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지역과 친구를 찾고 있어요.

강릉시 | 솜씨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

  인터뷰 ep.50  



강릉의 주택단지 속 아담하게 자리 잡은 가게가 있습니다. 강릉의 제로웨이스트샵으로 알려진 내일상회죠. 강릉의 내일을 만드는 곳일까요? 이곳을 운영하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은 강릉이라는 지역 말고도, 여러 사람들의 내일도 변화하고 있대요. 오늘의 주인공 솜씨님(이혜림)도 그렇다네요. 솜씨님의 어제와 내일을 들어봤어요.



꼭 서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죠. 


강릉에 온 지 벌써 10년 차가 됐네요. 강릉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요. 정동진 독립영화제, 예술극장, 바다, 다양하죠. 2014년도쯤 강릉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그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강릉의 한 친구가 우리도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기억하자는 의견을 냈고 벽화를 그렸어요. 그때 저도 참여해서 강릉에 있는 또래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죠.

그 이후 2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디서 살아볼지 고민하던 시기를 가졌죠. 지역을 탐방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마지막까지 부산하고 강릉이 경합을 벌였고 결국, 강릉으로 기울었답니다. 사실, 제 고향이 강원도거든요. 태어나서 지낸 시간도 있고, 서로 지지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을 택하게 되더라고요.


강릉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요. Ⓒ탐방


강릉을 찾았던 2014년도는,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둔 시기였죠. 교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았어요. 조직문화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지내는 것보다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가족들이 함께 몰려오는 느낌이었죠. 20대의 사회 새내기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던 것 같아요. 삶의 경험이 쌓인, 마흔 정도가 되면 아이들한테도, 나한테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그 시점에 직업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나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꼭 서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죠. 지역을 탐방하던 2년의 시간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봤거든요. 지역 탐방이자 직업 탐방의 시기였죠.(웃음) 그러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역에 있더라도, 전국이나 다른 지역과 연대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강릉에 와서는 가장 먼저 구한 일자리는 환경과 산림분야였어요. 정확히는 산림 교육을 기획하고 전국의 산림 관련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는 일이었죠. 그동안 몸 담았던 교육의 경험을 활용하며, 강릉에 있어도 다양한 지역과 함께 소통할 수 있으니 저에게 잘 맞는 일이었죠. 2년간 전국을 돌아다닌 탐방의 결과를 제대로 활용했달까요? 실제로, 회사에서도 저의 경험을 인정해주셔서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을 많이 주셨어요. 저보다 윗 세대인 선배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시고, 동등하게 대해주셨죠. 그리고 그분들 덕분에 이주민인 제가 조금 더 빠르게 지역사회에 흡수될 수 있었고요. 그렇게 한 6년 정도를 한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지역에 있더라도, 전국이나 다른 지역과 연대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탐방



스스로 회복하고 소통하는 경험 


강릉에서 취향이 같은 친구들을 만났고 꽤 오랫동안 함께 책을 읽거나 밥도 해먹는 시간을 가져왔어요. 책을 읽으며 밥을 함께 먹다보니 어느새 먹거리 밥상,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은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식생활 교육을 하시는 어머님들을 만났어요. 저희에게 직접 지은 농작물로 청도 만들어주시고 다양한 도움을 주셨죠. 어느 날은 어머님들의 텃밭 일부를 저희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렇게 공동체 농사를 시작했어요. 아주 작은 텃밭이, 지금은 500평이 넘는 밭이 됐어요.(웃음) 저희한테 텃밭을 내주셨던 어머님들이 저희 밭에 농사를 지으러 오고요.

이렇듯 다양한 세대와 교류를 하면서, 저희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이 내외부적으로 지역의 세대나 영역을 통합할 수 있는 단체로 여겨지게 되었어요. 조합이 학교 선생님, 글을 쓰는 작가, 영화 전공자, 문화도시센터 실무자 등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코로나 시기에도 기후 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작지만 다채로운 모임을 지속해오면서 조합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70명으로 커졌고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은 환경에 대한 교육, 문화기획 등 복합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공동체 농업은 여전히 중요한 활동이예요. 강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지쳐있었어요. 다른 지역에서 강릉으로 온 분들도 그렇고, 강릉에 살고 있는 분들도 그랬죠. 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 들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회복하고 소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게 바로, 다함께 농사를 짓는, 공동체 농사였어요.

