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어요.

서울시 | 이미영, 김지현 (과학책방 갈다)

  인터뷰 ep.51  



요즘 대세 콘텐츠, 바로 ‘과학’이에요. 알쓸신잡이나 유튜브 과학채널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예요. 헉, 혹시 이것도 🕳블랙홀🕳인가요? 아무튼, 오늘 만나볼 ‘과학책방 갈다’는 삼청동 깊은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과학과 로컬의 만남이라니! 신나는 마음으로 두분의 갈다 멤버, 이미영님과 김지현님을 찾아갔어요. 


‘과학책방 갈다’는 삼청동 깊은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탐방



우와, 이렇게 많이 모인다고?


이미영]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갈다는 천문학자인 이명현 대표님이 고등학교, 대학시절에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이예요. 이 집이 비워지게 되면서, 부모님께서 이명현 대표님에게 “다른 과학자들과 한 번 써볼래?”라고 제안하신거죠. 처음에는 ‘친구들하고 술 먹는 아지트로 쓸까’는 생각도 하셨대요.(웃음) 그러다, 이 집에서 자라나며 책을 통해서 얻으신게 참 많았던 기억이 떠오르셨대요. “아, 책에 참 큰 빚을 졌구나. 책방을 해보자.” 책방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건 알고 시작한거죠. 빚을 갚기 위해, 책방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셨대요.

책방을 하려다보니, 매니저가 필요했고 제가 그때 갈다에 합류했어요. 삼청동 구석에 과학책만 파는 책방이라니, 책도 잘 안 팔리고 조용하니 좋을 것 같아 취업했어요.(웃음) 실제로 제가 직접 책을 팔아본 건 한 2주 정도 밖에 안돼요. 공간 리모델링부터 프로그램 기획, 2016년부터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원래 ‘어슬렁’이라는 닉네임으로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여행 드로잉 작가였거든요. 대표님과 저는 서로 각자 영역에서 특이할 정도로 자유로운 사람이었어요. 그런 둘이 만나 회사를 만들었는데, 좌충우돌이었죠. 정말 많이 싸웠어요.(웃음) 근데 벌써 5년이 지났네요.


오늘의 주인공, 과학책방 갈다의 이미영(총괄디렉터)님과 김지현(매니저)님 Ⓒ탐방


김지현] 올 4월 말에 입사한 풋내기, 책방 직원이예요. 원래 영화과를 졸업하고 3년쯤 하던 조교생활도 끝이났죠. 약간 실의에 잠겨서 용돈벌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그때 딱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에 미쳐있었거든요. 근데, 갈다에서 책방 매니저를 구한다니, 바로 지원을 했죠.

길진 않지만 갈다에서 한 경험들은 하나 하나가 다 기억이 남아요. 제가 와서 처음 북토크가 열린 날, 정말 놀랐어요. ‘우와 이렇게 많이 모인다고?’ 하면서요. 과학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독자가 그렇게 많을지 몰랐거든요. 최근에는 삼청 사이언스 클럽이 참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챗GPT를 이용해서 소설을 쓰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저는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 현장 기록을 도와드리러 참여했어요. 평소에는 AI를 활용해서 쓰여진 책도 몇권 보기도하고 그저 ‘신기하네, 괜찮네’ 정도로 생각했어요. 근데, 삼청 사이언스 클럽에서는 많은 분들이 AI에 대해 궁금해하고 ‘기술을 창작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나의 취미에 어떤 과학적 연결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재밌었어요. 과학이 본업이 아닌데도 말이죠.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공간


이미영] 과학이라는 분야가 좁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삶은 모두 과학이예요. 책방에 들어오실 때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공간’이라고 써 있어요. 그게 저희 갈다가 추구하는 연결같아요. 그래서 ‘과학이 문화가 되고 교양이 되려면 대체 뭘 해야 될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죠. 개인적으로 낸 결론은, 사람들이 과학을 기사로 듣고 그걸로 농담을 할 수 있으면 문화가 된다는 거죠.

