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귀촌살이 모델을 만들고 있어요.

원주시 |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인터뷰 ep.43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탐방러들이라면 왠지 한 번쯤 꿈꿔봤을 것만 같아요. 그런데 막상 정착지를 옮기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 해 먹고 살지는 막막하고요. 미디어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여유가 가득한 로컬의 삶’은 진정 허상일까요? 

그와 반대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소민님은 한계가 있는 도시의 삶을 벗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사회를 찾아 로컬로 떠났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 방법은 ‘데이터’에 있다네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의 연속이라 더욱 흥미로웠던 소민님과의 대화를 전합니다.



나도 몇 년 안 남았구나.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몸담기도 했고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관련 산업이 어려운 시기가 있잖아요. 구조조정으로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짐을 싸는 걸 목격했어요. 그 순간 ‘나도 몇 년 안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어봐야 10년? 그때 타의에 의해 나가느니 내가 스스로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가장 먼저 헤드헌터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했죠. 다들 그렇듯, ‘퇴사=이직’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때 돌아온 답은 “소민아. 미안하지만, 냉정하게 헤드헌터 시장에서 너는 큰 경쟁력은 없어.”였죠. 충격이었어요. 나름 석사까지 공부했고 경력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저보다 더 좋은 학벌, 경력자가 많았던 거죠. 경쟁의 사회를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그동안 애써 피해 온, 내가 있던 사회의 실체였죠.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 몸담아야 하는 사회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 몸담아야 하는 사회를 찾기 시작했어요. Ⓒ탐방


퇴사를 하고 나니 청년창업, 사내 창업과 같은 창업 정책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연한 기회로, 도시재생 지역의 청년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좋은 말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웃음) 관 주도로 진행되는 문제부터, 성공한 창업자의 남모를 고충까지. 생각지 못한 답변이 계속 이어졌죠. 대표적으로, 어떤 지역에서 굉장히 유명한 빵을 만들어 도시재생의 우수사례로 알려진 분이 있었어요. 그분과 만나기로 해 계속 연락을 했는데, 통화가 너무 안 되더군요. 알고 보니 급하게 어깨 수술을 받았다는 거예요. 계속된 주문에 몸이 혹사당했던 거죠. 제품은 유명해졌지만, 창업자 개인의 삶은 더 힘들어진 거예요.

다양한 지역의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대도시가 아니라 지역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다만, 제품 중심의 창업보다는 서비스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창업의 방향으로 가기로 했어요.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만큼, 디자인이나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 관점이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품은 유명해졌지만, 창업자 개인의 삶은 더 힘들어진 거예요. Ⓒ탐방



우리가 김태리는 아니잖아요.


귀촌을 하고 나서, 밀 농사를 처음 시작했어요. 다소 서투르지만 농사를 시작하면서 나라에서 어떤 정책을 제공하고 있는지 찾아보았죠. 자연스럽게 임업과 어업 정책도 살펴보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3%가 임야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임야를 농업에서는 농사짓기 안 좋은 땅이지만, 임업에서는 산림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땅으로 해석하더라고요. 흥미로웠죠. 우리나라 농촌이든, 어촌이든 숲이 없는 지역이 없잖아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싶었죠.

우선, 산을 갖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대화하다 보니, 사유림 산주마다 독특한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그 스토리를 알고 숲을 경험하니 숲이 새롭게 보였어요. 그때 생각했죠. “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로, 자신의 산을 자랑하게 해주자.” 그게 저의 귀촌 모델인 산림관광이었어요.

그게 저의 귀촌 모델인 산림관광이었어요. Ⓒ산으로on고래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은 보통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상상해요. 하지만, 우리가 김태리는 아니잖아요.(웃음) 현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죠. 현실을 가장 잘,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데이터라고 생각해요. 귀촌자가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죠. 스스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할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귀촌을 준비하다 보면 다양한 교육, 정보를 접하게 되거든요. 이때, 누군가가 주입해 주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파악해서 자기만의 논리와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꼭 필요한 거죠.

원주라는 지역을 택할 때도, 데이터는 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어요. 귀촌을 결심하면서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공공기관에서 발간되는 보고서들을 적극적으로 읽어보았어요. 그때, 원주가 참 눈에 띄더라고요. 소비 지수도, 회복탄력성도 꽤 높았죠. 거점의료시설이 있다는 점도 홀로 귀촌해 사는 저에게는 아주 중요하게 다가왔어요. 또, 원주에는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많아요. 강원도의 다른 도시들은 산부인과가 없어 아이를 낳기 위해서 강릉 아산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이걸, 원주가 도시 내에서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는 지역이라고 해석했어요. 살아가 는데 불편함이 적고, 어떤 일을 시작해도 소비해 줄 사람들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던 거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싶었죠. Ⓒ산으로on고래


원주의 시골언니프로젝트에 이런 내용을 녹이고자 했어요. “농사짓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자신만의 귀촌살이 모델을 만들어 보자.”하고요. 함께 공부도 하고, 촌에서 살 수 있는 체력도 키우고, 대화도 나눌 거예요. 농촌 경제학 전공자가 농업의 역사를 알려주고 인구 전공자가 농촌 인구 변화에 관해 설명하죠.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골언니프로젝트로 원주에 정착하는 사람이 생겨나면 좋겠죠. 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돼요. 다른 지역에 정착하더라도, 아니면 시간이 지나 귀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원주의 그 언니한테 연락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이야기는 아닐지 몰라도, 정말 도움이 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도움을 줄 자신이 있거든요.


정말 도움이 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도움을 줄 자신이 있거든요. Ⓒ탐방



소민님은 확실히 달랐어요. MBTI로 따진다면, 순도 100% ‘TJ’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보통, 로컬로 향할 때 아름답고 환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 로컬에서 만난 많은 탐방러는 도시의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체계적이고, 적극적이었죠. 바로 소민님처럼요. 

물론, 우리 모두가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소민님도 말했잖아요. ‘나만의 귀촌 모델을 만들자.’ 만약,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가장 먼저 나만의 모델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탐방도 여러분의 새로운 귀촌 모델이 될 수 있는 탐방러들을 열심히 발굴해 볼게요. 아! 소민님의 시골언니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본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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