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 이수진, 김희송 (오늘과 내일)
인터뷰 ep.54
“작은 시골 동네에 한 부부가 책과 빵을 팔고 있는 가게가 있어요.” 제보 아닌 제보를 듣고, 그 부부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항상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골 가게인데요, 뭐. 평일 영업시간이면 언제든 괜찮아요.”라는 김인턴님의 말만 믿고 연천 대광리로 향했어요. 마을도, 가게이자 생활 공간인 집 앞도 한적하니 좋더라고요.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지, 뭐예요. 꽤 많은 손님이 가게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도란도란 대화하고,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계시더라고요. 이게 어찌된 일이냐는 물음에, “여러분이, 손님을 몰고 오셨나 봐요.” 빙그레 웃으며 인사하는 부부를 보니, 왠지 이 시골의 작은 가게를 찾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어요. 이대표(이수진)와 김인턴(김희송)님과의 대화를 전해요.
오늘과 내일의 이대표와 김인턴 Ⓒ탐방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귀촌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이 그러겠지만, 서울에서 오래 살다 보니 스스로 좀 사나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바쁘고 경쟁적인 일상에 지치기도 했고요. 그래서 삶의 공간이 도시에서 로컬로 이렇게 옮겨진다면 내적인 부대낌이 좀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당시가 두 사람 모두 직업적으로 다음 단계로 올라서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그다음 계단이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누구나 인생에서 분기점 같은 순간 있잖아요. 저희한테는 바로 이때라는 느낌이었죠.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그렇게 귀촌을 결정했죠.
연천이라는 지역을 택한 건, 말하기 민망하지만, 저희 부부가 가지고 있는 가치 지향 때문이에요. 개인의 삶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도 평화를 만들고 느끼며 살아가자는 것을 인생의 지향으로 삼고 있거든요. 귀촌을 결정하고 평화를 가장 가시적으로 구현해 볼 수 있는 곳은 접경지역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가장 갈등이 큰 지역으로 가보자. 그리고 거기서 더불어 사는 삶을 좀 해본다면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는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했던 거죠.(웃음) 강원도는 왠지 관광지의 느낌이 크게 들었고 경기도에서 최북단은 연천, 파주인데 파주는 너무 도시 같았고요. 그에 비해, 연천은 더 소외된 지역 같다는 생각에 바로 결정했죠. 약간 무모했던 것 같아요. 2016년에 귀촌을 결정하고 바로 다음 해, 연천으로 이사를 왔으니까요.(웃음)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탐방
연천에서는 서울에서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역을 탐방하면서 지역에서 해볼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고자 했죠. 그러다 지역 농산물로 먹거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취업을 했어요. 그곳에서 제빵 기술도 배웠으니, 연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도, 지금 오늘과 내일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그 회사 덕분이에요.
회사 초창기에는 주민들하고 마을 잔치도 열고 봉사도 많이 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고용해야 하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좀 약해졌어요. 당연한 거죠, 기업이 운영되어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했고 내부 논의 중에 작은 단위라면, 조금 더 유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죠. 그때 “그럼, 우리가 나가서 해보겠습니다”하고 저희가 나왔어요.
우리가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어요
그때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다른 데로 가서 다른 걸 생각해 보느냐, 연천에 쭉 있어 볼까? 고민하다 연천에 계속 있자는 결론이 냈을 쯤이에요. 처음에는 연천 초입에 살았는데, 더 오래 있을 거니 우리가 정주할 곳을 찾아보자 싶었어요. 이왕 연천으로 온 거 더 깊숙하게 들어오자 제일 깊숙한 마을로 온 것이죠. 지금 있는 대광리보다 더 깊은 그러니까 더 북쪽 마을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마을 단위가 아주 작아요. 저희는 마을 사람들과 더 다양한 소통을 원하니 조금 더 큰 마을이라 할 수 있는 대광리를 택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책방과 카페를 하겠다고 이 집을 택한 건 아니었어요. 정말 우리가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던 거죠. 하지만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회사를 나와서, 더 유연하게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업을 찾게 되었고 둘이 함께 이 집에서 작게 시작해보자 했던 거죠. 실패해도 여긴 우리 집이니까요.(웃음) 책방과 카페,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금의 형식을 만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어떻게 하면 로컬에서 지속 가능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유는 도시 생활의 피로함을 어떻게 해소하고 다독일 수 있을까 였어요. 첫 번째는 우리 부부의 삶을 안전하게 꾸려가는 것, 두 번째는 우리가 연천에 온 이유이자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관련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던 거죠 Ⓒ탐방
먼저, 로컬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저희는 경제 규모를 줄이기로 했어요. 도시에서와 똑같은 속도와 모양으로 살아간다면 지출도 많게 되고 그러면 소득이 더 많이 필요하죠. 근데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어요. 조금 느린 속도로 지역하고 호흡하면서 살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그럼 적은 수입원으로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게 소비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할 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거니까 별다른 바가 없기는 했어요. 일하는 형태가 달라진 거고 일하는 장소가 달라졌던 것뿐이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와 비교해서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아지진 않았어요. 똑같이 8시간을 근무하는 직장인이니까요. 이렇게 계속 살아가면 언젠가는 연천에서도 지치는 순간이 올 것 같았죠.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던 거예요. 적은 일을 하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죠.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만하면 넉넉하다 Ⓒ탐방
