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 | 김수완 (낭만농객)
인터뷰 ep.8
러스틱 라이프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매년 10대 트렌드를 발표하는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22년 트렌드 중 하나래요.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정의했죠. 아마도, 탐방러들이 모두 공감하는 삶의 방식일 것 같기도 해요.
오늘의 로컬지향자, 김수완님도 바로, 러스틱 라이프라는 트렌드와 참 어울려요. 수완님은 낭만농객이라는 이름으로, 낭만 있는 농촌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 수완님이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에 달려갔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이는 창고 앞에, 파란 스쿠터가 있네요. 벌써 낭만이 넘칩니다. 이곳이 바로, 창고 영화관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이는 창고 앞에, 파란 스쿠터가 있네요. Ⓒ탐방
안 쓰는 창고도 있는데, 한 번 보기나 할래요?
올해 3월 6일에 오픈했어요. 원래 이 창고를 알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양지리의 다른 빈집을 보러 왔다가 이장님이 “안 쓰는 창고도 있는데, 한번 보기나 할래요?”라는 제안으로 창고를 만났죠. 보자마자 반했어요. 바로 “여기다!” 싶었죠.
창고를 리모델링하겠다는 콘셉트를 잡자마자 텀블벅으로 런칭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이 누구일지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했죠. 그냥 ‘아마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가설로 시작했달까요. 텀블벅에서 43분이 펀딩을 해주셨고 두 분씩 오셨으니 약 86명 정도가 양지리 영화관을 오셨죠. 그분들을 파악해 보았어요. 어떤 사람들이고 누구와 왔고, 대중교통은 무엇을 이용했는지. 이런 패턴을 파악해 보니 어느 정도 설계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잠시 문을 닫고 리뉴얼을 하고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뭔가 새로운 세계로 오는 것 같았대요. 너무 느낌이 좋았는데,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는 거예요. 온라인, 디지털 기기가 흐름을 망친 거죠. 원래는 양지리 창고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손님이 자율적으로 OTT와 음악 플랫폼을 쓰도록 했거든요. 편리하긴 하지만 이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리뉴얼에서는 아날로그한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뭐 추천해 줄 거 있나요.’라는 피드백도 아주 많았어요. 또 6시간을 빌렸지만 3시간만 있다 가시는 분들도 있었죠.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고민해 보니, 양지리 창고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아주 적더군요. 영화를 봐도 영화관만큼의 퀄리티가 나진 않고. 책을 읽어도 꼭 이곳에서 읽을 이유가 있지 않고. 아예 진짜 확실한 콘텐츠, 그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큐레이션을 하기로 했죠. 첫 시즌의 키워드를 ‘시작’으로 잡았어요. ‘ 프란시스 하 ’라는 영화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영화 등 세 편의 영화 큐레이션과 관련된 세 권의 책, 세 장의LP. 이렇게 큐레이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뭔가 새로운 세계로 오는 것 같았대요. Ⓒ탐방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진짜 무궁무진하잖아요.
사업은 2019년 6월에 시작했어요. 당시에도 농촌이 지향점이긴 했지만,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델이었어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으로, 여행객과 농장을 매칭하는 사업이었죠. 결과적으로 잘 안됐어요.(웃음) 지속이 안 되더라고요. 여행객은 여행으로 생각하고 오는데 농장 일이 꽤 힘들고요. 농장주 입장에서는 전문 인력이 아니니까 실수가 너무 잦아 힘들죠. 판매하는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품질이 낮아지는 거니까요. 한 10개월 정도 해보고, 피보팅(pivoting)*을 했어요.
