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 | 허지수 (오후서재)
인터뷰 ep.57
탐방러님은 어디서 자랐나요? 저는 일산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간 동네는 이곳저곳이 공사장이었죠. 하지만 고학년이 되자, 동네는 건물로 가득 찼고 새 학기가 될 때마다 반도 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15반까지 생겼다니까요. (・ω・)و✧ 이런 제가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책방에 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강한 동질감을 느끼며 지수님을 만나러 오후서재로 향했어요.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첫 직장이 왕십리였는데요.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어요. 두 번째 직장은 종로, 다음엔 파주출판단지로 출퇴근했어요. 장소가 바뀌어도 출퇴근은 여전히 힘들더라고요. 출퇴근도 문제지만, 스스로 회사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걸 점차 깨달았고요. 그럼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꽤 오래 고민했고 나름의 탄탄한 근거를 모아 선택한 게 책방이에요. 옛날부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갖기였거든요. 음악이나 미술적 재능은 없는데, 글은 우리가 리포트나 일기를 써본 경험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책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고 독립 출판에 대해서 배우면서 책을 만들었어요. 그 경험으로 출판사 마케터로 취직했고요. 그리고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열게 된 거죠.
동네에 책방을 차린 특별한 이유나 포부는 없었어요.(웃음) 유동 인구가 많은 밤리단길*을 가장 먼저 고려했지만, 권리금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기라 위험부담은 더 크더라고요. 때마침 여기 공간이 비워져, 일단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정말, 8살 때부터 살아온 동네에 책방을 열게 된 거죠.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탐방
많지만 적은, 가깝지만 먼, 그런 곳.
오후서재에는 프리랜서가 주로 오세요. 책방지기이긴 하지만, 저도 강연이나 기획 일이 별도로 있는 프리랜서거든요. 혼자 일을 할 때 한없이 늘어지는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또 타인의 눈에는 어떻게 평가가 되는지 궁금할 거예요. 그래서 ‘슬기로운 프리랜서 생활’(‘슬프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들의 주간회의 모임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서로 업무를 나누고 도움을 주는 자리죠.
꼭 프리랜서만 방문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오후서재를 가장 필요로 했던 분들이 프리랜서였던 거죠. 일산이 서울에 가까운 도시다 보니, 인구는 많지만, 생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정말 ‘잠만 자는 도시’, 베드타운(bed town)이죠. 청년일수록 더 심하고요. 그래서 이 도시에서 주로 생활하는 청년은 프리랜서가 많은 것 같아요. 반면 그래서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도 있고요. 오후서재가 그런 분들에게 소통의 창구, 휴식처였으면 좋겠어요.
수도권은 사각지대라 생각해요. 서울 중심 생활권, 수도권이 어떻게 지방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가장 소외될 수 있는 사각지대거든요. 서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방으로 쳐주지도 않으니까요. 인구수로만 보면, 고양시는 너무 긍정적인 도시예요. 인구가 계속 늘어, 특례시*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살기만 고양시에 살지, 여러 가지 경제활동은 서울에서 하고 있어요. 고양시 같은 수도권 도시, 특히 신도시야말로 지역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도시민이 진정으로 정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로컬 콘텐츠 사업이 절실한 곳이 수도권일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로컬 콘텐츠 사업을 지원하려 해도 자격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고양시에는 사람이 많이 사니까요. 그래서 신도시를 위한, 일산을 위한 로컬 콘텐츠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신도시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는 오후서재 책방지기 지수님 ©탐방
미래에는 문화유산이 되지 않을까요?
