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익산 | 김애림(로잇스페이스)

 인터뷰 ep.59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장소, 전통시장이에요. 현지 감성을 느끼기는 이보다 좋은 게 없거든요. 여기에서 잘 나는 음식, 이곳 사람들이 자주 사는 물건,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 특히 이른 아침 시장은 지역 주민의 일상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마치 로컬 블랙홀?🌀 맑은 아침 공기와 함께 사람들과 시장을 누비고 나면 정말 현지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오늘의 주인공, 애림님은 전통시장의 공간과 사람, 기억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비마이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같은 이름의 로컬 편집숍, 비마이크를 운영하죠. 시장과 시장 사이, 붉은 상점. 익산의 비마이크에 다녀왔어요.


시장과 시장 사이, 비마이크 ©탐방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소개했어요.


로컬 전통시장 매거진 ‘비마이크’를 발간하며, 같은 이름의 로컬 편집숍 ‘비마이크’를 운영하고 있어요. 2022년에 고향으로 내려오며 시작한, 메이드 인 익산(made.in.iksan) 인스타그램 채널이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3년 차 기업이 되었어요. 작년부터는 대전에서도 활동을 시작해 익산과 대전을 오가고 있죠.

익산과 대전이 잘 매칭이 안 될 수 있지만,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20살부터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거든요.(웃음) 이후에 서울에서도 있었지만, 익산으로 다시 돌아온 이후 서울보다 가까운 대전과 더 깊게 이어지더라고요. 대전에서 활동하시는 다양한 팀들이 “대전에서도 활동하면 안 돼?”라는 제안을 해주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대전에도 자리를 잡았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실제로, 대전으로 확장한 뒤 저희는 더 큰 커뮤니티를 얻었고 일로도 성장하였어요.


익산과 대전을 오가며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애림님 ©탐방


혼자보단 함께. 익산에서 체득한 교훈이에요. 고향에 돌아왔을 때 저는 대학원을 갓 졸업한 상태였어요.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맨몸.(웃음) 있는 것이라고는 젊음과 체력뿐이었죠. 마땅한 카메라도 없어서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었어요. 무작정 익산을 돌아다니며,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SNS로 소개하기 시작했죠. 그게 바로, ‘메이드 인 익산’이에요. 사람들을 소개하다 보니 우호적인 관계가 쌓이더라고요. ‘이 사람은 동네 사람을 소개하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니까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저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공동 대표님도 인스타그램 DM으로 만난 사이랍니다.(웃음) 긍정적인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주신 분에게는 항상 감사 인사를 드려요. 이후에 차 한잔을 하며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죠. 급할 건 없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업의 시점이 오더라고요.


SNS에서 매거진까지. '메이드 인 익산' ©탐방



우리 동네를 바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시, 굿즈, 매거진, 동네 행사, 공간 운영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활동은 우리 동네의 다양성을 만들기 위함이죠. 도시는 하드웨어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소프트웨어가 기반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고 다양해지는 거죠.

이런 신념을 갖게 된 건, 대학원에서의 경험이 커요. 사실, 도시공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설계사무소나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학교에서 참여한 한 프로젝트가 저를 변화시켰어요.(웃음) 전국에 있는 마을 호텔을 조사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연구생마다 담당한 지역이 있었어요. 저는 ‘공주’를 맡아, 퍼즐랩 권오상 대표님을 취재했었죠. 당시는 퍼즐랩이 청년마을에 선정되기 전이었고 한옥 게스트하우스인 봉황재로 이름을 알리고 계시는 시점이었어요. 가서 경험한 공주의 제민천, 그리고 권오상 대표님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어요. ‘동네를 직접 바꾸어가는 1명.’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또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목격한 거였죠.

그리고 떠오른 건 우리 동네, 익산이었죠. 저도 동네를 바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지방 도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고향, 익산이 아닐 이유는 없었죠.


 

우리 도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 비마이크  ©탐방 


로컬 편집숍, 비마이크는 ‘우리 도시 제품 상점’이에요. 우리 도시에서 나는 제품과 우리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만든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소개하는 공간이죠. 그래서 책도 있고, 마룡이*도 있고, 지역 술도 있죠. 가끔은 비마이크를 기념품 상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상관없어요. 오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언어로 해석하면 되는 거죠.

*마룡은 익산 관광브랜드 캐릭터예요. 서동이 용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서동설화에서 착안했으며, 관공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답니다. 익산시는 마룡 캐릭터를 활용한 유튜브와 SNS 홍보, 관광기념품 및 상징물 제작 등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요. 

모임도 운영해요. 동네에서 취향을 찾으려면 시간과 돈이 꽤 많이 들잖아요. 또, 지방에서 아쉬운 게 한정된 라이프스타일이거든요. 밥 먹고 카페 가는 거 말고, 일상에서 새로운 재미,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하게 진행해 보고 있어요. 처음 진행한 모임은 함께 둘러앉아 여러 지역 술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고, 브랜드를 깊게 들여다보는 와인 모임, 커피 취향 찾기, 기록할 수 있는 필사 모임도 했어요.

이번 달에는 인문학 강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강사님은 필사 모임원이에요. 필사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하시고,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서로 알아가죠. 알고 보니 인문학 박사님이시더라고요. 강의 부탁을 드렸죠. 혼자보다는 함께!(웃음)


동네 가게를 탐구하며 나만의 커피 취향을 쌓아요.  ©로잇스페이스


로컬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올해, 제 나이가 29살이거든요. 만약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취직했다면, 아주 작은 프로젝트의 서브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에 내려오니 하고 싶은 일을 굉장히 주체적으로 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이게 지역살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뭐 경쟁자가 덜하니 여기로 오세요~’라기보다는 일거리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역량을 갖고 있다면 로컬은 그 역량이 굉장히 잘 드러날 수 있는 곳인 거죠. 탐방 인터뷰도, 제가 익산에서 동네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웃음) 


로컬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탐방



문득, 우리 동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애림님을 만나고 오는 길, 동네의 곳곳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작은 상점, 유리창의 휴가 공지, 전봇대의 광고까지. ‘여기 사장님 휴가 길게 가시네?’, ‘이 상점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주민센터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문화 수업이 있구나?.’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동네도 꽤 재밌더라고요. 역시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우리 일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어요. 탐방러님도, 동네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산책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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