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 남수연 (티에디트)
인터뷰 ep.37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른 아침, 늦은 밤에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더라고요. 그런데 티백만 달랑 들어간 차를 마시니 왠지 아쉽습니다. 제대로 된 차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에 티하우스에 갔어요. 머그컵이 아닌 다기에 차를 따라 마시니 맛도, 기분도 한결 좋습니다. 아무래도 요 몇 달간은 차에 푹 빠져있을 것 같네요.
차 하면 어떤 지역이 떠오르나요? 전남 보성, 경남 하동, 제주도. 드넓은 초록빛의 차밭을 가진 지역들이 머릿속을 채워요. 그런데 광주도 차로 유명하다는 걸 아시나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로컬 티를 마실 수 있는 티하우스가 있다는 소식에 곧장 달려갔습니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건물이 있네요. 고즈넉한 한옥, 티 에디트에서 수연님을 만났습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광주, 티에디트 Ⓒ탐방
차 그리고 차 문화와 함께 컸어요.
이곳, 광주 학동에서 나고 자랐어요. 70년 동안 찻잎을 제다*하고 있는 한국제다와 차밭이 펼쳐진 무등산 그리고 춘설차**의 본고장인 삼애다원이 근처에 있어요. 차 그리고 차 문화와 함께 큰 셈이죠. 그런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니, 차를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어요. 티 소믈리에라는 꿈을 꾸고 티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고성, 장흥, 함평, 하동, 제주도. 차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방방곡곡 다원(차를 재배하는 밭)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면서 다원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고 대화했죠. 차는 제다 과정에 따라 6가지로 분류되는데, 이걸 모두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다원에서는 되도록 모든 종류의 차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계셨어요. 차를 향한 사랑 없이는 힘든 일이죠. 이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고, 차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노고를 눈으로 직접 보니 차 한 잔의 가치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분들을 만나면서 차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 가치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했어요. 우선 차를 너무 어렵지 않게 느끼길 바랐어요. 친구들에게 티하우스를 할 거라고 하니까 한복 입고 일할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차가 익숙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차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경험한 무궁무진한 차와 차 문화를 혼자만 알아선 안 되겠더라고요. 특히 차에 익숙하지 않은 제 또래나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차가 어렵지 않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답니다.
제가 경험한 무궁무진한 차와 차 문화를 혼자서만 알아선 안 되겠더라고요. Ⓒ탐방
서울의 티하우스에서 일을 했어요. 광주보다 훨씬 많은 티하우스가 있고, 그만큼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더 많더라고요. 차 공부를 하기에 제격이었죠. 또, 도시가 크고 인구가 많으니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할 계획은 없었어요. 무조건 광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죠. 학동의 이야기를 담은 티하우스를 열어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던 거죠.(웃음)
그렇게 돌아와 티 에디트를 열었어요. 광주와 전남의 로컬 티를 소개하는 티하우스예요. 무등산에서 재배된 춘설녹차와 춘설홍차, 한국제다에서 제다한 홍림녹차와 홍림황차, 그리고 전남 곡성에서 자란 사과를 곁들인 로즈메리 그린 티. 이를 비롯해 다양한 차를 선보이고 있어요. 차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뎌 보라는 바람을 가득 담아서요.
또 방문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요.
티 에디트는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하여 탄생한 공간이에요. 편안한 분위기의 한옥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답니다. 차 마시기 좋은 이 한옥, 수연님은 어떻게 발견한 걸까요?
5년 전만 해도 이 앞에 큰 한옥 대문이 있었어요. 맨날 왔다 갔다 했지만 문이 견고하게 닫혀 있어서 안을 들여다볼 순 없었죠. 그러다 공간을 준비하면서 대문 안쪽에 한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약방으로 쓰이던 공간이더군요. 워낙 보존이 잘 되어있고, 약을 다리던 공간이라 한약재 냄새가 나서 정말 좋았어요. 게다가 차와 한옥은 너무나 잘 어울리니 딱 맞는다고 생각했죠.
