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무안군 | 손은애 (가치이룸)

  인터뷰 ep.41  



무안은 처음이에요. 전라남도청 소재지인 만큼 목포시부터 신안군, 함평군, 영암군, 나주시까지 다양한 지역을 접하고 있어요. 인구도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다고 하는데, 무안을 처음 왔다니. 부끄러워지네요. 

탐방에게 무안을 알려 줄, 오늘의 주인공 손은애님을 찾아갔어요. ‘가치이룸’이라는 회사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무예 수련관이 나타났어요. 주소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데, 예쁜 생활한복을 입은 은애님이 인사를 합니다. 

“잘 찾아오셨어요. 손은애입니다.” 

은애님 그리고 무안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저에게는 모두 누군가의 꿈을 돕는 일이에요.


목포가 고향이에요. 대학으로 서울로 갔다가 결혼으로 다시 내려오게 됐어요.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올 때 주변에서 불편한 게 더 많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곤 했지만, 저는 서울 생활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매캐한 공기. 대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들있잖아요. 목포에서만 살아온 제게는 적응하기 벅찼던 거죠.

목포에서 무안으로 이사 온 이유도 비슷해요. 목포에서도 검무예 수련장을 운영했어요. 아이들이 운동하는 공간인데, 1층의 담배 연기가 2층 수련장으로 계속 올라왔고 작은 공간에서 검을 쓰다 보니 천장의 형광등이 깨지는 일도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새, 시에서 군으로 왔네요.(웃음)


저는 서울 생활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탐방


신랑이 무예를 해왔고 저는 간호사였죠. 아이를 낳자, 경력이 단절됐고요. 신랑의 수련장 운영을 돕다 보니 여기서 무예 교육을 받고 성장한 친구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이곳은 일반적인 수련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거든요. 검도를 배운 학생들이 지도진으로 계속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문을 가리키며) 지금 밖에 있는 사범도 그래요. 중학교 때부터 학생으로 도장을 다녔고, 고등학교 3학년부터 사범으로 근무를 시작했죠. 또 다른 친구는 지금 군대에 갔는데 이번에 휴가를 나와서 대뜸 하는 말이, “군대에서 돌아오면 제 자리가 있습니까?” 이러더라고요. 한참을 웃었죠.


저도, 신랑도 아이들을 참 좋아해요.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을 좋아하다 보니 수련장의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희가 무엇을 해주었다기보다는 같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그 친구들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또 각자가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가치이룸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게 되었죠.

가치이룸은 꿈이 일이 되는 기업이에요. 지금은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검무예 수련장과 함께 시범단을 운영하고, 무예복과 생활 한복 등 관련된 상품을 제작하기도 해요. 또 무안의 장소와 사람들을 알리는 일도 하죠. 너무 다양한가요?(웃음) 각기 다른 일로 들릴 수 있지만 저에게는 모두 누군가의 꿈을 돕는 일이에요.


무엇을 해주었다기보다는 같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탐방



숨겨진 무안의 매력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거죠.


가치이룸으로 활동하며, 무안에 숨겨진 장소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대표적으로 무안에 ‘식영정’이라는 문화재가 있어요. 바람도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일 만큼 바람이 솔솔 잘 부는 곳에 정자가 자리 잡고 있죠. 그 앞에 데크길이 깔려 있고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심겨 있는데, 사람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었어요.

식영정의 풍경에 반해서 한 2년간 청년들과 함께 꾸준히 행사를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 곳이 되었죠. 물론 저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내가 좋다고 느꼈던 게 맞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숨겨진 무안의 매력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알게된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무안을 더 많은 분께 알려주고 싶다, 무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도 생겨난 것 같아요.


무엇을 해주었다기보다는 같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탐방


은애님은 무안에서 관광의 가능성을 가진 주민 사업체들을 발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관광두레 PD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동시에 가치이룸에서도 무안 한달살기, 문화지소 사업 등 무안을 알리고 향유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더 실천적으로 무안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9년이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무안군의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가치이룸에서 맡게 되었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안 한달살이를 기획해야 하니 무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찾아다녔어요. 무안으로 이사 온 지 1년 차, 저도 무안의 새내기였는데,(웃음) 정말 좋은 기회로 무안을 알아가게 된 거죠. 그리고, 저 혼자 알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무안 시골언니프로젝트의 프로그램도 제가 무안에서 만나고 관계를 맺어온 장소와 사람들로 구성했어요. 숙소로 사용할 하늘별 바다, 고구마 막걸리를 만드는 들새암 나눔드림, 허브 농사를 짓는 무안 토박이 이룰꿈부 청년, 가고 싶은 섬 탄도도 모두 그러하죠. 제가 좋아하는 무안을 가득 담았달까요?


제가 좋아하는 무안을 가득 담았달까요? Ⓒ탐방


무안 시골언니프로젝트를 통해서 도시 청년들이 자신의 꿈, 지향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서울에서 살아봤잖아요. 어느 순간 나를, 나의 꿈을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무안에 와서, 다시금 다른 이를 지지하고 성장을 돕고자 하는 나를 찾을 수 있었거든요. 무안의 자연과 환경, 또 무안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소중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요.



은애님과의 대화는 참 따뜻했어요. 맑은 미소를 바라보며 타인의 성장을 돕는 은애님의 선함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죠. 왜 수련장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무안에, 아니 은애님의 곁에 남고자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달까요? 

도시 속에서 나 자신을, 혹은 지향점을 잃어버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면, 무안으로 떠나보세요. 은애님과 무안의 시골언니들이 함께 찾아줄 거예요.




본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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