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한 연결을 만들고 있어요.

경기도 안성 | 홍지영 (다즐링북스)

  인터뷰 ep.11  



한 달 살기, 워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지방, 시골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유튜브만 보더라도 시골에서 살아가는 일상이 참 편안해 보이고 꽤 힙해 보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막상, ‘여행 말고 시골로 이사를 할래?’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은 못 하겠어요. 여행이 아닌 거주는 다르니까요.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홍지영님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사실, 지영님은 로컬지향자 생강님의 친구인데요. 생강님은 평소 꿈이 귀촌이라고 말하던 지영님이 졸업 후 바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해요. 생강님에게 좋은 자극을 준 지영님을 안성의 한 책방에서 만났어요.



그래, 뭐라도 해보자. 실패해도 좋다.


저한테는 지방에 가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만 살았다면 살 수 있는 터전이 딱 서울로 제한될 수 있는데, 저는 안성에서 태어나서 살았거든요. 서울 근처이긴 해도 서울은 아니니까,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서울에서 사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서울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골이 훨씬 아름답잖아요.(웃음)


대학생 때부터 막연히 귀촌, 귀농이 꿈이었어요. 결국 성공하진 못했지만요. 생강이 말한 것처럼, 대학 졸업 후에 지방으로 내려가긴 했죠. 하지만 완전히 시골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사실 지방에 가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죠. 지금은 SNS가 활발하고 시골의 커뮤니티도 활발한 것 같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 혼자 시골에 내려가는 것은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나 자신, 내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한 해 한 해, 나이만 들어가고. 문득, ‘이거 해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부끄럽고 속상했어요. ‘이러다 나중에 더 나이 들어서 또 후회하지 말자. 그래, 뭐라도 해보자. 실패해도 좋다. 아니, 차라리 실패해서 누군가한테 실패했어.’라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책하고 차를 좋아하니, 책방을 열었던 거예요. 그게 바로, 다즐링북스죠.


실패해서 누군가한테 실패했어.’라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탐방


그게 바로, 다즐링북스죠. Ⓒ탐방


다즐링북스는 201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아무리 실패해도 좋다 하더라도, 코로나19는 작은 동네 서점에게 큰 어려움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지영님은 의외로 본인이 견디는 힘, 버티는 힘이 좋다면서 활짝 웃네요.



손님들이 제안한 모임들이 재밌어요. 제 시각을 벗어나거든요.


손님이 없었던 기간도 되게 길었고 지금도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웃음), 책방은 정말 제 성향과 맞는 일이에요. 앉아서 책을 보다가 사람들이 오면 조금씩 이야기하고. 그냥 이런 삶이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서 바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거든요. 책방을 열었던 것처럼,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것이었지만 누가 올까 싶었죠. 전혀 유명하지도, 주목받지도 못했었거든요. 근데 또 어떻게 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를 했어요. 블로그 이웃도, 인스타 팔로우도 없었거든요. 당연히 기대하지 않았죠. 알고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씩 검색하더라고요. 안성 독서 모임, 안성의 서점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다즐링북스를 알게 된 분들이 한 명씩, 두 명씩 오게 되고. 그분들이 본인의 블로그나 SNS에 글을 써주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정말 느리게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독서 모임도 제가 기획부터 진행까지 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 수가 많아졌거든요. 지금은 한 달에 10개 정도의 모임이 운영되고 있어요. 독서 모임의 참여자 중에서 ‘이런 독서 모임 해보고 싶어요.’ 하는 분이 있었어요. 꽤 오랜 시간 독서 모임을 해 온 분이니 서로 잘 알잖아요. 그렇게 같이 기획하고, 그분이 진행까지 맡았죠. 그렇게 점점 모임이 많아지니, 제가 자주 오신 손님들께 모임장을 부탁하기도 했죠.(웃음)