요즘은 어떤 세대든, 자신의 일상과 농사는 어색한 단어잖아요. 주중에 회사를 다니다가 주말에는 풀을 베는 생활, 생경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죠. 또, 자연스럽게 세대간 소통이 일어나고요. 예를 들어, 10대, 20대의 청소년, 청년들이 밭에 오면, 어른들에게 농사를 짓는 법을 배우면서 대화를 시작하죠. 땀 흘린 뒤에는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도 하고, 함께 밥을 먹고요. 이런 식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세대간의 연결을 이루는 경험을 만들고 있어요.


아주 작은 텃밭이, 지금은 500평이 넘는 밭이 됐어요.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


환경과 세대간의 소통이라는 특징은 제로웨이스트샵이자, 자원순환 프로그램 활동공간인 ‘내일상회’에서도 드러나요. 다만, 경험을 주도하는 세대가 공동체 텃밭과 다르죠. 플라스틱을 모아서 재활용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10대, 20대 친구들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거든요. 내일상회에서는 이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다른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조합원이 모인 만큼 내일상회에서는 재밌는 활동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 친구는 필름 카메라로 지역을 기록하는데, 사진을 직접 현상을 한 뒤 필름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지역과 환경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플라스틱을 분쇄해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기도 하죠. 저 혼자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한 다채로운 활동들이에요. 강릉에서 좋은 친구들, 동료들을 만났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번 시골언니프로젝트도 그래요. 작년에 참여했던 도시 언니들이 올해, 강릉 시골언니프로젝트의 기획팀으로 함께하거든요. 저희는 도시를 거꾸로해서, 시도하는 언니들, 시도 언니라고 부르고요. 이 시도언니들이 작년에 강릉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올해 또다른 도시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고마운 의견을 제시해줘서 올해에도 시골언니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거죠. 아마도 공동체 농사, 자원순환 등의 체험으로 시도언니들이 스스로 강릉,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의 생각을 이해하고 친구이자 일원이 되었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참여자분들이 나무를 하나씩 심었어요. 그 나무는 그냥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강릉에 남긴 각자의 흔적이 되었죠. 요즘에도 “제 나무 잘 자라나요?”하고 연락이 와요. 올해, 강릉 산불이 크게 났을 때는 저희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락을 계속 받았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분들과 저희가 또 강릉의 마음이 연결되는 관계가 만들어진 거죠.



새로운 내일상회를 준비 중인 솜씨, 이혜림님 Ⓒ탐방


강릉에 영원히 살 거냐고 하면, 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나에게 맞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강릉의 시골언니라고 불리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요.(웃음) 저는 운 좋게도 어떤 곳에 저에게 편안한 곳인지, 어떤 사람들과 지내야 행복한지를 빨리 알게된 것 같아요. 그리고 강릉이 저에게 잘 맞는 공간이었죠. 강릉 시골언니프로젝트도, 생태전환마을내일협동조합도 ‘꼭 강릉이어야만 해, 강릉이 최고야’라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게, 각자에게 잘 맞는 지역과 생활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지향하는 방법을 찾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솜씨님은 탐방이 만난 2023년 시골언니프로젝트의 마지막 주인공이에요. 3개월간 전국의 12명의 시골언니를 만나면서 탐방은 시골과 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도시가 시골보다 행복한 곳이 아니듯, 시골도 도시보다 좋은 곳은 아닐 꺼예요. 솜씨님이 말한 것처럼, 각자에게 맞는 공간과 사람들이 있는 곳이 나에게 더 행복하고 멋진 곳인 거죠. “머물거나 떠나거나, N지선다“ 여러분에게 딱 맞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본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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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거나 떠나거나 N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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