그때 낭만농객으로 회사 이름도 바꾸었죠. 이름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좀 더 보편적인 농촌 여행 플랫폼으로 변화했어요. 숙박과 체험을 함께 연계하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농촌 여행시장의 규모가 참 작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수수료를 많이 받아도 자생할 수 없는 구조인 거예요. 또 한 번, 피보팅을 했습니다.(웃음)
지금의 공간 업사이클링(upcycling)이죠. 지역에서 방치되는 공간을 브랜딩 해서 관광이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양지리 창고이고요. ‘여행 플랫폼을 하다가 공간?’이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결이 같다고 생각해요. 사업 초기에 여행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했던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너무 좁은 범위에 한정을 지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진짜 무궁무진하잖아요. 이제, 여행의 방식도 다양하고요. 여행 산업에 있다는 것이 공간 개발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아티스트 노래가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는데, 여행 스타트업하면 그렇게 폭넓게 생각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의 일을 로컬 매니지먼트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로컬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사실, 전문성이 필요하긴 하죠. 사업적인 측면 외에도 지역이나 공간, 디자인, 콘텐츠. 여러 가지 면에서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문적이진 않아요.(웃음) 그렇지만 그만큼 유연하죠. 로컬 매니지먼트는 범위가 굉장히 넓고 어떻게 보면 의미도 두루뭉술하죠. 그런 면에서 정확한 의도와 진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해요.
양지리 창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나 숙박, 요리 등을 넣어가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서울에서 거리가 있는 지역은 단 하나의 공간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은 철원 오덕리에 양촌약방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어요. 독립 책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사업성을 확인하는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기능으로 변경될 수도 있죠.(웃음) 공사는 한 8월쯤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기가 동송 터미널에서 걸어서 한 10분 걸리거든요. 양촌약방이 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이 함께 올 수 있는 허브 공간이 될 것 같아요. 그곳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된다면 클러스터가 되겠죠.
수완님이 처음부터 철원에 자리를 잡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공간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결정을 하자마자, 활발하게 활동하던 남쪽 지역에서 전단을 돌렸다고 해요. ‘빈집 고쳐드립니다’라는 전단이었죠. 그런데, 웬걸. 남쪽에서 돌린 전단은 가장 북쪽. 강원도 철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철원군에서 낭만농객의 빈집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거죠.
간판은 절대 안 뗄 거예요. 간판 때문에 선택했거든요. Ⓒ낭만농객
저희 팀이 피보팅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옛날에는 피보팅 했다고 말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어요. 지조 없는 것 같고,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유연하다는 것이고 스스로도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한 단계씩 계속 성장하였고요. 지금도 낭만농객의 사업 확장과 전환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지금 낭만농객의 페르소나는 저예요.
저도 그렇고, 팀원 모두가 로컬 라이프를 굉장히 좋아해요. 번잡한 서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벗어나고 싶은 꿈이 항상 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살면서, 메이저의 일을 하거나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하는 룰이 있잖아요. 정말 당연하게. 저도 그 룰에 탑승한 거죠. 하지만, 정말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출 때까지만 서울에 있고, 그 이후부터는 로컬에 살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것을 실행하는 와중이고요. 로컬에 살겠다는 의미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건 아니에요. 진짜 노마드가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낭만농객의 페르소나는 저예요. 나 같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 거죠.
인디언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전생에 아메리카 네이티브. 인디언이었을 거야.’라고 말할 정도죠. 인디언들은 하얀 자기 집을 들고 다니면서 유목해요.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만 생활하죠. 살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취한다고 해요. 해친 동물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요. 그런 문화가 참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재밌어서, 관심이 갔는데 깊게 보다 보니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지더라고요.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나중에 사업을 안 하면 스님을 할까? (웃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자연에서 진짜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낭만농객의 사업 방향도 약간 그런 계열로 가는 것 같고요.
고립된 삶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이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두 가지 명확한 꿈이 있어요. 첫 번째는 스페이스X를 타고 우주에 가는 거예요. 이건 조만간 될 것 같아요.(웃음) 두 번째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산에, 제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고립되고 싶어요. 통신을 다 끊고요. 너무 이상한가요?(웃음)
나 같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 거죠. Ⓒ탐방
로컬지향자.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수완님과의 만남 뒤, 탐방은 그동안 로컬지향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로컬지향자는 E! 외향적일 것이라는 편견이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자극이 활기를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버겁고 힘들 때 우리는 떠나고 싶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고립을 꿈꾸는 I, 로컬지향자 수완님이 만드는 철원의 클러스터가 궁금해집니다.
