요일 정기휴무) / 10:00 - 18:00 (입장 마감 오후 5시)

• 전시 기간 | 2022. 10. 21 - 2023. 02. 19



창 밖의 세상, 한 폭의 정원


병산서원 Ⓒ탐방


비봉슈퍼, 2017 / 이미경 Ⓒ탐방


정겨운 분위기로 변하는 코너 Ⓒ탐방 


바다와 섬을 지나 코너를 도니 작은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정겨운 느낌입니다. 병산서원의 풍경을 직접 감상하는 듯한 사진과 영상, 시골을 여행하며 마주한 점방(가게) 그림, 바닥에 깔린 진짜 흙과 실제처럼 둥글게 세워진 나무 모양의 천까지 모두 ‘국내여행’의 느낌을 물씬 주는 것 같습니다.


북촌댁의 사랑방 Ⓒ탐방 


광주 흰벽당, 2022 / 윤광준 Ⓒ탐방


“밖에서 안을 보는 관광객의 시선으론 우리 정원의 묘미를 알지 못한다.
작은 정자밖에 없어 시시하다는 오해는, 주인의 입장에서 밖을 보지 못한 데서 온다.
커다란 산조차 정자의 기둥 사이로 끌어들이는,
이토록 스케일이 큰 시야가 펼쳐지는 정원을 세상 어디서도 본 적 없다.”

- 윤광준



차경(借景)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정원 밖의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기법입니다. 창을 창이 아니라 액자로 본 것이죠. 옛 조상들은 정원을 인공적으로 꾸미지 않고 창밖으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을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라보는 입장만 바꿨을 뿐인데 이토록 아름답다니요. 국내여행은 어쩌면 가장 ‘주인’다운 입장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풍경을 제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지 않을까요?



도시의 주인, 걷는 사람


1916-1917년 조선의 주요 45개 도시를 대상으로 일본 육지측량부에서 발행한 축척 1만분지 1 지형도 군산, 목포, 대구 Ⓒ탐방 


도시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닌 ‘걷는 사람’이라는 것. 개항과 더불어 성장한 목포와 군산, 철도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대구 구도심은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된 대표적인 근대 도시다. (중략) 원도심의 여백을 활용한 새로운 공간, 다양한 용도로 거듭난 옛 건물, 걷는 호흡에 최적화된 골목들이 조화를 이룬다. ‘걷는 사람’에게 도시의 인간적 매력을 툭툭 안긴다. 세 도시는 다시 ‘생동’중이다. 

- 전시 설명 중



일반인 이모씨의 일일, 2015-2022 / 이준식 Ⓒ탐방


쇠락한 근대 도시의 원도심들은 국내여행자, ‘걷는 사람’과 함께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합니다. 근대 도시로 발전한 군산, 목포, 대구는 이제 ‘걷는 사람’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준식 작가가 기록한 대구는 옛 거리와 대도시가 아슬아슬 평화로이 공존하고 있었죠. 2주 전 대구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을 때는 마주하지 못했던 옛 거리의 풍경이 새롭기만 하네요. 다음번에는 걷는 여행자로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다를 수 있는 장소


10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말은 대개 다음의 둘 중 하나를 뜻했다. ‘금강산 유람’과 ‘서울 구경.’ 걸어 다니는 것이 가장 유효한 교통수단이었고 대부분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했으니, 금강산이나 서울은 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꿈의 지명이었다. 

- 전시 설명 중



 금강내산, 1747 / 정선 Ⓒ탐방


조선의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에게 금강산은 영원한 찬미의 대상이었다고 해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다를 수 없는 장소를 우리는 모두 그리워하고 있죠. 그런데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추억의 대상으로 금강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금강산 관광이 가능했던 시절 그곳을 방문한 등산객들이에요. aboutdmz 매거진 세 번째 시리즈 <리바이브 고성>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올랐던 금강산에 대한 생생한 추억이 실려 있어요.


aboutdmz 리바이브고성 Ⓒ탐방


금강산의 찬란한 풍경을 잠시 상상해 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랜드 투어 전시를 마무리해갑니다. Ⓒ탐방


카페 피크닉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국내여행 그랜드 투어 전시를 마무리해갑니다. 추운 날씨를 견디며 피크닉 전시장에 도착해서 커피로 몸을 녹이기까지의 여정도 하나의 국내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보태보태 병’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조금만 더 보태면 더 나은 걸 경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 때문에 계획한 것보다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에 쓰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어릴 적 저에게 국내여행은 이 ‘보태보태 병’을 부르는 여행지였어요. ‘조금만 더 보태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텐데.’ ‘한 번 가는 여행 해외로 가야지.’ 

국내에도 해외만큼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가득했는데 왜 몰랐을까요?


국내여행의 매력은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에 대해 알아가는 만큼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니 말이죠. 걸어서, 혹은 자전거나 자동차, 버스나 기차를 타고 떠난 여행지는 익숙한 동네여도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다음 여행은 전시를 보며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들로 계획을 세워볼까 합니다. 목적 없이 거리를 걷는 일정과, 이동할 때 창밖 풍경 감상까지 포함해서요.



epilogue : 방방곡곡


이대로 떠나기는 아쉽습니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쇼핑이죠. 지하로 내려가서 숍 피크닉을 방문했습니다.


전국의 특색 있는 샵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 ‘방방곡곡’ Ⓒ탐방


숍 피크닉은 국내 여행 전시에 맞춰 전국의 특색 있는 샵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 ‘방방곡곡’을 오픈했어요. 모듈러 가구 브랜드 빌드웰러(@builddweller)가 방방곡곡에서 소개될 8개의 스토어 공간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2주에 한 번씩 변화하는 팝업스토어는 국내 방방곡곡에 자리한 작은 상점들을 피크닉으로 옮겨옵니다.