독서 모임의 주제는 정말 다양해요. 세계 문학을 함께 읽는 모임이 꽤 오래된 것 같고, <편견을 깨는 책 읽기>라고 해서 사회문제와 관련된 책을 읽는 모임도 있고, 시를 읽고 나누는 모임도 있어요. 아침에 문화 예술 책을 읽는 <아침 독서 클럽>도 있었네요. 손님들이 제안한 모임들이 재밌어요. 제 시각을 벗어나거든요. 한 번은 손님이 하루키 초기작을 읽고 싶다고 모임을 제안하셨어요. 사실 저는 하루키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 생각조차 못 했거든요. 그런데,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기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게 재밌더라고요.(웃음) 또 비슷한 게 요즘하고 있는 <초보 철학 클럽>이에요. 철학을 좋아하고 계속 공부하고 계신 분이 제안하신 거죠. 이전에도 같은 모임장님이 철학 모임을 계속 진행하셨어요. 철학을 전혀 모르는데, 옆에서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주워들은 거죠.(웃음)


이렇게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여기에 모이는 걸 보는 게 재밌어요. 독서 모임이라고 하면 약간 틀에 박힌 책만 읽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책을 혼자 읽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취향이 또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독서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하잖아요. 그게 좋더라고요.


독서 모임의 주제는 정말 다양해요. Ⓒ탐방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여기에 모이는 걸 보는 게 재밌어요.  Ⓒ탐방



책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연결들이 더 소중하고 귀해요.


대학교 옆이지만 대학생은 거의 없어요.(웃음) 안성, 평택에 사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분들이 오시죠.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독서 모임을 하다 보면 친해지죠. 항상 사적인 질문은 삼가달라고 말씀드리거든요. 직업, 나이와 같은 배경을 모르고 만나는 거죠. 그런데도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 확실히 친해져요. 또, 다즐링북스에 책을 사거나 음료를 마시러 왔는데 같은 독서 모임 사람이 있으면 엄청나게 반가워하시고요. 우연히 만나면 더 반갑고 좋은 거죠.


서점이지만, 본인의 책을 가져와서 읽을 수 있어요. 책을 거의 안 읽지만, 매일같이 오시는 분도 있죠. 이분들을 위해서 음료도 파는 거죠. 다즐링북스가 제3의 장소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를 사잖아요. 그럼 서점에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올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 공간이 되는 건 싫었어요. 자주 드나들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되고 싶어요. 책은 일종의 도구예요. 공부하는 도구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도구, 좀 더 나아지고 달라지는 데 정말 좋은 도구죠. 저는 책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연결들이 더 소중하고 귀해요. 독서 모임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함께 소풍도 가고 연말 파티도 하고. 정말 재밌었거든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또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고. ‘함께 해서 즐거웠던 경험’을 만드는 공간인 거죠. 이런 동네 책방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럼, 갈수록 흩어지기만 하는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고 모이고 서로를 돌보고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웃음)


‘함께 해서 즐거웠던 경험’을 만드는 공간, 다즐링북스 Ⓒ탐방


아직도 정말 아름다운, 자연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여기도 뭐 여기도 시골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웃음) 산이랑 강이랑 가깝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만약에 가더라도 다즐링북스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커뮤니티 만드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아서요. 저는 너무 내성적이어서 사람들 앞에 서면 엄청나게 떨려서 말도 못 하는, 딱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일단 제가 편안해서 그런지 괜찮아요. 제 공간을 열어 놓고 오시는 분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연결되니까 참 좋아요. 다즐링북스를 안 했다면 참 외로웠을 것 같아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평생 지금이 친구가 제일 많아.’라고 말한다니까요. 


평생 가장 친구가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영님 Ⓒ탐방



책방지기가 책은 일종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책방. 다즐링북스는 꽤 독특한 책방입니다. 지영님이 바라고 만들고 있는 로컬, 동네를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닌 함께 해서 즐거웠던 경험을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지영님은 지금도 다양한 모임과 만남을 기획하고 있죠. 지영님을 만나고 책 외에도, 함께 소통하고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다양한 도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다즐링북스를 찾아봐야겠어요.


로컬에서의 삶, 지영님과의 대화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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