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뚝딱, 소도읖을 만들고 있어요.

남해군 |  폴, 제리, 아리, 지니 (소도읖)

  인터뷰 ep.38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으로 발견한 계정이 있어요.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며 워케이션을 다니더라고요? 인플루언서인가 싶었는데, 어느 날 보니 워케이션 공간을 만들고 있대요. 호기심이 발동했죠.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다 보니, 유튜브도 있네요. 워케이션의 경험과 팁, 워케이션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영상들을 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탐방이네요. 

아직 조성되지도 않은 워케이션 공간, 만나본 적도 없는 저를 끌어당기는 이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온라인에서만 보던 친구들, 폴, 제리, 아리, 지니를 만나러 경상남도 남해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시골을 만들기 위해 모였어요.


폴] 안녕하세요. 저희는 시골 워케이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소도읖이예요. 총괄을 맡고 있는 저, 공간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제리, 콘텐츠를 제작하는 아리, SNS 운영을 담당하는 지니까지, 4명이 함께 하고 있어요.

제리와 아리는 대학교 동기이고, 지니는 아리의 친구예요. 학창 시절에 아주 친하게 지내진 않았던 것 같지만(웃음) 제가 먼저 제리와 아리에게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했어요.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각자 졸업 후 3~5년 정도 지났을 때쯤이라 모두 각자 일을 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믿고, 함께 해줘서 참 고맙죠.


제리] 그때 무직이었어요(웃음). 그전에는 2년 반 동안 도시재생 분야에서 일을 했었죠. 휴식이 필요해서 잠깐 쉬면서 다른 일을 고민하던 찰나, 딱 폴에게 연락이 왔던 거죠. 타이밍이 좋았달까요?


아리] 저는 대학교 홍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지금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일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에 대한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어느 날, 폴한테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재미겠다. 필요한 일이다.’ 싶었거든요. 물론 팀원들에 대한 믿음,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요.


지니] 저도 비슷해요. 개인적으로 거취를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당시 서울에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하고 있었죠. 일은 재밌었지만 주말 부부였거든요. 남편은 부산, 저는 서울. 장거리를 그만 끝내고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아리를 통해 소도읖을 알게 됐어요. 몇 번 미팅으로 만난 팀원들이 너무 좋았고, 폴과 팀원들이 그리는 미래가 와닿았기에 합류했어요.


소도읖을 만들어가는 제리, 아리, 지니, 폴 (왼쪽부터) Ⓒ탐방


도대체 폴이 보여준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던 걸까요?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또 서울을 떠나 소도읖에 합류하게 될 정도로요.


폴] 건축학과를 졸업했어요. 졸업 후에 건축사사무소를 취업했는데, 주로 농어촌 개발사업을 하는 곳이었죠. 자연스럽게 시골을 자주 다니게 되었어요. 일을 하면서 시골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커리어가 쌓일수록,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참 많았어요. 보통 농어촌 개발사업은 국가에서 큰 비용을 쏟아 멋진 건물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그 효과가 생각보다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시골의 고령화는 심각하잖아요. 아무래도 개발사업의 방향과 혜택은 장년층 이상에 맞춰져서 진행되더라고요. 그곳을 대표하는 거주민이니 당연하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젊은이들은 그 지역에 관심이 없어지고 떠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확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우선, 우리와 같은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시골 콘텐츠가 필요하겠다, 도시와 반대되는 공간에 무언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제리] 처음에는 시골 콘텐츠를 나누는 플랫폼 사업을 시도했어요. 시골에서 거주하는 분들의 콘텐츠를 도시민에게 전달하는 일이었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콘텐츠 생산자가 저희가 아니다 보니, 모든 콘텐츠의 품질이 동일하지도 않았고 관리도 힘들었고요.


폴] 급하게 방향을 전환했죠.(웃음) 당시가 2021년 겨울쯤이었어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또 다른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건축을 전공했다 보니 공간과 관련된 아이템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코로나10로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더라고요. 느낌이 왔죠. ‘워케이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지니] 사실, 워케이션이라는 아이템이 잡히기 전에는 아주 혼란스러웠어요. 제 역할이 콘텐츠 기획인데, 아이템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느낌이었달까요? ‘어디서부터 뭘 해야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웃음)


아리] 급격한 전환이었지만 그래도 믿고 따라가자 싶었어요. 워케이션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알아가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정말 국내의 워케이션 시장이 커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이거 진짜 되겠다.’ 싶었죠.


도시와 반대되는 공간에 무언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탐방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전국 곳곳으로 떠났어요.


지니] 워케이션을 더 잘 이해하려면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워케이션 공간과 프로그램을 체험해 봐야 각 브랜드마다의 장단점도 확실히 알 수 있고, 소도읖만의 워케이션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폴]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워케이션을 이끌고 있다는 브랜드를 찾아 떠났어요. 통영, 강원도 고성, 제주, 강릉, 하동… 꽤 다양하게 많이 갔죠.


아리] 그때부터 워케이션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기 시작했어요. 온라인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건 다르더라고요. 막상 가보니 어떤 곳은 로컬 문화를 즐기는 목적에, 어떤 곳은 디지털 노마드에 더 적합하더라고요. 첫 목적은 우리의 워케이션 센터인 소도읖의 기획이었지만, 우리가 느끼고 알게 된 점을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케이션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워케이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해도 가끔 나오는 뉴스 기사 정도가 전부였거든요. 워케이션 공간 이전에, 워케이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보면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도 찍고, 인스타그램도 만들었죠.