차와 한옥은 너무나 잘 어울리죠. Ⓒ탐방
요즘 카페가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같은 공간에 두세 번 방문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나중에 또 방문하고 싶게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미각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으로도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고 했어요.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많이 신경 썼죠. 하나하나의 요소를 모두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이삼십 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실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비주얼을 놓칠 수 없었어요. 계속해서 연습하고 시도하면서 차의 비주얼을 완성했어요. 그에 어울리는 티웨어(차를 내리는 데 사용되는 도구)를 고르고요. 곳곳에 그림도 배치했어요. 제게 큰 영감을 주었던 의재 허백련* 선생님과 당대에 활동하셨던 화백들의 작품이에요. 차를 마시면서 함께 즐기면 좋은 작품을 큐레이션 하여 안내하죠. 또, 들어오셨을 때부터 느낄 수 있도록 한국적인 향기의 선향도 두었어요. 그렇게 공간을 즐기는 요소를 정성스레 선정했답니다.
옛 찻집과 요즘 찻집의 중간 Ⓒ탐방
옛 찻집과 요즘 찻집의 중간선을 지키고 있어요. 서울의 티하우스에는 주로 20·30세대가 방문하지만, 이 동네엔 어르신들이 많거든요.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기도 하고요. 그래서 웰컴 티도 내드리고 메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재방문하실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보통 좋은 걸 경험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하잖아요. ‘티 에디트를 매력적이라고 느끼셨구나!’ 짐작하죠. 가끔가다 딸이 좋은 곳에 데리고 와줬다면서 자랑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도 덩달아 기쁘답니다.(웃음)
광주 분 아니시죠?
“대표님은 서울에 계세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대표를 하기에 젊다고 생각하시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종종 물어보시더라고요. 대표라고 말씀드리면 “광주 분 아니시죠?”하고 되물으세요. 대표가 아닐 거로 생각하시는 건 괜찮은데, 당연히 서울에서 왔을 거로 생각하시는 건 아쉬워요.
다르게 생각하면 제가 변화를 만들 수 있겠더군요. 파트 타이머 채용 공고를 올리면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지원해요. 이분들이 저와 함께 일하다가 나중에 티하우스를 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혼자 열심히 운영하는 것보다 찻집 거리의 형성 같은 흐름이 생겨야 큰 발전이 이뤄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광주에 지금보다 더 많은 티하우스가 생기면 좋겠어요. 그런 흐름이 저로 인해 시작되면 정말 뿌듯할 것 같고요. 잔잔한 물가에 돌을 떨어뜨리면 큰 파장이 일어나는 것처럼 조용한 광주에 티 에디트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거예요. 너무 거창한가 싶지만, 종종 그런 상상을 해요.
광주 사람들은 걸음도 천천히 걷는 것 같아 Ⓒ탐방
광주는 되게 조용한 지역이에요. 번잡하고 시끄러운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광주를 좋아해요. 친오빠가 한번은 “광주 사람들은 걸음도 천천히 걷는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공감되는 말이었죠. 그러면서도 정은 되게 많아요. 특히 제가 자란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버스를 타면 가방을 들어주시고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으면 차를 태워주시기도 했어요. 심부름으로 과일을 사러 가면 항상 방울토마토 몇 개를 손에 쥐여주셨고요.
티 에디트를 준비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한옥 리모델링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타일집 사장님, 조경집 사장님께서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해결 방안을 찾아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어요.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 저는 그게 광주 사람들의 특징이자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웃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탐방
수연님은 광주를 떠나는 도시라고 표현했어요.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광주 사람들, 머물거나 정착하지 않고 떠나가는 관광객들. 생각해 보면 많은 지역이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에 지역에서도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새로운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거고요.
그림을 그리는 데 서울과 시골이 따로 있는가. 수연님은 의재 허백련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이야기했어요. 서울에서의 삶과 광주에서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요. ‘어떤 도시에서 사느냐’보다 ‘뭘 하고자 하는지’가 먼저이고 더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요.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차와 차 문화를 알리고 있을 수연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난 뒤, 티 에디트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또다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야겠어요.
