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로컬 쓰기  

from 모됴, 파머투비(FARMER-TO-BE),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고싶어요.

프로슈머 플랫폼 '파머투비(FARMER-TO-BE)' 

: 지역 농업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업하다.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데에 빠진 요즘, 알고리즘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올라온 한 프로젝트를 발견했어요. '하동 차밭 지키기 프로젝트 by 파머투비', 프로젝트 소개를 읽어보니 직접 찻잎을 따고 무게만큼 용돈을 벌어가는 거래요. 처음 보는 참신한 방식의 프로젝트에 참여 욕구가 끓어올랐고 바로 후원했어요.

"어느 날, 훌쩍, 가볍게 하동으로 오세요."

'찻잎도 따고 관광도 해야지!' 부푼 마음을 안고 초록 무성한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반나절 동안 찻잎 따는 법을 배우고 직접 따보았어요. 함께 식사도 하며 브랜드를 향한 대표님의 애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 참여하게 된 찻잎 따기, 파머투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지역농업을 만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파머투비 대표님, 로컬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탐방러를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파머투비입니다. '농부가 될'이라는 의미로 네이밍했어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취지로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우리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 인력이 부족해요. 농지의 유휴화는 가속화되고 있죠.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가격결정권이 유통에 다 몰려 있어요. 생산 농가는 생산품에 대한 제값을 받지 못하고 풍년이어도 힘들죠. 가격결정권을 어느 정도 생산자가 가져야 해요. 파머투비는 지역농업에서 지속 가능한 생산이 되길 바라요.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업하여 지역 농업을 지키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농업 프로슈머 플랫폼 브랜드입니다.

*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소비자라는 뜻입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업하는 운영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기존의 생산자, 소비자 협동조합 같은 생산자 또는 소비자 중심의 방식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지역농업 시스템의 시도입니다. 파머투비와 협업을 맺은 농가(이번 프로젝트의 한밭제다)의 생산에, 파머투비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프로슈머로서 참여하게 됩니다. 제품 생산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셈인 거죠. 예를 들어 차밭 관리비 펀딩으로 생산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찻잎 따기로 생산에 직접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렇게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업하여 생산할 수 있습니다.

참가 시 받은 굿즈 티셔츠에 새가 그려져 있었어요. 로고의 의미가 있나요?

여름 철새 후투티에요.  파머투비 설립 회의 중이던 겨울의 어느 날, 창밖으로 후투티를 보게 됐어요.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지 않고 유난히 따뜻했던 하동에 머물러 있었나 봐요. 철새가 텃새화되는 걸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거죠. 기후 위기로 농업도 힘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기후 위기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후투티처럼, 우리 농업도 기후 위기에 잘 적응했으면 해요. 지역 농업에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후투티 로고로 새겼습니다.

파머투비 브랜드로고 후투티 ©파머투비

차밭 지키기에 참여합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협업 농가로 하동지역의 차밭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문제는 하동지역 차 농업도 비켜 갈 수 없었어요. 하동 내 유휴화된 차밭은 50% 이상이에요. 20년 뒤에는 차밭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있어요. 하동의 차밭과 지역문화를 지키고자 했어요.

차 농가에는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네 번의 봄이 찾아와요. 올해는 비가 자주 오고 기온이 올라 찻잎이 빨리 자랐죠. 찻잎을 딸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그에 반해 일손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차밭 지키기에 많은 참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고정적으로 찻잎을 따는 분들도 필요하기도 하죠.

봄 시즌 첫 프로젝트인 차밭 지키기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채엽 시기에 맞춰, 우전 기간인 4월 15일에 시작해 대작 기간인 5월25일까지 진행합니다. 차밭 지키기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찻잎 따기에 참여하는 거예요. 찻잎을 딴 무게만큼 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 구애가 없어 부담 없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찻잎 따기에 참여하여 만들어진 녹차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경영비 상승으로 인한 차밭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이에요. 세 번째는 전체적인 제다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따온 찻잎은 무게를 재고, 무게만큼 정산을 받아요. ©모됴

찻잎 따기 전문 인력이 아니기에 상품 질이 떨어지지는 않나요? 농가에서 싫어하지 않을까 우려가 돼요.