소도읖의 워케이션 콘텐츠 Ⓒ소도읖


지니] 가장 좋았던 곳은 제주도의 오피스(O-PEACE)예요. ‘너 원하는 대로 해’라고 풀어놓은 느낌인데, 곳곳에 세심하게 챙겨주는 포인트들이 많았죠. 예를 들어, 숙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잔잔하게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그리고 입구에는 마스크를 걸어 놓는 고리 옆에 안내 문구가 친절하고 꼼꼼하게 적혀있었죠. 온도 조절하는 방법 같은 작지만 놓치기 쉬운 것들이요.


제리] 업무공간의 디테일에도 놀랐던 것 같아요. 1층과 2층의 조도가 다르더라고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업무 환경은 다르잖아요.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자연스럽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피스 대표님들이 말씀해 주셨던 건데, 처음에는 업무공간 키친에서 카페도 함께 운영했다고 해요. 그러나 막상 열어보니 카페와 업무공간의 이용자는 서로 공간 사용의 목적이 달랐다고, 과감히 카페 운영은 중지하셨대요. 오피스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곳이니까요.


지니] 맞아요. 숙소도 업무공간도, 각자가 제 기능을 충실히 하는 느낌이었죠. 우리가 만들 소도읖을 구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제주에 간다면, 오피스로 워케이션을 추천해요. 아! 물론, 소도읖이 오픈하면 남해로 오시는 걸 가장 추천하고요.(웃음)


공간을 넘어,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탐방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전국 곳곳으로 떠났어요.


폴] 소도읖은 ‘N도 N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브랜드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5도2촌, 4도3촌처럼, 원하는 만큼  시골 라이프를 즐기자는 의미죠. 워케이션은 그 첫 단추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워케이션을 통해 저희와 같은 청년들이 시골의 삶을 경험해 보면 좋겠어요.

소도읖이란 이름에서도 이런 저희의 생각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소도읍은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그 중간 형태의 지역을 말하잖아요. 영어로 ‘sodope’은 멋있다~ 일명, 쩐다~는 속어예요. 일반적으로 시골을 두고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들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소도읖은 시골도 도시도 아닌, 정말 멋진 곳이에요.


지니] 소도읖이라는 이름을 결정하기 전까지 한 60개 정도의 이름 후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브랜드명을 정하기 위해 네 명이 모여서 하루 종일 아이디어를 냈죠. 결국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새벽에 갑자기 폴한테 연락이 와서 ‘소도읖’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거예요. 그때 모두가 이거다 싶었어요.


경상남도 남해, 상주.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소도읖 Ⓒ탐방


제리] 부산과 남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2시간 30분씩 이동하는 게 어려웠어요. 근데 이것도 익숙해지다 보니 부산과 남해를 다니는 여정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시간도 점점 짧게만 느껴지고요.

오픈을 앞둔 지금은, 이동보다 처음 하는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기는 해요. 소도읖에는 사무공간 외에도 숙소가 있거든요. 건축을 전공하긴 했지만, 공간을 만드는 것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잖아요. 제가 다른 워케이션 숙소에서 느꼈던 점을 투영하며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무작정 걱정만 하진 않으려고요. 오픈하면서 많은 피드백도 많고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에요.


지니] 공감이에요. 소도읖은 워케이션 커뮤니티를 지향하니, 방문하신 분들과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래서, 초기에 소도읖은 서포터즈 개념의 멤버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3개월 기준으로 1기, 2기, 3기. 이런 식으로 멤버들이 소도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직접 소도읖 콘텐츠에 참여하는 거죠. 아직 준비단계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작은 커뮤니티에서 성장하는 커뮤니티로 함께 만들 계획이예요.


아리] 탐방이 소도읖을 알게 된 것도 워케이션 콘텐츠 덕분이었잖아요. 남해 소도읖에서 멤버들과 워케이션, 시골에 관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래서 소도읖 사무공간에는 다른 워케이션 센터와 달리, 방음시설이 갖추어진 미디어 편집실도 있어요. 콘텐츠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다른 워케이션 공간에 갔을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거든요. 영상을 편집할 때도 소리를 크게 틀더라도 괜찮답니다. (웃음)


제리] 자랑 타임인가요? (웃음) 저는 그러면, 공유 주방을 꼽고 싶어요. 워케이션을 하다 보면, 자칫 각자 방에서 머물다 개별적으로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더라고요. 그럼, 도시에서 시골로 장소만 이동한 것 외에 다를 게 없잖아요. 그래서 소도읖은 과감히 조리 시설을 따로 빼서, 공유 주방을 만들었어요. 식사를 만들고 먹다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건네며 친해질 수 있도록요.


폴] 오픈일이 점차 다가오며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도 생기고 준비할 것들은 넘쳐나지만, 그래도 기대와 설렘이 더 큰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소도읖을 찾아주실까? 그분들과 함께 어떤 공간,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저희는 시골을 좋아하고, 시골의 매력을 즐기는 사람들과는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요.


시골의 매력을 즐기는 사람들과는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요. Ⓒ탐방



소도읖을 만나고 오는 길,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남해까지의 운전이 힘들다고 징징거리던 저는 어디 간 걸까요? 아마 소도읖의 폴, 제리, 아리, 지니가 에너지를 충전해 준 것 같아요. 이들의 말처럼, 상주해변, 금산으로 둘러싸인 남해의 상주는 시골의 휴양지로 일품이었지만 풍경보다 소도읖의 사람들에 더 매료된 것 같네요. 아무래도, 탐방은 소도읖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면 또 다른 어려움이 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골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소도읖이 오픈되는 날, 탐방도 함께 응원하러 가겠습니다. 시골을 즐기는, 소도읖의 멤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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