옛날에는 인문학과 관련된 언어나 책들을 거의 읽지도 않았지만, 한 15년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책을 읽고, 관련된 단어들도 일상어가 되었죠. 그 흐름이 조금씩 과학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인문학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했는데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하거든요. 과학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잖아요. 많은 분들이 시원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과학이 문화와 교양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좋은 과학 문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욱 다양하게 접해야, 그것으로 부터 영감을 얻고, 과학적 사고와 태도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저희의 역할은 좋은 과학 콘텐츠를 선별하여, 많은 분들께 전달하고, 또 그런 분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죠.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공간 Ⓒ탐방


김지현] 갈다에 와서, 저도 과학책을 정말 많이 읽기 시작했죠. 제가 기계치거든요.(웃음) 이전에는 신기술이 나와도 관심조차 없었어요. 갈다에서 6개월이 지난 지금, 과학에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요. ‘챗GPT는 뭘까, 새로 나온 저 프로그램은 뭘까?’하는 정도요. 책방이다보니 신간이 계속 들어오잖아요. 새로 나온 책들을 보면서, 다양한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뇌과학에서 최근에는 식물에도 관심이 생기고요.

제가 공부한 영화과의 수업에서는 대체로 어떤 사물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 또 어떤 의미가 있고, 인간에게 어떤 상징이 되는지 이야기해요. 그러다보니 추상적이고 의미화된 말들을 많이 하죠. 그런 교육을 6년동안 받았으니, 저의 사고 역시 그렇게 뿌리 박혀있었어요.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는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런 제가 갈다에 와서 과학을 접하니, 실체가 있는 분야와 사고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마치 나와 성격이 전혀 다른 친구에게 끌리듯이요. 제가 체감하고 있는 과학의 매력이죠.


갈다에서 6개월이 지난 지금, 과학에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요. Ⓒ탐방


이미영] 지현님처럼, 갈다에서 더 많은 분들이 과학을 재밌고 쉽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책읽기만을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독서 행위도 독서가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은 사람과 그 책을 읽었지만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 중 누가 더 독서를 잘한 걸까요?(웃음) 책이 아닌 걸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영상이나 새로운 미디어들을 포함하여 과학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고 있어요.

갈다의 시작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모임이었거든요. 현장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저희 대표님처럼 은퇴한 과학자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 저술가, 강연가 등 정말 다양한 커뮤니케이터 50여명이 갈다의 주주로 모였고, 지금은 100여명으로 커졌어요. 이분들과 함께 갈다의 여러 과학 콘텐츠를 만들고 있죠. 과학이 문화와 교양이 되서 이곳 갈다에 더 많은 분들이 모이도록요.


더 많은 분들이 과학을 재밌고 쉽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탐방



탐방러를 위한 과학 책


갈다의 미영님과 지현님께 탐방러를 위한 과학책을 추천받았어요. 로컬을 지향하는 탐방러들에게 딱 맞는 과학책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탐방은 갈다에서 <제주 과학 탐험>이라는 책을 가져왔답니다.


김지현] <사랑과 상실의 뇌과학>,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로컬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인간의 몸도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웃음)

이미영] 오, 재밌는 의견이네요. 실제로 과학자분들이 몸은 인간이 인간의 의식을 만나는 첫 번째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웃음) 로컬에 관심이 높은 탐방러들에게는 식물에도 관심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도시 식물 탐험대>라는 책이 있는데,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와 식물들에 대해 참 재미있게 쓰여있어요. 책에서 알게 된 식물들을 가로수나 작은 공원에서 만날 수 있으니, 산책이 즐겁더라고요.

또, 갈다에 앉아서 ‘로컬을 어디까지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끝은 지구에 닿더라고요. 50억년 후에는 없어질 지구. 지구를 생각하면, 요즘에는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잖아요. <브레이킹 바운더리>라는 책이 기후 관련한 책 중에 가장 무력함이 없는 책이예요. 기후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네.’하는 무기력함이 가득 차오르거든요. 이 책은 그게 없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로컬을 어디까지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끝은 지구에 닿더라고요. Ⓒ탐방



미영님과 지현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삼청동 거리를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문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자연스럽고 재밌는 경험은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것도 어느새 스며들기 마련이잖아요. ‘과학책방 갈다’의 인기메뉴, 사과주스처럼요.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사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저희도 맛을 안 볼 수 없던데요? 이런 과학 유머가 바로 미영님과 지현님이 말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새로운 분야를 확산하는 문화의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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