신도시의 로컬 콘텐츠, 정말 어렵더라고요. 로컬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만, 일산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가 너무 없었어요. 대부분 로컬 콘텐츠에서 주로 다루는 게, 역사, 음식, 휴양이잖아요. 하지만, 일산은 말 그대로 신도시, 새롭게 도시를 세워버렸으니 역사랄게 없죠. 음식도 그래요. 고양시 특산물 중 하나가 열무인데요. 만약에 강원도 열무와 일산 열무가 있다면 뭐 드시겠어요?(웃음) 열이면 열, 강원도 열무 아닐까요? 도시 이미지가 강해서 친환경적인 로컬 푸드도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유명한 바다와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이곳에는 어떤 값진 게 있을까 고민했고, 떠오른 건 ‘사람’이었어요. 전국의 부동산은 많지만, 우리 옆집에 있는 까치 부동산 아주머니는 여기밖에 없잖아요. 또 이들이 살면서 만든 게 이 도시의 음식이고, 문화고, 40년의 역사니까요. 현재를 잘 남겨놓으면 미래에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때 일산이라는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이렇게 살았대. 그리고 거기서 자라난 아이들이 일산과 일산의 사람을 기록해 놓은 거래.”하고요.
까치 부동산 옆 오후서재 ©탐방
앞으로 신도시는 계속 생겨날 것이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든 건 일산을 담은 책이지만, 분당 신도시키드도 있고, 평촌 신도시키드, 동탄 신도시키드, 계속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신도시키드의 후속판을 내고 싶어요. 그게 일산일 수도, 또 다른 신도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렇게 하나하나, 신도시 이야기가 많아질 수록, 더 많은 신도시키드가 그 지역에 남아 일하고, 즐기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로마는 완전 신도시에요’ 이집트 전문가 곽민수 소장이 침착맨 유튜브에서 한 말이에요. 이집트가 도시를 만들고 몇 천 년 후에야 로마가 세워졌으니 이집트 사람들이 볼 때 로마는 신도시였다는 거죠. 지금의 신도시를 기록하는 게 훗날에는 멋진 문화유산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수님에게 딱! 맞는 이야기 같아요. 일산도, 로마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요? ٩('へ')و
지수님과 일산 토박이들이 기록한 📙신도시키드, 탐방에서 만나보세요.
고양특례시 | 허지수 (오후서재)
인터뷰 ep.57
탐방러님은 어디서 자랐나요? 저는 일산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간 동네는 이곳저곳이 공사장이었죠. 하지만 고학년이 되자, 동네는 건물로 가득 찼고 새 학기가 될 때마다 반도 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15반까지 생겼다니까요. (・ω・)و✧ 이런 제가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책방에 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강한 동질감을 느끼며 지수님을 만나러 오후서재로 향했어요.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첫 직장이 왕십리였는데요.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어요. 두 번째 직장은 종로, 다음엔 파주출판단지로 출퇴근했어요. 장소가 바뀌어도 출퇴근은 여전히 힘들더라고요. 출퇴근도 문제지만, 스스로 회사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걸 점차 깨달았고요. 그럼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꽤 오래 고민했고 나름의 탄탄한 근거를 모아 선택한 게 책방이에요. 옛날부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갖기였거든요. 음악이나 미술적 재능은 없는데, 글은 우리가 리포트나 일기를 써본 경험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책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고 독립 출판에 대해서 배우면서 책을 만들었어요. 그 경험으로 출판사 마케터로 취직했고요. 그리고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열게 된 거죠.
동네에 책방을 차린 특별한 이유나 포부는 없었어요.(웃음) 유동 인구가 많은 밤리단길*을 가장 먼저 고려했지만, 권리금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기라 위험부담은 더 크더라고요. 때마침 여기 공간이 비워져, 일단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정말, 8살 때부터 살아온 동네에 책방을 열게 된 거죠.
* 밤리단길은 일산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곳으로, 밤가시마을에 있어요.
8살 때부터 살아온 마을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탐방
많지만 적은, 가깝지만 먼, 그런 곳.
오후서재에는 프리랜서가 주로 오세요. 책방지기이긴 하지만, 저도 강연이나 기획 일이 별도로 있는 프리랜서거든요. 혼자 일을 할 때 한없이 늘어지는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또 타인의 눈에는 어떻게 평가가 되는지 궁금할 거예요. 그래서 ‘슬기로운 프리랜서 생활’(‘슬프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들의 주간회의 모임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서로 업무를 나누고 도움을 주는 자리죠.
