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 조영래 (아트앤호프)
인터뷰 ep.55
대전역을 나서는 청춘들의 목적지는 대개 비슷해요. 성심당에 가거나 칼국수를 먹고 성심당에 가거나죠😎 대전에 콘텐츠가 부족한 건 아마 역사가 짧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밭'이라는 작은 마을이 1900년대 철도가 깔리면서 엄청나게 성장하여 만들어진 도시가 대전이거든요. 10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교통의 요지이자 첨단 과학기술의 메카로 발전하기도 바쁜데,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 보다 콘텐츠가 적은 건 당연한게 아닐까요? 하지만 100년 만에 대도시를 만든 대전의 저력이라면, 즐거운 콘텐츠로 가득찬 도시를 만드는 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오늘 탐방 인터뷰의 주인공, 조영래 작가를 통해 대전의 새로운 변화를 미리 만나보세요.
예술과 희망, 내가 좋아하는 두 개를 엮어보자
희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두 개를 엮어보자는 생각으로 예술을 통한 희망, 희망을 위한 예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이끄는 비영리단체인 아트앤호프는 주로 원동과 인동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두 곳 모두 산업의 변화로 쇠퇴를 겪고 있는 마을이에요. 원동은 대전의 첫 번째 철공소 시장, 인동은 첫 번째 쌀 시장이었거든요. 그 지역의 스토리를 예술과 접목하고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대전 원동 철공소 거리의 한 가게 ©탐방
아트앤호프도 희망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학시절 전공에 따라 서로가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학과 구분 없이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그룹이, 아트앤호프였죠. 막상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힘든 일도 종종 겪었어요. 벽화를 그렸는데 돈을 못 받거나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죠. 한 번은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일에 참여했는데,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관광지는 활성화되었지만 결국 예술가들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몸소 체험했어요. 그때가 집단으로서 힘을 가져야겠다고 다짐을 한 순간이었죠. 그 이후로 아트앤호프는 예술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더 폭넓고 활발한 활동으로 입지를 다지면서요.
작년에는 KB ESG 임팩트 공모사업에 참여해서 조각공간을 만들기도 했죠. 직접 주민을 만나고 지역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공모였는데, 동네 주민이 아무 대가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마을의 빈 곳을 다양한 파츠를 결합하듯 채워나가겠다는 개념으로 유휴공간에 도마 벤치, 문짝 업사이클 벤치, 송아지 조형물 등을 설치했어요. 처음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니 변하시더라고요. 어떤 주민은 시청에 직접 연락하셔서 우리가 스스로 관리할 테니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했대요. 일면식이 없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정말 많았는데, 제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참 기뻤어요. 또 한 번의 희망을 봤달까요?(웃음)
아트앤호프의 조영래 작가 ©탐방
더 이상 노잼도시는 없을 거예요.
2022년부터는 대전 청년마을 ‘철부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어요. 철부지 청년마을은 철공소 마을 원동에서 새로운 철문화 공동체를 만들고 있어요. 청년의 생활인구를 계속 늘리는 일을 하는데, 저 역시 활동 청년으로 원동 마을의 스토리를 가지고 청년마을에서 만난 또 다른 청년들과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있어요. 철괴나 금괴 모양의 틀 안에 제빵사 친구가 초콜릿을 넣거나, VR 증강현실을 활용해 아이들의 대장간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요.
올해 4월에는 철부지는 특별한 플리마켓을 열어요. 철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원동만의 플리마켓을 준비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면 전기가 생산되는 인력발전소 프로그램, 아령을 모티브로 한 빵도 계획하고 있고, 철공소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아령 트로피를 건 보디빌더 대회를 구상하기도 하면서요. 사람들이 철공소 거리를 재밌게 즐기고 다가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요. 철부지 청년마을의 청년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할 테니, 그 결과를 보러 꼭 구경오세요.(웃음)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신도시 개발은 지역의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스토리가 사라지는 일이라 생각해요. 동네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야,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소비자는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지역을 즐길 수 있고요. 어디에서나 비슷한 지역축제가 열리는 현상도 이해돼요. 지역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죠. 그걸 견디는 힘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대전도 ‘노잼도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요. 대전의 여러 동네가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데, 모든 것을 없애는 개발이 아니라 동네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면 더 이상 노잼도시는 없을 거예요. 저희 청년마을처럼요.
철공소 거리에서 희망을 키우고 있어요 ©탐방
철공소 거리에서 영래님의 사진을 찍는데 한 어르신이 영래님을 보자마자 한참 안부를 물으셨어요. 그리고는 저희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 하셨죠.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잡는 두 분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답니다. 인터뷰 중 조영래 작가의 개인 작품에 대해서 물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어둡고 구불구불한 나무인 ‘괴목’이라는 건 겉으로 볼 땐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괴목에서 다시 싹이 돋아난다고 해요.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죠. 철공소 거리의 씨앗은 올해 활짝 필 예정이라고 하니 함께 기대해봐요.
