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고향, 영주에서 꿈을 키우고 있어요.

영주시│이예인, 우수빈 (남산선비마을)

인터뷰 ep.40



영주에 갔어요. 천년고찰, 부석사가 있는 곳이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할 정도로 참 애정하는 절이라 그런지, 영주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네요. 어? 근데 막상 영주의 도시 내부로 들어온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소수서원, 부석사, 외나무다리로 유명한 무섬마을 등 알려진 여행지가 도시 외곽에 있다 보니, 항상 영주의 겉만 훑었던 거죠. 

왠지 오늘, 영주의 진짜 영주를 만나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듭니다. 붉은색 벽돌 건물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이곳. 영주 남산선비마을의 남선센터에서 오늘의 주인공, 이예인님, 우수빈님을 만났습니다.


영주의 시골언니, 예인님과 수빈님(왼쪽부터) Ⓒ탐방



왜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싫어하지?


예인] 둘 다 영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어려서부터 저는 영주가 참 좋았어요. 모든 장소에 추억이 가득하거든요. 영주를 가로지르는 서천에서 했던 사생대회, 수빈 언니와 함께 개천에서 물놀이했던 기억. 정말 반짝반짝하고 예쁜 추억들이에요. 그런데 친구들은 아니더라고요. 다 떠나고 싶어 했죠. 영주에 남아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충격이었어요. 왜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싫어하지?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영주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죠.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영주의 고등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죠. 당시에는 도시재생이 뭔지 알지도 못했어요. 여러 학교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재밌겠다 싶었죠. 영주의 관사골이라는 마을이었는데, 오토바이 하나만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비탈길로 이어진 마을이었어요. 친구들과 관사골을 배경으로 패러디 영상도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죠. 지역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본 경험은 저에게 크게 다가왔어요. ‘도시재생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맛을 봤달까요? 결국, 대학도 관련 학과로 진학했고요.


졸업 후 대구에서 1년 정도 일했을 때쯤, 남산선비마을 도시재생 현장센터장님이 연락하셨어요. 고3 때 저에게 도시재생을 경험하게 해준 그분이죠. 어르신들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못 하시니 좀 도와달라 하셔서 남산선비마을에 처음 왔어요. 남선센터, 붉은색 벽돌 건물이 참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웃음) 어차피 다시 영주로 돌아와 지역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겠다 싶었죠.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영주로 돌아왔어요.


어려서부터 영주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아니더라고요. Ⓒ탐방


수빈] 예인이와 달리 도시재생을 잘 알지는 못했어요. 다만, 영주가 좋고 계속 살고 싶다는 욕구는 강했죠. 당연히 대학 공부를 마치면 영주로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예인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언니,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하고요.


저에게는 2개의 꿈이 있었어요. 하나는 사회복지사, 또 다른 하나는 바리스타죠. 사회복지라는 꿈을 위해 대학도 심리학과로 진학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통해 접한 커피가 참 재밌더라고요. 배우면 배울수록 더 잘하고 싶었고 저의 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꿈도 생겨났고요. 예인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남산선비마을은 그 두 가지 꿈을 다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더군요. 남산선비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마을기업을 만들어, 남선센터를 운영하는 일이었죠. 학과 공부에서 노인 심리에 특히 관심이 있었는데, 고령의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이 참 의미 있었고 남산센터에는 카페도,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있었죠.


두 가지 꿈을 다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더군요. Ⓒ탐방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만든, 하나의 공동체


예인] 그때가 21년 11월이었어요. 큰 꿈을 갖고 영주, 남산선비마을에 왔지만,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3년간 꽤 힘들었어요.(웃음) 공동체를 만들고 공간 운영을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당연히 수익도 전혀 없었고요.


수빈] 남선센터로 매일 출근했는데, 공간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었어요. 주민들에게 저희는 외부인이었죠. 이 마을에 살지도 않는 젊은이 둘이 공동체를 만들자며,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당연한 일이죠. 시간이 해결해 줬던 것 같아요. ‘저러다 말겠지!’하던 어르신들도 1년, 2년 지나니 어느새 “수빈아~ 예인아~”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예인]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매일 찾아뵙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수빈 언니가 쿠키도 잘 만들거든요. 쿠키 구워서 어른들을 찾아뵙고 수다도 떨었죠.(웃음) 이제는 반대예요. 어르신들이 간식도 가져다주시고 가끔은 밥이라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챙겨주시기도 하고요. 동네도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진 거잖아요. 저희와 마을 어르신들 모두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시간과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수빈] 지금 생각해 보면 3년이 시간이 있었던 게 다행인 것 같아요. 주민들과 관계를 쌓고 탄탄해진 공동체가 되었을 때 남산센터 공간의 운영을 시작한 거니까요. 만약 3년 전, 의욕만 앞선 상태에서 남선센터 문을 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웃음)