로컬에서의 삶, 수완님과의 대화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누어주세요.
강원도 철원 | 김수완 (낭만농객)
인터뷰 ep.8
러스틱 라이프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매년 10대 트렌드를 발표하는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22년 트렌드 중 하나래요.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정의했죠. 아마도, 탐방러들이 모두 공감하는 삶의 방식일 것 같기도 해요.
오늘의 로컬지향자, 김수완님도 바로, 러스틱 라이프라는 트렌드와 참 어울려요. 수완님은 낭만농객이라는 이름으로, 낭만 있는 농촌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 수완님이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에 달려갔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이는 창고 앞에, 파란 스쿠터가 있네요. 벌써 낭만이 넘칩니다. 이곳이 바로, 창고 영화관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이는 창고 앞에, 파란 스쿠터가 있네요. Ⓒ탐방
안 쓰는 창고도 있는데, 한 번 보기나 할래요?
올해 3월 6일에 오픈했어요. 원래 이 창고를 알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양지리의 다른 빈집을 보러 왔다가 이장님이 “안 쓰는 창고도 있는데, 한번 보기나 할래요?”라는 제안으로 창고를 만났죠. 보자마자 반했어요. 바로 “여기다!” 싶었죠.
창고를 리모델링하겠다는 콘셉트를 잡자마자 텀블벅으로 런칭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이 누구일지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했죠. 그냥 ‘아마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가설로 시작했달까요. 텀블벅에서 43분이 펀딩을 해주셨고 두 분씩 오셨으니 약 86명 정도가 양지리 영화관을 오셨죠. 그분들을 파악해 보았어요. 어떤 사람들이고 누구와 왔고, 대중교통은 무엇을 이용했는지. 이런 패턴을 파악해 보니 어느 정도 설계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잠시 문을 닫고 리뉴얼을 하고 있어요.
* 인터뷰 당시 재정비 중이던 양지리 창고는 현재 재개장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뭔가 새로운 세계로 오는 것 같았대요. 너무 느낌이 좋았는데,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는 거예요. 온라인, 디지털 기기가 흐름을 망친 거죠. 원래는 양지리 창고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손님이 자율적으로 OTT와 음악 플랫폼을 쓰도록 했거든요. 편리하긴 하지만 이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리뉴얼에서는 아날로그한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뭐 추천해 줄 거 있나요.’라는 피드백도 아주 많았어요. 또 6시간을 빌렸지만 3시간만 있다 가시는 분들도 있었죠.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고민해 보니, 양지리 창고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아주 적더군요. 영화를 봐도 영화관만큼의 퀄리티가 나진 않고. 책을 읽어도 꼭 이곳에서 읽을 이유가 있지 않고. 아예 진짜 확실한 콘텐츠, 그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큐레이션을 하기로 했죠. 첫 시즌의 키워드를 ‘시작’으로 잡았어요. ‘ 프란시스 하 ’라는 영화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영화 등 세 편의 영화 큐레이션과 관련된 세 권의 책, 세 장의LP. 이렇게 큐레이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뭔가 새로운 세계로 오는 것 같았대요. Ⓒ탐방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진짜 무궁무진하잖아요.
사업은 2019년 6월에 시작했어요. 당시에도 농촌이 지향점이긴 했지만,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델이었어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으로, 여행객과 농장을 매칭하는 사업이었죠. 결과적으로 잘 안됐어요.(웃음) 지속이 안 되더라고요. 여행객은 여행으로 생각하고 오는데 농장 일이 꽤 힘들고요. 농장주 입장에서는 전문 인력이 아니니까 실수가 너무 잦아 힘들죠. 판매하는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품질이 낮아지는 거니까요. 한 10개월 정도 해보고, 피보팅(pivoting)*을 했어요.
