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모모, 속초라서 좋아

누구나 '속초'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다와 설악산일 것 같아요. 혹은 어떤 세대에게는 수복지구, 아바이마을, 수학여행지, 닭강정 등이 있겠지요. 저에게는 속초의 호수, 영랑호가 마음의 쉼터 같은 곳이에요. 대학교에 다닐 때에도, 서울에서 일하다가도 갑갑한 마음이 들면 문득 영랑호가 생각나서 속초행 버스표를 끊곤 했어요. 영랑호가 좋아서 속초로 떠났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죠. 그때 속초 토박이 민주와 친구가 됐습니다. 저는 결국 속초를 떠났지만, 오랜만에 민주를 만나 속초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속초시민 민주 ⓒ메아리

메아리  속초에서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민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할머니 댁에서 속초해수욕장이 걸어서 5분 거리였어요. 바닷가에서 작은 게나 바위에 붙은 홍합을 잡으면서 놀았던 추억이 있어요. 할머니는 그때 사시던 동네에 아직도 살고 계셔서 가끔 놀러 가면 어릴 때의 추억이 많이 떠올라요. 지금은 귀해졌지만, 그때는 오징어가 흔해서 오징어덮밥도 자주 해주셨는데 싱싱한 오징어로 만든 덮밥은 정말 맛있었어요.

메아리  우리 동네를 마음껏 자랑해 주세요.

민주  속초는 자연환경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생각해요. 여러 등산코스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산중의 산’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 외에도 자연석호인 영랑호가 있어요.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이 경치에 반해서 무예 대회를 잊고 계속 머물러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이겠죠? (ㅎㅎ) 그 외에도 바다에서 서핑을 할 수 있고, 따뜻한 온천수로 워터파크를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설악워터피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신흥사, 아바이마을 갯배체험 등이 있어요. 바다향기로라는 외옹치항 둘레길도 걷기 좋고, 저는 종종 노천탕이 있는 척산온천휴양촌에서 피로를 풀어요. 새해에는 영금정에서 첫 해돋이를 보기도 합니다. 야경도 꽤 멋지다는 것 아시나요. 설악대교와 금강대교가 있는데 청초호 주변을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야경을 감상해요.

속초 해변풍경 ⓒ메아리

메아리  가볼 만한 지역 축제를 추천해 주세요.

민주  봄에는 영랑호 벚꽃축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랑호의 둘레가 7.8km인데 호수를 둘러싼 벚나무들이 만개했을 때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요. 5월 중순부터는 동명항에는 오징어난전이 열리는데요, 신선한 오징어회와 통 찜, 해물라면 맛을 아는 사람만 찾는 소소한 축제인 것 같아요. 작년 여름부터는 워터밤을 속초에서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 올해도 8월에 열릴 예정이라고 해요. 가을에는 유서 깊은 향토축제인 설악문화제가 있어요. 1966년부터 시작된 큰 지역축제인데 도로를 통제해서 큰 퍼레이드를 하곤 해요. 겨울에는 속초항에 고기가 한창 잡힐 때 열리는 시장인 파시가 서는데요. 겨울에 통통해진 양미리와 도루묵 맛을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메아리  지금 살고 있는 지역과 잘 맞는 것 같나요?

민주  속초에서 쭉 살았던 건 아니고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는 직업 특성상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일했어요. 재작년에 다시 속초에 와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은 문득 퇴근길에 맥주 한잔하자고 할 고향 친구가 없는 거예요. 학교 동창들은 속초에는 일자리가 없다며 수도권, 타 대도시로 취직을 위해 많이 떠나고 없어요. 속초에 다시 돌아와서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또래 친구가 없어서 가끔 외롭다고는 느꼈지만, 지금은 혼자 잘 노는 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등산을 좋아해서 일터에서 등산모임을 만들어 설악산 구석구석을 탐방하기도 해요. 그리고 저는 속초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바람 냄새가 좋아요. 짠내음을 맡으며 바다에서 설악산을 바라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재작년부터는 카약에 취미를 붙였는데, 영랑호에서 유유히 노를 젓다 보면 속초를 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ㅎㅎ)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자연 속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게 됐어요. 최근 들어 아쉬운 건 어릴 때는 바다를 보면 정말 바다만 보이고 설악산 쪽을 보면 정말 산만 보였는데 지금은 바다 쪽을 봐도, 산 쪽을 봐도 고층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서 내가 아는 그 속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주는 속초의 자연이라는 ‘찐친’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수에서 노를 젓는 모습, 해변에서 서핑하고 등산하는 즐거운 속초 생활을 나누어준 민주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한편으론 저의 고향을 떠올려 보며 어릴 때부터 봐와서 익숙하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모습을 지나치며 깊이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자문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속초는 2028년 개통된다는 KTX 때문인지 더 많은 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있었어요. 속초의 자연을 즐기는 방법으로 꼭 높은 빌딩 안에서 바라보는 오션뷰여야 하는지 의문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