남선센터는 영주시 소유의 건물로, 올 3월부터 남산선비마을 마을기업이 위탁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남선센터에는 마을 어머님들이 직접 만드는 궁중만두를 맛볼 수 있는 남선식당과 수빈님이 내려주는 커피 향 가득한 카페남선, 호텔 수준의 고품격 숙박을 즐길 수 있는 남선스테이, 영주 청년들을 위한 청년임대주택이 있습니다.


어느새 “수빈아~ 예인아~”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탐방


예인] 남선센터의 모든 공간은 청년과 주민이 함께 운영해요. 공간에 따라 어른들이 못하시는 건 청년들이 나서서 하고 청년들이 잘 못하는 건 어른들이 나서서 도와주시죠. 그러다 보니 어른들이 식당을, 저와 수빈 언니가 카페, 스테이를 주로 담당해요. 남선식당의 만두는 꽤 유명해요. 한 5~6년간 만두 연습을 계속해 오셨어요. 코로나19 때도 금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만두를 빚으셨죠. 수제 만두일 뿐만 아니라 재료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준비하신답니다. 다른 데서 맛보는 만두와는 차원이 다를 거예요.


수빈] 남선카페에서도 대부분 재료를 손수 만들어요. 커피시럽도 만들고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야채는 스마트팜에서 재배해요. 10시간 동안 햄을 직접 훈연하죠. 마을기업이 운영한다고 어설프다는 평을 듣고 싶지 않아요. 정말 맛있고 머물고 싶은 식당과 카페가 되길 바라죠.


예인] 스테이의 주 고객은 젊은 커플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에요. 이분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결정하진 않죠. 저희가 준비한 공간과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는 의미라 요즘은 바빠도 신이 난답니다.


남선센터의 모든 공간은 청년과 주민이 함께 운영해요. Ⓒ탐방



또래들이 모여서 까르르~ 왁자지껄한 모습을 자주 상상해요


예인님과 수빈님이 함께하는 영주 남산선비마을은 올해 처음으로 시골언니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더 많은 청년이 반짝이는 영주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아껴둔 영주의 보물 같은 장소들과 이야기를 펼칠 생각에 설레는 예인, 수빈님입니다.


수빈] 사실 영주에서도 외곽, 시골에서 성장했거든요. 밭이랑 논이 가득하고 소도 엄청 많이 키우는 동네였죠. 그래서 시골언니프로젝트를 봤을 때, ‘이건 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예인] 시골언니프로젝트도 외지인인 도시 청년이 시골에 방문하고 머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시골 동네일수록 외부인을 배타적일 수밖에 없어요. 오랫동안 유지된 작은 공동체니까요. 저희도 남산선비마을에서 3년간 몸소 경험을 해왔잖아요. 시골에 정착하고 싶은 분들께 이 경험을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골언니프로젝트를 봤을 때, ‘이건 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탐방


수빈] 반대로 저희가 더 기대하는 부분도 있어요. 바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는 거죠. 보통 7시에 출근해서 늦게 퇴근할 때는 10시까지 남선센터에 있거든요.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죠.(웃음) 그리고 영주 사람들은 아무래도 사는 곳이 같다 보니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만 하게 되더라고요. 시골언니프로젝트로 모이면,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분들이 함께할 수 있잖아요. 그분들이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이 공간에 또래들이 모여서 까르르~ 왁자지껄한 모습을 자주 상상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답니다. 확실히 설레고 있는 것 같아요.



탐방은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뭘 알아.’ 하며 무시하기 쉬울 법한데도 새로운 세대의 의견을 귀 기울이고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는 어른들과 그런 어른들의 연륜과 경험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청년들이 함께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요. 20대의 청년들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함께 만드는 마을. 누구나 꿈꾸는 마을이지만 실현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죠. 예인님과 수빈님이 말한 것처럼,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영주의 시골언니프로젝트는 특히, 20대의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낯선 세대와 소통 외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 예인님과 수빈님이라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반짝이는 시간이 될 것 같거든요.




본 콘텐츠는 2023 시골언니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탐방이 추천하는 시골언니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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