또, 저희 부부가 도시의 삶에 지쳐 귀촌을 결정한 만큼, 다른 도시민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생각한 게, 여행자의 숙소였죠. 어떤 이유든 지쳐있거나 쉼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하여 작은 여행자의 방을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제가 바깥에서 일을 하는 게 맞지 않겠더라고요. 처음에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숙소를 찾는 분들에게 그냥 오로지 공간만을 열어둘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그분들과의 교감이 아무래도 밀도가 약해질 것 같았죠. 결국 자영업을 선택해야겠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두려웠어요. 저희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고 실제로 연천의 깊은 마을에서 잘 운영이 될지 의문도 많았고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죠. 소득이 낮으면 소비를 줄이면 돼.(웃음)
그럼 무슨 자영업을 할까, 다행히 바로 직전에 빵을 만드는 기술을 배웠잖아요. 게스트하우스의 손님이 먹을 빵을 만들고 또, 그걸 팔 수도 있겠다 싶었죠. 다행히 이 곳, 대광리에 빵집이 없었어요. 동네 빵집을 해야겠다 싶었죠. 책방은 저희 둘 다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작더라도 평화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연천에 왔으니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택한 거였어요. 책이라는 매체가 도시의 소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느림 삶에 맞기도 하고요. 그렇게 오늘과 내일을 벌써 4년째 운영하고 있네요. 책과 빵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없어도 되는, 문화생활이라 경기가 안 좋으면 제일 빠르게 타격을 받는데, 그래도 만 3년 동안 잘 버텨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만하면 넉넉하다 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손님들이 저희 공간에 오래 머물다 가시기를 바라요. 오시는 분들도 많지 않으니까요.(웃음) 이름도 여쭙고 어떤 사연으로 오게 됐는지 묻기도 하고요. 그렇게 대화하면 다음에 오셨을 때, 저희도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손님과 친구가 되고요. 외지에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연천 주민이세요. 근데, 연천이 생각보다 엄청 넓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동네 분들은 아니죠. 처음에 저희는 동네 가게가 되고 싶었잖아요.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긴 하지만, 아쉽게도 동네 어르신들은 이곳을 조금 낯설어하세요. 저희가 김장철에 김치를 너무 많이 얻어먹어서 감사한 마음에 빵을 가져다드리면, 이거 돈 주고 파는 건데 왜 갖고 오냐 고 하세요. 사드시지 않더라도 편하게 가게에 오셔서 이야기도 하고 쉬다 가시면 좋을 것 같은데,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고요. 어떻게 하면 동네 분들이 오고 가다가 쉽게 들어오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는 중이에요.
자연스럽게 손님과 친구가 되고요 Ⓒ탐방
이제는 여기서 평생 살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만인 것 같아요. 처음에 귀촌을 택하고 바로, 연천하고 무모하게 내려왔을 때와 많이 변했죠.(웃음) 되도록 오래 이 집에서 머물고 싶지만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빵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고 여기서 사람들을 만들 수 있을까 확신하지는 못해요. 다만,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 로컬에서 도시의 속도보다는 조금 더 느린 템포로 살고 싶다. 지쳐 있는 여행자에게 공간과 시간을 준비해 드리고 싶다, 이런 마음을 중심에 두는 거죠. 이러한 저희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다면 형식은 바뀔 수도 있겠다 싶어요. 책방, 빵집,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 이 형태가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의 일상에서도 유연함은 중요해요. 빵집은 사실 꽤 많은 노동이 필요해요. 오늘 빵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새벽 3시 반부터 만들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영업이 시작되면, 소소하게 쉬다가 책도 보고, 책방 주문 업무, 결재, 커피도 중간중간 만들고요. 빵을 만드는 시간 이후 시간까지 노동시간이라고 한다면 과로 중이지만, 저는 그 이후 시간을 생활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절하고 아주 보람찬 노동시간이라 생각해요. 특히 저는 혼자 빵을 만드는 새벽 시간을 참 좋아하거든요. 책상에 앉아서 일하던 서울에서는 몰랐던 노동의 즐거움이죠.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재미, 보람, 그 가치가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느린 템포로 살고 싶다 Ⓒ탐방
이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삶의 공간을 로컬로 과감하게 옮기는 걸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와보니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풍성한 것들이 너무 많고 관계망도 더 넓어졌거든요. 무엇보다 삶의 압박이 많이 낮아지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물론, 서울보다 더 많은 자극은 없어요. 그때는 가끔 서울로 나가서 전시도, 공연도 보고 즐기고 오면 되죠. 지금 저희는 가장 큰 장벽인 먹고 사는 문제를 실험하고 있는 거예요. 로컬에 이런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고 제안하기보다는 이 정도의 소득 수준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이 정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찾아볼 수 있다는 건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평생 직장, 평생 고용은 없잖아요.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다면, 로컬에 와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삶의 공간을 로컬로 과감하게 옮기는 걸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탐방
연천으로 귀촌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김인턴님은 참 많이 부끄러워하셨어요. 평화를 지향한다는 게,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들릴 것 같다고요. 하지만 두 분을 만나 대화하며 느꼈답니다. 두 분을 정말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구나. 사람들이 이 시골 가게를 찾는 이유는 아마도 평화로움, 따스함을 느끼기 위함이겠구나. 다음에는 편안하게 쉬고 대화하고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맛보러 오늘과 내일로 향해보려고요. 그럼, 이대표님, 김인턴님과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겠죠?