* 피보팅(pivoting)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사업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때 낭만농객으로 회사 이름도 바꾸었죠. 이름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좀 더 보편적인 농촌 여행 플랫폼으로 변화했어요. 숙박과 체험을 함께 연계하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농촌 여행시장의 규모가 참 작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수수료를 많이 받아도 자생할 수 없는 구조인 거예요. 또 한 번, 피보팅을 했습니다.(웃음)
지금의 공간 업사이클링(upcycling)이죠. 지역에서 방치되는 공간을 브랜딩 해서 관광이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양지리 창고이고요. ‘여행 플랫폼을 하다가 공간?’이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결이 같다고 생각해요. 사업 초기에 여행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했던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너무 좁은 범위에 한정을 지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진짜 무궁무진하잖아요. 이제, 여행의 방식도 다양하고요. 여행 산업에 있다는 것이 공간 개발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아티스트 노래가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는데, 여행 스타트업하면 그렇게 폭넓게 생각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의 일을 로컬 매니지먼트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로컬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사실, 전문성이 필요하긴 하죠. 사업적인 측면 외에도 지역이나 공간, 디자인, 콘텐츠. 여러 가지 면에서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문적이진 않아요.(웃음) 그렇지만 그만큼 유연하죠. 로컬 매니지먼트는 범위가 굉장히 넓고 어떻게 보면 의미도 두루뭉술하죠. 그런 면에서 정확한 의도와 진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해요.
양지리 창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나 숙박, 요리 등을 넣어가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서울에서 거리가 있는 지역은 단 하나의 공간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은 철원 오덕리에 양촌약방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어요. 독립 책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사업성을 확인하는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기능으로 변경될 수도 있죠.(웃음) 공사는 한 8월쯤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기가 동송 터미널에서 걸어서 한 10분 걸리거든요. 양촌약방이 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이 함께 올 수 있는 허브 공간이 될 것 같아요. 그곳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된다면 클러스터가 되겠죠.
간판은 절대 안 뗄 거예요. 간판 때문에 선택했거든요. Ⓒ낭만농객
저희 팀이 피보팅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옛날에는 피보팅 했다고 말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어요. 지조 없는 것 같고,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유연하다는 것이고 스스로도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한 단계씩 계속 성장하였고요. 지금도 낭만농객의 사업 확장과 전환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지금 낭만농객의 페르소나는 저예요.
저도 그렇고, 팀원 모두가 로컬 라이프를 굉장히 좋아해요. 번잡한 서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벗어나고 싶은 꿈이 항상 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살면서, 메이저의 일을 하거나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하는 룰이 있잖아요. 정말 당연하게. 저도 그 룰에 탑승한 거죠. 하지만, 정말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출 때까지만 서울에 있고, 그 이후부터는 로컬에 살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것을 실행하는 와중이고요. 로컬에 살겠다는 의미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건 아니에요. 진짜 노마드가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낭만농객의 페르소나는 저예요. 나 같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 거죠.
인디언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전생에 아메리카 네이티브. 인디언이었을 거야.’라고 말할 정도죠. 인디언들은 하얀 자기 집을 들고 다니면서 유목해요.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만 생활하죠. 살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취한다고 해요. 해친 동물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요. 그런 문화가 참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재밌어서, 관심이 갔는데 깊게 보다 보니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지더라고요.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나중에 사업을 안 하면 스님을 할까? (웃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자연에서 진짜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낭만농객의 사업 방향도 약간 그런 계열로 가는 것 같고요.
고립된 삶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이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두 가지 명확한 꿈이 있어요. 첫 번째는 스페이스X를 타고 우주에 가는 거예요. 이건 조만간 될 것 같아요.(웃음) 두 번째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산에, 제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고립되고 싶어요. 통신을 다 끊고요. 너무 이상한가요?(웃음)
나 같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 거죠. Ⓒ탐방
로컬지향자.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수완님과의 만남 뒤, 탐방은 그동안 로컬지향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로컬지향자는 E! 외향적일 것이라는 편견이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자극이 활기를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버겁고 힘들 때 우리는 떠나고 싶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고립을 꿈꾸는 I, 로컬지향자 수완님이 만드는 철원의 클러스터가 궁금해집니다.
로컬에서의 삶, 수완님과의 대화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