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횬, 느리더라도 함께, 향기를 만드는 브랜드 링크앤라이프 릴리

노인에게 ‘일자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목적은 '노인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익 활동, 일자리, 재능 나눔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지원하여 노인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024년에는 총 103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년 대비 14만 7,000명 확대된 규모로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라고 해요. 물론 예산도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링크앤라이프 릴리>는 햇수로 5년째, 도시재생 지역인 천안 남산마을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향기 브랜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유형 구분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죠. 이 모델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그 소중한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노년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 인터뷰로 들어가기 전, 배경지식 쌓기!

노인 일자리 사업 유형은 (1) 공익 활동형 (2) 사회 서비스형 (3) 시장형으로 나뉩니다. 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성을 갖추기 위함입니다. 일자리 사업 참여 조건은 만 65세 이상(시장형 60세), 기준 중위 소득 150% 이하,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이어야 합니다.

* 공익 활동형 :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노인들이 공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일자리
* 사회 서비스형 :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에서 노인들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
* 시장(민간)형 : 기업이나 단체에서 노인들이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일자리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시작

© 링크앤라이프 릴리

안녕하세요, <링크앤라이프 릴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고령자 분들과 (이하 어머님) 향기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저희는 원래 이제 디자인 회사였고 천안 남산마을 도시 재생 사업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머님들을 만나게 됐어요. 도시재생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환경을 개선하거나 제도를 바꾸면 해결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노인의 여가 생활과 일자리는 그렇지 않았어요. 천안시 일자리 복지센터가 있지만,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하고 선착순이거나 면접을 봐야 할 만큼 경쟁률이 높거든요.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없는 상황인 거죠. 이 상황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다가 어떻게 향기 브랜드로 이어졌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미술, 꽃꽂이, 실크 스크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이 활동을 지속해서 작품 개발이 되거나 전시를 하는 등...조금 더 생산적인 방향을 추구했어요. 그냥 한 번 하고 가는 취미생활이 아니라 계속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었죠.

최근에도 로컬스티치에서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어요! ©amazing.aging

계속 확장 가능성을 찾던 와중에 천안시 마을 공간을 위탁 운영할 기관을 뽑았고 저희가 선정돼서 그때부터 공방을 시작하게 됐어요. 마침, 저희도 향기 브랜드라는 아이디어를 꾸준히 키워오고 있었고 '어머님들하고 충분히 같이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지역에서 노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목적, 향기 브랜드는 수단이 된 거죠. 

지역 사회에서 릴리의 역할

<링크앤라이프 릴리>가 어머님들에게 어떤 존재이기를 바라시나요? 릴리의 활동을 보며, 마을 고령자분들이 케어의 영역으로 들어서기 전까지 여가 시간과 관계 맺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은 저희 멤버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함께 살았거든요. 기억해 보면 되게 심심해하셨어요. 그러니까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시는 거예요. 그게 되게 기억에 많이 남았거든요. 이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마을 공방에 오는 것이 노동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방에 마실 나가듯,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50분마다 10분의 휴식 시간이 있어요! 스트레칭하시는 중 🙆©amazing.aging

그래도 천안 남산마을의 어머님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신 분들이 많으세요. 알고 봤니 커뮤니티 생활을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해 오셨더라고요. 서로 아플 때 케어를 해준다거나 무엇이든 같이하는 소그룹들이 잘 형성되어 있었어요. 편찮으시면 친구 집에 가서 주무시고 대신 자녀분들한테 전화해 주시고요.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유지된 커뮤니티에 조금 더 활기를 드리고 지속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그러다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적인 케어를 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고령자분들의 삶을 즐겁고 활기차게 할 수 있는 예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일'로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인 일자리 모델을 운영하며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고령자들과 함께하는 일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령 친화적인 기획 노하우라고 할까요. 

첫 번째로, 고령자분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전담으로 맡는 사람이 필요해요. 현재 저희 매니저님도 할머니랑 되게 오래 사셨어요. 그래서 어머님들을 대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전에 계셨던 매니저님은 사회복지 전공이었어요. 소통 능력을 이미 갖추고 계셨던 거죠. 어머님들과 지속해서 무언가를 해나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이에요.

📍 매니저님과 어머님들이 함께하는 작업 현장 영상으로 보러 가기!

두 번째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제조 분야라면 유리할 것 같아요. 

릴리는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연령에 상관없이 작업이 다 가능하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어요. 절대적으로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분야를 고르면 어머님들과 연습하고 노력해서 전문성을 키우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며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려해야 할 것은 연령에 따른 차이보다, 개인에 따른 역량 차이가 커요. 만약 노인 일자리 작업을 표준화시킨다면 인지 능력이나 신체 능력으로 그룹을 나누어야 할 거예요. 그래서 제품 개발을 할 때 어머님들과 함께 할 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를 먼저 파악했어요. 처음에는 캔들 제품만 했었는데 캔들 면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제품이라 하자율이 높다 보니 조금 더 공정이 단순하거나 쉬운 제품으로 확장해 나가고 현재는 디퓨저나 샤쉐 제품을 늘려나가고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선물로 받은 샤쉐 . 향이 엄청 좋아요 😍©amazing.aging

마지막으로, 고령자 분들과 로컬 이해관계자들이 여러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저희도 한 분 한 분 연락드리는 작업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 사업을 홍보하거나 모집할 때 아무래도 전화가 익숙하시니까, 일일이 다 전화를 드려야 되거든요. 그렇게 몇 년의 노력이 쌓였기 때문에 저희가 이 마을에서 브랜드를 한다고 했을 때 어르신들과 마을 분들이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업에 집중하고 계시는 매니저님과 어머님들을 조용히 찍어봤어요 :)  ©amazing.aging

빌드업 과정부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방식도 좋아요. 어머님들은 몇십 년을 살아오신 정이 있잖아요. 저희가 그런 걸 알았으니까, 사실은 별걱정 없이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거를 왜 해" "안돼"가 아니라 "해보지 뭐"라고 해주시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때 시너지가 나요. 저희도 맨날 칭찬도 듣고 꾸중도 들어가면서 하고 있어요. ☺

📍 대표님과의 인터뷰 생생한 영상으로 보러 가기

인터뷰가 끝나고 대표님과 고령자분들에게 앞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봤어요. 공통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일이 계속되려면 제품 판매, 마케팅, B2B 제품 수주 등 현실적으로 이뤄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문득, 우리가 환경을 지키고자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모습이 겹쳐졌어요. 이왕 제품을 구매하고 손작업이 필요한 제작을 의뢰할 것이라면, 더 많은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고령친화적인 소비를 고려해 볼 수 있겠죠. 물론 제품의 품질이 지켜진다는 가정 하에요. 그런 면에서 제품 디자인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머님들과 연습하고 노력하는 링크앤라이프 릴리를 응원하게 됩니다 :) 

 인터뷰/글 : amazing aging (횬)
사진 : amazing aging (횬), 링크앤라이프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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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한, 특히 멋져버리는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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