대전광역시 | 조영래 (아트앤호프)
인터뷰 ep.55
대전역을 나서는 청춘들의 목적지는 대개 비슷해요. 성심당에 가거나 칼국수를 먹고 성심당에 가거나죠😎 대전에 콘텐츠가 부족한 건 아마 역사가 짧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밭'이라는 작은 마을이 1900년대 철도가 깔리면서 엄청나게 성장하여 만들어진 도시가 대전이거든요. 10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교통의 요지이자 첨단 과학기술의 메카로 발전하기도 바쁜데,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 보다 콘텐츠가 적은 건 당연한게 아닐까요? 하지만 100년 만에 대도시를 만든 대전의 저력이라면, 즐거운 콘텐츠로 가득찬 도시를 만드는 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오늘 탐방 인터뷰의 주인공, 조영래 작가를 통해 대전의 새로운 변화를 미리 만나보세요.
예술과 희망, 내가 좋아하는 두 개를 엮어보자
희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두 개를 엮어보자는 생각으로 예술을 통한 희망, 희망을 위한 예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이끄는 비영리단체인 아트앤호프는 주로 원동과 인동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두 곳 모두 산업의 변화로 쇠퇴를 겪고 있는 마을이에요. 원동은 대전의 첫 번째 철공소 시장, 인동은 첫 번째 쌀 시장이었거든요. 그 지역의 스토리를 예술과 접목하고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대전 원동 철공소 거리의 한 가게 ©탐방
아트앤호프도 희망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학시절 전공에 따라 서로가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학과 구분 없이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그룹이, 아트앤호프였죠. 막상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힘든 일도 종종 겪었어요. 벽화를 그렸는데 돈을 못 받거나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죠. 한 번은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일에 참여했는데,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관광지는 활성화되었지만 결국 예술가들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몸소 체험했어요. 그때가 집단으로서 힘을 가져야겠다고 다짐을 한 순간이었죠. 그 이후로 아트앤호프는 예술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더 폭넓고 활발한 활동으로 입지를 다지면서요.
작년에는 KB ESG 임팩트 공모사업에 참여해서 조각공간을 만들기도 했죠. 직접 주민을 만나고 지역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공모였는데, 동네 주민이 아무 대가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마을의 빈 곳을 다양한 파츠를 결합하듯 채워나가겠다는 개념으로 유휴공간에 도마 벤치, 문짝 업사이클 벤치, 송아지 조형물 등을 설치했어요. 처음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니 변하시더라고요. 어떤 주민은 시청에 직접 연락하셔서 우리가 스스로 관리할 테니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했대요. 일면식이 없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정말 많았는데, 제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참 기뻤어요. 또 한 번의 희망을 봤달까요?(웃음)
아트앤호프의 조영래 작가 ©탐방
더 이상 노잼도시는 없을 거예요.
2022년부터는 대전 청년마을 ‘철부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어요. 철부지 청년마을은 철공소 마을 원동에서 새로운 철문화 공동체를 만들고 있어요. 청년의 생활인구를 계속 늘리는 일을 하는데, 저 역시 활동 청년으로 원동 마을의 스토리를 가지고 청년마을에서 만난 또 다른 청년들과 새로운 결과를 만들고 있어요. 철괴나 금괴 모양의 틀 안에 제빵사 친구가 초콜릿을 넣거나, VR 증강현실을 활용해 아이들의 대장간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요.
* 대전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대전광역시와 대전 동구청이 주관하는 청년마을 조성 사업으로, 청년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를 구축하는 활동이에요.
올해 4월에는 철부지는 특별한 플리마켓을 열어요. 철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원동만의 플리마켓을 준비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면 전기가 생산되는 인력발전소 프로그램, 아령을 모티브로 한 빵도 계획하고 있고, 철공소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아령 트로피를 건 보디빌더 대회를 구상하기도 하면서요. 사람들이 철공소 거리를 재밌게 즐기고 다가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요. 철부지 청년마을의 청년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할 테니, 그 결과를 보러 꼭 구경오세요.(웃음)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신도시 개발은 지역의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스토리가 사라지는 일이라 생각해요. 동네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야,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소비자는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지역을 즐길 수 있고요. 어디에서나 비슷한 지역축제가 열리는 현상도 이해돼요. 지역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죠. 그걸 견디는 힘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대전도 ‘노잼도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요. 대전의 여러 동네가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데, 모든 것을 없애는 개발이 아니라 동네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면 더 이상 노잼도시는 없을 거예요. 저희 청년마을처럼요.
철공소 거리에서 희망을 키우고 있어요 ©탐방
철공소 거리에서 영래님의 사진을 찍는데 한 어르신이 영래님을 보자마자 한참 안부를 물으셨어요. 그리고는 저희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 하셨죠. (인터뷰를 여러번 다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잡는 두 분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답니다. 인터뷰 중 조영래 작가의 개인 작품에 대해서 물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어둡고 구불구불한 나무인 ‘괴목’이라는 건 겉으로 볼 땐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괴목에서 다시 싹이 돋아난다고 해요.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죠. 철공소 거리의 씨앗은 올해 활짝 필 예정이라고 하니 함께 기대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