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면 ‘조금 벌고 적게 쓰는 라이프’가 가능하다는데, 정말인가요?

 사람로컬복덕방 

일곱 번째 손님 : 꾸이맨


복덕방의 진짜 뜻 알고 있나요? 복 복(福), 큰 덕(德), 방 방(房)- 말 그대로 복과 덕을 나누는 방이에요. 큰 복과 덕을 얻을 수 있는 집을 구한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옛날에는 거처를 구하는 일이 연륜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복덕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삶의 지혜나 가르침, 마음의 안정 등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마치 사랑방처럼요.


2024 로컬복덕방은 탐방러들의 이야기를 구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에요. 여러분의 고민을 탐방에 남겨주시면, 탐방레터에서 담기고 한 주 동안 많은 탐방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다음 탐방레터에 공유할게요. 집단지성- 머리를 모으면, 생각지도 못한 지혜와 응원, 위로, 복과 덕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일곱 번째 손님, 꾸이맨

❝ 사십 대 초반, 조기퇴직을 고민하고 있어요. 귀촌하면 ‘조금 벌고 적게 쓰는 라이프’가 가능하다는데, 정말인가요? ❞


😀 꾸이맨 (수원 거주, 당진 출생, 17년 차 생산직)

  • 식품 공장에서 생산 관리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년도 보장되고 회사도 안정적이지만, 한 5년 전부터 주말이나 새벽 할 것 없이 배송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주말 및 초과근무가 많이 잦아졌어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가 중학생인데, 4년 뒤 대학에 가면 조기퇴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아내와 하고 있어요.


😔 꾸이맨의 고민 

  • 몇 년 전부터 귀촌 후 직업을 고민해 왔어요. 공장에서 기계를 오래 만졌다 보니, 스마트팜 같은 곳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나 아무리 봐도 수입이 지금 대비 50~70%로 줄어들 것 같아요. 다만, (초기 정착비용을 제외하고) 시골에서는 ‘조금 벌고 적게 쓰면’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도 직접 경험자한테 들은 건 아니라 정말 그런지 궁금해요.
  • 도시든 시골이든 결국 은퇴할 날이 오고 그때부터 20~30년은 더 살아가야 하는데, 도시에서는 퇴직한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시골로 내려가 시골에 적응하는 것도 인생 2막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작게라도 저의 농장을 갖는 꿈이 생겨났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꾸이맨님에게 답장이 도착했어요.

많은 탐방러들이 꾸이맨님에게 답장을 보내왔어요. 최근 도시를 떠나 농어촌에서 인생 2막을 계획하는 분이 많은데요. 귀촌 생활은 일상에 여유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지만 덩달아 수입이 줄어들 것 같아 망설여져요. 여기에 대해서 많은 탐방러가 꾸이맨의 고민에 공감하는 답장을 보내왔어요. 그중에서 오늘은 제주러, 둥이맘 님의 답장을 공유할게요. (답장의 내용은 탐방이 일부 수정, 발췌하였어요.)



💌  지금부터 적게 쓰는 연습을 해야해요.

‘조금 벌어 적게 쓰기’는 이제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서울 물가는 비싸고 지방의 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했었는데요. 이제는 유통망 발달로 전국이 거의 같은 생활권이 되다 보니 물가도 비슷해졌어요. 또 서울의 집을 팔면 지방에서 집과 함께 작은 카페 등 창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방 집값도 많이 올랐어요. 더 이상 집값의 시세차익으로 창업자본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졌어요.

반면에 지방으로 오게 되면 대중교통, 병원 인프라, 물류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자차 이용이 필수이고, 기름값이 많이 들죠.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택배비 추가 요금이 붙고요. 만약 시골의 폐가를 리모델링한다면 또 그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요. 결국 ‘조금 벌어 적게 쓰면’이라는 명제가 가능해지려면 서울에서부터 ‘적게 쓰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자녀가 있을 땐 "적게 쓰는" 연습이 어렵죠. 온 가족이 함께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가계부를 적으면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하고 귀촌을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탐방레터에 질문을 남기신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달살이나 2박3일 주말여행을 활용해 귀촌하려는 지역들을 탐방하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전 처음에 제주도 시골에서 살아볼까? 생각하고 3박4일을 지내보았는데요. 너무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와, 이곳에서 평생 살지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도심지역으로 옮겼거든요. 여행 올 때는 한적하고 자연 풍경이 좋은 곳이 좋지만, 거주한다고 생각하고 동네를 둘러보니까 보이는 것이 달라지더라고요.

from, 🤠 제주러 탐방러
(제주에 사는 10년차 출판업자)



💌  교육비와 식비가 줄었어요.

귀촌 1년 차입니다. 쌍둥이 초등학교 2학년생 아이들의 엄마이자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맘입니다. 수년 전 아이들이 세상에 오기 전 귀촌을 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현실적인 조건을 많이 고려해서 귀촌한지라 생각보다 낭만은 덜 합니다만... 꾸이맨님이 기대하시는 것처럼 도시에서보다 덜 쓰는 것은 확실합니다.

가장 큰 비중으로 감소한 것은 교육비! 어린이들이지만 수영, 미술, 태권도 각종 방문교사… 쌍둥이라 곱하기 2를 하면 교육비만 월 100만 원 이상 지출했어요. 하지만 시골에서는 물리적 거리상 사교육을 포기하고 학교 방과후 학교를 기본적으로 듣게 되죠. 게다가 전라남도는 달마다 10만 원씩 교육비를 지원해 주어서 주말 수영은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네요.

두 번째 큰 비중으로 감소한 것은 식비! 도시에서는 워킹맘이란 핑계로 밥할 시간이 부족하다, 하며 하루건너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다 보니 지출이 엄청났습니다만... 시골에선 배달이 불가 할뿐더러, 7시 전에 식당 문이 모두 닫아 집밥이 필수입니다.

귀촌하며 주택구입에 투자한 비용을, 이런 방식으로 절약하며 잘 감내하고 있습니다. 근무 형태도 재택근무로 돌렸어요. 그만큼 덜 벌긴 하지만, 직장 스트레스도 덩달아 줄어든 셈이니 삶의 질은 나아졌습니다. 결론은, 시골 생활이 덜 쓰고 덜 번다!!

from, 🤠 둥이맘 탐방러
(화순에 사는 워킹맘)



✍️ 탐방의 참견

제주러와 둥이맘 탐방러는 지역살이 경제의 다른 면을 말해주었어요. 정리하자면, 주택가격이나 물가 등 기본 생활비는 이제 서울과 비슷하나, 교육비나 식비는 서울보다 줄었다는 것이죠. 1~2인 가구보다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 같아요! ദ്ദി˶ˆ꒳ˆ˵)


꾸이맨님에게 도움이 될 귀농·귀촌 소득/생활비 통계를 소개할게요. 꾸이맨의 지역살이를 응원합니다. (농림부 2022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 소득은 귀농·귀촌 첫해보다 5년 차가 되었을 때, 귀농은 41.4%(3,206만 원), 귀촌은 14.9%(3,521만 원)가 증가했어요.
  • 월평균 생활비는 귀농 183만 원, 귀촌 216만 원으로 귀농·귀촌 전과 비교해 각각 30.9%, 16.3%가 감소했어요.
  • 귀농 준비기간은 평균 24.5개월이 소요되었고 귀촌은 15.7개월로 나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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