꼭 프리랜서만 방문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오후서재를 가장 필요로 했던 분들이 프리랜서였던 거죠. 일산이 서울에 가까운 도시다 보니, 인구는 많지만, 생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정말 ‘잠만 자는 도시’, 베드타운(bed town)이죠. 청년일수록 더 심하고요. 그래서 이 도시에서 주로 생활하는 청년은 프리랜서가 많은 것 같아요. 반면 그래서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도 있고요. 오후서재가 그런 분들에게 소통의 창구, 휴식처였으면 좋겠어요.
수도권은 사각지대라 생각해요. 서울 중심 생활권, 수도권이 어떻게 지방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가장 소외될 수 있는 사각지대거든요. 서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방으로 쳐주지도 않으니까요. 인구수로만 보면, 고양시는 너무 긍정적인 도시예요. 인구가 계속 늘어, 특례시*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살기만 고양시에 살지, 여러 가지 경제활동은 서울에서 하고 있어요. 고양시 같은 수도권 도시, 특히 신도시야말로 지역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도시민이 진정으로 정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로컬 콘텐츠 사업이 절실한 곳이 수도권일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로컬 콘텐츠 사업을 지원하려 해도 자격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고양시에는 사람이 많이 사니까요. 그래서 신도시를 위한, 일산을 위한 로컬 콘텐츠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 특례시는 광역시를 제외하고 1백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로, 수원, 고양, 용인, 창원뿐이에요. 더 자세한 내용은 탐방 로컬골든벨 🔗대도시를 넘어 특례시로를 확인해 보세요.
신도시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는 오후서재 책방지기 지수님 ©탐방
미래에는 문화유산이 되지 않을까요?
신도시의 로컬 콘텐츠, 정말 어렵더라고요. 로컬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만, 일산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가 너무 없었어요. 대부분 로컬 콘텐츠에서 주로 다루는 게, 역사, 음식, 휴양이잖아요. 하지만, 일산은 말 그대로 신도시, 새롭게 도시를 세워버렸으니 역사랄게 없죠. 음식도 그래요. 고양시 특산물 중 하나가 열무인데요. 만약에 강원도 열무와 일산 열무가 있다면 뭐 드시겠어요?(웃음) 열이면 열, 강원도 열무 아닐까요? 도시 이미지가 강해서 친환경적인 로컬 푸드도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유명한 바다와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이곳에는 어떤 값진 게 있을까 고민했고, 떠오른 건 ‘사람’이었어요. 전국의 부동산은 많지만, 우리 옆집에 있는 까치 부동산 아주머니는 여기밖에 없잖아요. 또 이들이 살면서 만든 게 이 도시의 음식이고, 문화고, 40년의 역사니까요. 현재를 잘 남겨놓으면 미래에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때 일산이라는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이렇게 살았대. 그리고 거기서 자라난 아이들이 일산과 일산의 사람을 기록해 놓은 거래.”하고요.
까치 부동산 옆 오후서재 ©탐방
앞으로 신도시는 계속 생겨날 것이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든 건 일산을 담은 책이지만, 분당 신도시키드도 있고, 평촌 신도시키드, 동탄 신도시키드, 계속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신도시키드의 후속판을 내고 싶어요. 그게 일산일 수도, 또 다른 신도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렇게 하나하나, 신도시 이야기가 많아질 수록, 더 많은 신도시키드가 그 지역에 남아 일하고, 즐기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로마는 완전 신도시에요’ 이집트 전문가 곽민수 소장이 침착맨 유튜브에서 한 말이에요. 이집트가 도시를 만들고 몇 천 년 후에야 로마가 세워졌으니 이집트 사람들이 볼 때 로마는 신도시였다는 거죠. 지금의 신도시를 기록하는 게 훗날에는 멋진 문화유산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수님에게 딱! 맞는 이야기 같아요. 일산도, 로마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요? ٩('へ')و
지수님과 일산 토박이들이 기록한 📙신도시키드, 탐방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