오히려 참여자분들이 상품성 있는 찻잎을 따오세요. 찻 잎의 종류와 따는 시기에 따라 찻잎을 따는 방법이 달라져요. 따는 법을 알려드리면 찻잎을 가려내는 과정이 발생하지 않게 따와 주세요.

1창 2기의 돌돌 말려있는 찻잎을 따야 합니다. 덖을 때 찻잎의 일부만 타지도 익지도 않고 고루 익을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비슷한 길이의 찻잎을 따야 해요. 처음엔 따야 할 찻잎이 잘 보이지 않아 신중하다가, 조금씩 속도가 붙더라고요. 그만큼 품질이 좋은 녹차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1창 2기의 녹찻잎을 딴다. 왼쪽 잎 순서대로 1기 1창 2기. ©모됴

찻잎을 직접 따고 보니, 차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듣기만 하던 농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친환경 밭에서 직접 찻잎을 따고서 느끼게 돼요. 안전성과 우수성 그 가치를 직접 수확하고, 일한 만큼 돈으로 받으면서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어요. 직접 참여하고 나면 차가 비싸다고 하던 분들도 싸다고 해요. 합당한 가격이라 생각하게 되죠. 생산자를 이해할 수 있고 소비자로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게 돼요.

자연을 마주하고, 사람과 연결돼요.

저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주로 어떤 이유로 차밭을 찾아오시나요?

체험과 경험을 위해 오시기도 하지만 힐링을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치유농업의 한 종류로 보면 돼요. 도시와 직장 등 각자의 스트레스를 하동 초록 풍경을 보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가세요. 체험하러 왔다가 치유가 된다며 장기간 참여하고 계신 분도 계세요.

찻잎 따기가 진행되는 야생차밭과 한밭제다의 일부 전경 ©모됴

프로젝트의 주 타겟층이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도 앞으로의 프로젝트도 20대, 30대 청년층이 주타겟이에요. 지금의 청년층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세대이기에 타인과 네트워크 형성을 하는 걸 싫어하기도 선뜻하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힘들면 혼자 앓고 혼자 위로해요. 뭐든 혼자 생활하는 게 익숙해 보여요. 참 사회적인 문제가 커요. 청년 고독사가 높은 나라라니요. 파머투비를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할 수 있는 플랫폼 삼아, 공통의 주제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로 이해해 주고 위로도 받고 가길 바라요. 차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좋은 매개는 좋은 관계를 만들죠. 차밭에 와서 차라는 좋은 매개로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해요.

참여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었어요. ©파머투비 

앞으로의 파머투비에 대해 알려주세요.

다음 프로젝트도 기대가 돼요. 예정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다면 농가 섭외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주의 유기농 노지 감귤밭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에요. 현재는 밭만 섭외가 된 상황입니다. 우리 농업에서 유지 보존을 해야 할 가치를 보고 섭외를 했어요. 인위적으로 산지를 깎아 농지를 만들지 않았고,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친환경적이에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가치를 보고 섭외했어요. 점차 전국의 전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파머투비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많은 참여로 지속 가능한 생산이 가능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파머투비는 현재 파일럿 단계로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단계별로 운영하고 있어요. 최대한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역 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업으로 지속 가능한 플랫폼과 지역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예요. 우리 파머투비가 지역 농업에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각을 비우며 온전히 찻잎을 따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로 얻는 배움도 많았답니다. 파머투비 참가자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아, 관광은 뒤로한채 한밭제다에 머물러 있었어요. 좋은 매개로 좋은 관계를 맺길 바란다던 대표님의 바람대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어요. 다양한 이들의 삶을 엿보기도하고 고민을 나누며 응원과 위로를 받기도 했죠. 많은 청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