광주광역시 | 남수연 (티에디트)
인터뷰 ep.37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른 아침, 늦은 밤에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더라고요. 그런데 티백만 달랑 들어간 차를 마시니 왠지 아쉽습니다. 제대로 된 차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에 티하우스에 갔어요. 머그컵이 아닌 다기에 차를 따라 마시니 맛도, 기분도 한결 좋습니다. 아무래도 요 몇 달간은 차에 푹 빠져있을 것 같네요.
차 하면 어떤 지역이 떠오르나요? 전남 보성, 경남 하동, 제주도. 드넓은 초록빛의 차밭을 가진 지역들이 머릿속을 채워요. 그런데 광주도 차로 유명하다는 걸 아시나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로컬 티를 마실 수 있는 티하우스가 있다는 소식에 곧장 달려갔습니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건물이 있네요. 고즈넉한 한옥, 티 에디트에서 수연님을 만났습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광주, 티에디트 Ⓒ탐방
차 그리고 차 문화와 함께 컸어요.
이곳, 광주 학동에서 나고 자랐어요. 70년 동안 찻잎을 제다*하고 있는 한국제다와 차밭이 펼쳐진 무등산 그리고 춘설차**의 본고장인 삼애다원이 근처에 있어요. 차 그리고 차 문화와 함께 큰 셈이죠. 그런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니, 차를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어요. 티 소믈리에라는 꿈을 꾸고 티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제다(製茶) : 차나무의 싹, 잎, 어린줄기를 찌거나 덖거나 발효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재료로 만든 후 비비기, 찧기, 압착, 건조 등의 공정을 통해 마실 수 있는 차(茶)로 만드는 전통 기술
**춘설차 : 의재 허백련 선생이 무등산에서 재배되는 녹차에 붙인 이름
고성, 장흥, 함평, 하동, 제주도. 차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방방곡곡 다원(차를 재배하는 밭)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면서 다원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고 대화했죠. 차는 제다 과정에 따라 6가지로 분류되는데, 이걸 모두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다원에서는 되도록 모든 종류의 차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계셨어요. 차를 향한 사랑 없이는 힘든 일이죠. 이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고, 차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노고를 눈으로 직접 보니 차 한 잔의 가치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분들을 만나면서 차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 가치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했어요. 우선 차를 너무 어렵지 않게 느끼길 바랐어요. 친구들에게 티하우스를 할 거라고 하니까 한복 입고 일할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차가 익숙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차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경험한 무궁무진한 차와 차 문화를 혼자만 알아선 안 되겠더라고요. 특히 차에 익숙하지 않은 제 또래나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차가 어렵지 않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답니다.
제가 경험한 무궁무진한 차와 차 문화를 혼자서만 알아선 안 되겠더라고요. Ⓒ탐방
서울의 티하우스에서 일을 했어요. 광주보다 훨씬 많은 티하우스가 있고, 그만큼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더 많더라고요. 차 공부를 하기에 제격이었죠. 또, 도시가 크고 인구가 많으니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할 계획은 없었어요. 무조건 광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죠. 학동의 이야기를 담은 티하우스를 열어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던 거죠.(웃음)
그렇게 돌아와 티 에디트를 열었어요. 광주와 전남의 로컬 티를 소개하는 티하우스예요. 무등산에서 재배된 춘설녹차와 춘설홍차, 한국제다에서 제다한 홍림녹차와 홍림황차, 그리고 전남 곡성에서 자란 사과를 곁들인 로즈메리 그린 티. 이를 비롯해 다양한 차를 선보이고 있어요. 차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뎌 보라는 바람을 가득 담아서요.
또 방문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요.
5년 전만 해도 이 앞에 큰 한옥 대문이 있었어요. 맨날 왔다 갔다 했지만 문이 견고하게 닫혀 있어서 안을 들여다볼 순 없었죠. 그러다 공간을 준비하면서 대문 안쪽에 한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약방으로 쓰이던 공간이더군요. 워낙 보존이 잘 되어있고, 약을 다리던 공간이라 한약재 냄새가 나서 정말 좋았어요. 게다가 차와 한옥은 너무나 잘 어울리니 딱 맞는다고 생각했죠.