방방곡곡에서 선보였던 강릉의 오어즈 Ⓒ피크닉


방문하지 못한 팝업스토어가 궁금해서 SNS에 들어가 봅니다. 반가운 이름이 보이네요. 방방곡곡이 소개한 두 번째 소품 가게는 탐방이 지난해 여름방학 특집에서 소개한 강릉의 오어즈입니다. 빌드웰러가 기획한 오어즈 팝업스토어의 모습이 색다르고 매력적이네요.


winter piknic market Ⓒ탐방


제가 방문했을 때는 네 번째 팝업스토어 ‘winter piknic market’이 한창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특별한 국내 소품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입구에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것을 보니 금세 아쉬움이 사라집니다.


스노우글로브 Ⓒ탐방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스노우 글로브예요. 작은 사이즈라 선물용으로도 참 좋아 보입니다. Original Vienna Snowglobe는 1990년대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스노우글로브 브랜드라고 해요. 유리볼 속에 알프스 산의 맑은 물과 가벼운 눈 입자가 들어있다고 하니 더 특별해 보여요.


리사이클링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 굿즈 Ⓒ탐방


크리스마스에도 리사이클링과 지속가능성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 같아요. 기념일에는 포장지와 장식들로 인해 쓰레기가 많이 나오게 되죠. SEOSEW(사진1)는 리사이클링 방식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핸드워크 기반의 브랜드예요. 날이 추워서인지 포근해 보이는 실내화가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 옆의 MEB(사진2)는 버려진 조각, 직조 후 남은 실과 양모를 켜켜이 쌓아 만든 화분 커버입니다. 화분 커버라니 참 독특하지 않나요? 인테리어를 위해 화분을 새로 사서 분갈이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지니, 불필요한 쓰레기도 줄이고 수고도 덜 수 있는 좋은 아이템입니다. 식집사 탐방러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Goodmother Syndrome Ⓒ탐방


중앙에 걸린 색색의 양말들도 눈에 띕니다. 다양한 색상의 양말을 높은 퀄리티로 생산하는 레그웨어 브랜드라네요. 양말을 신다 보면 꼭 한 쪽만 사라지거나 구멍이 나는 경우 있지 않나요? Goodmother Syndrome은 그러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서 양말을 반 켤레씩 판매하기도 한답니다. 아깝게 버려지는 양말도 아끼고, 상생할 수 있는 센스 있는 판매 방식이에요.


크리스마스 인센스 스모커 Ⓒ탐방


하나같이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있는 목각 인형들. 알고 보니 그냥 인형이 아니라 인센스 스모커였습니다. 독일의 목각 장난감으로 ‘연기 내는 사람’을 뜻하는 인센스 스모커는 ‘향대 인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불을 붙인 인센스 콘을 몸통에 넣으면 입 부분을 통해 연기가 피어오른다니, 재미있는 상품이지 않나요?


볼거리가 다양해 눈이 즐거운 숍 피크닉 Ⓒ탐방


이 외에도 볼거리는 다양합니다. 숍 피크닉의 한 쪽 공간이 크리스마스 브랜드로 가득 차 있었죠. 작은 목각 인형들과 트리 모양의 포스터, 계절에 맞는 따뜻한 털 모자와 장갑들까지. 선물용으로도, 개인 소장용으로도 사고 싶은 물건이 가득했어요.


국내여행 전시의 굿즈도 만날 수 있다. Ⓒ탐방


팝업스토어 공간을 벗어나면 국내여행 전시의 굿즈들과 숍피크닉에서 큐레이션한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배낭과 양말, 카라비너에 망원경까지. 등산 준비를 숍피크닉에서 전부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pick, 우표 컷 마스킹테이프 Ⓒ탐방


제가 pick한 첫 번째 전시 굿즈는 김근원 작가의 작품 다섯 가지로 만든 우표 컷 마스킹 테이프입니다. 다이어리에 전시 후기를 쓰거나 엽서, 편지에 붙이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아 보였거든요.


두 번째 pick, 색연필 세트 Ⓒ탐방


두 번째 pick은 색연필 세트입니다. 계단에서 마주했던 호상근 작가의 작품은 여행지에서 전시 관람자들에게 보내는 엽서 같았죠. 그림에는 자신이 없지만,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때 한 번쯤 꺼내서 끄적이기 좋은 작은 사이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엽서와 도서가 진열되어 있다. Ⓒ탐방


벽면에는 가볍게 구매하기 좋은 국내여행 엽서와 전시에서 소개된 작가들의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네요. 입말 음식을 구매하려다 카메라와 가방으로 짐이 무거워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다음번엔 가볍게 방문해서 무겁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숍피크닉에서 만난 오두제 Ⓒ탐방


또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머들레터, 머들북, 그리고 머들 크레용까지. 탐방이 만났던 또 다른 인연이죠. 지솔님의 제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두제입니다. 숍피크닉에 멋지게 진열된 모습을 보니 괜히 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이것저것 열심히 둘러봤지만 오늘도 역시 전시 엽서만 세 장을 구매해서 나왔습니다. 전시와 팝업스토어의 리플렛, 카페 피크닉에서 챙겨온 종이 코스터까지. 한 손 가득 쥔 종이 뭉치는 오늘 다이어리에 붙여볼까 해요.

개장 시간에 맞춰서 부지런히 관람을 시작했는데, 숍피크닉까지 보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시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시장을 걷다 보면 유독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던 다리가 멀쩡합니다. 여행한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오늘의 저는 그랜드투어를 멋지게 마무리한 ‘걷는 사람’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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