차와 한옥은 너무나 잘 어울리죠. Ⓒ탐방
요즘 카페가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같은 공간에 두세 번 방문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나중에 또 방문하고 싶게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미각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으로도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고 했어요.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많이 신경 썼죠. 하나하나의 요소를 모두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이삼십 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실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비주얼을 놓칠 수 없었어요. 계속해서 연습하고 시도하면서 차의 비주얼을 완성했어요. 그에 어울리는 티웨어(차를 내리는 데 사용되는 도구)를 고르고요. 곳곳에 그림도 배치했어요. 제게 큰 영감을 주었던 의재 허백련* 선생님과 당대에 활동하셨던 화백들의 작품이에요. 차를 마시면서 함께 즐기면 좋은 작품을 큐레이션 하여 안내하죠. 또, 들어오셨을 때부터 느낄 수 있도록 한국적인 향기의 선향도 두었어요. 그렇게 공간을 즐기는 요소를 정성스레 선정했답니다.
*허백련 : 한국의 동양화가. 다도에도 깊은 관심이 있어 무등산 차밭을 사들여 삼애다원을 설립했으며 차 보급에 힘을 썼다.
옛 찻집과 요즘 찻집의 중간 Ⓒ탐방
옛 찻집과 요즘 찻집의 중간선을 지키고 있어요. 서울의 티하우스에는 주로 20·30세대가 방문하지만, 이 동네엔 어르신들이 많거든요.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기도 하고요. 그래서 웰컴 티도 내드리고 메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재방문하실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보통 좋은 걸 경험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하잖아요. ‘티 에디트를 매력적이라고 느끼셨구나!’ 짐작하죠. 가끔가다 딸이 좋은 곳에 데리고 와줬다면서 자랑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도 덩달아 기쁘답니다.(웃음)
광주 분 아니시죠?
“대표님은 서울에 계세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대표를 하기에 젊다고 생각하시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종종 물어보시더라고요. 대표라고 말씀드리면 “광주 분 아니시죠?”하고 되물으세요. 대표가 아닐 거로 생각하시는 건 괜찮은데, 당연히 서울에서 왔을 거로 생각하시는 건 아쉬워요.
다르게 생각하면 제가 변화를 만들 수 있겠더군요. 파트 타이머 채용 공고를 올리면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지원해요. 이분들이 저와 함께 일하다가 나중에 티하우스를 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혼자 열심히 운영하는 것보다 찻집 거리의 형성 같은 흐름이 생겨야 큰 발전이 이뤄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광주에 지금보다 더 많은 티하우스가 생기면 좋겠어요. 그런 흐름이 저로 인해 시작되면 정말 뿌듯할 것 같고요. 잔잔한 물가에 돌을 떨어뜨리면 큰 파장이 일어나는 것처럼 조용한 광주에 티 에디트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거예요. 너무 거창한가 싶지만, 종종 그런 상상을 해요.
광주 사람들은 걸음도 천천히 걷는 것 같아 Ⓒ탐방
광주는 되게 조용한 지역이에요. 번잡하고 시끄러운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광주를 좋아해요. 친오빠가 한번은 “광주 사람들은 걸음도 천천히 걷는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공감되는 말이었죠. 그러면서도 정은 되게 많아요. 특히 제가 자란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버스를 타면 가방을 들어주시고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으면 차를 태워주시기도 했어요. 심부름으로 과일을 사러 가면 항상 방울토마토 몇 개를 손에 쥐여주셨고요.
티 에디트를 준비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한옥 리모델링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타일집 사장님, 조경집 사장님께서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해결 방안을 찾아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어요.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 저는 그게 광주 사람들의 특징이자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웃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탐방
수연님은 광주를 떠나는 도시라고 표현했어요.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광주 사람들, 머물거나 정착하지 않고 떠나가는 관광객들. 생각해 보면 많은 지역이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에 지역에서도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새로운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거고요.
그림을 그리는 데 서울과 시골이 따로 있는가. 수연님은 의재 허백련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이야기했어요. 서울에서의 삶과 광주에서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요. ‘어떤 도시에서 사느냐’보다 ‘뭘 하고자 하는지’가 먼저이고 더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요.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차와 차 문화를 알리고 있을 수연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난 뒤, 티 에디트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또다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