경기도 연천 | 이수진, 김희송 (오늘과 내일)
인터뷰 ep.54
“작은 시골 동네에 한 부부가 책과 빵을 팔고 있는 가게가 있어요.” 제보 아닌 제보를 듣고, 그 부부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항상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골 가게인데요, 뭐. 평일 영업시간이면 언제든 괜찮아요.”라는 김인턴님의 말만 믿고 연천 대광리로 향했어요. 마을도, 가게이자 생활 공간인 집 앞도 한적하니 좋더라고요.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지, 뭐예요. 꽤 많은 손님이 가게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도란도란 대화하고,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계시더라고요. 이게 어찌된 일이냐는 물음에, “여러분이, 손님을 몰고 오셨나 봐요.” 빙그레 웃으며 인사하는 부부를 보니, 왠지 이 시골의 작은 가게를 찾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어요. 이대표(이수진)와 김인턴(김희송)님과의 대화를 전해요.
오늘과 내일의 이대표와 김인턴 Ⓒ탐방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귀촌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이 그러겠지만, 서울에서 오래 살다 보니 스스로 좀 사나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바쁘고 경쟁적인 일상에 지치기도 했고요. 그래서 삶의 공간이 도시에서 로컬로 이렇게 옮겨진다면 내적인 부대낌이 좀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당시가 두 사람 모두 직업적으로 다음 단계로 올라서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그다음 계단이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누구나 인생에서 분기점 같은 순간 있잖아요. 저희한테는 바로 이때라는 느낌이었죠.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그렇게 귀촌을 결정했죠.
연천이라는 지역을 택한 건, 말하기 민망하지만, 저희 부부가 가지고 있는 가치 지향 때문이에요. 개인의 삶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도 평화를 만들고 느끼며 살아가자는 것을 인생의 지향으로 삼고 있거든요. 귀촌을 결정하고 평화를 가장 가시적으로 구현해 볼 수 있는 곳은 접경지역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가장 갈등이 큰 지역으로 가보자. 그리고 거기서 더불어 사는 삶을 좀 해본다면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는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했던 거죠.(웃음) 강원도는 왠지 관광지의 느낌이 크게 들었고 경기도에서 최북단은 연천, 파주인데 파주는 너무 도시 같았고요. 그에 비해, 연천은 더 소외된 지역 같다는 생각에 바로 결정했죠. 약간 무모했던 것 같아요. 2016년에 귀촌을 결정하고 바로 다음 해, 연천으로 이사를 왔으니까요.(웃음)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지금이겠구나 Ⓒ탐방
연천에서는 서울에서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역을 탐방하면서 지역에서 해볼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고자 했죠. 그러다 지역 농산물로 먹거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취업을 했어요. 그곳에서 제빵 기술도 배웠으니, 연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도, 지금 오늘과 내일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그 회사 덕분이에요.
회사 초창기에는 주민들하고 마을 잔치도 열고 봉사도 많이 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고용해야 하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좀 약해졌어요. 당연한 거죠, 기업이 운영되어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했고 내부 논의 중에 작은 단위라면, 조금 더 유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죠. 그때 “그럼, 우리가 나가서 해보겠습니다”하고 저희가 나왔어요.
우리가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어요
그때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다른 데로 가서 다른 걸 생각해 보느냐, 연천에 쭉 있어 볼까? 고민하다 연천에 계속 있자는 결론이 냈을 쯤이에요. 처음에는 연천 초입에 살았는데, 더 오래 있을 거니 우리가 정주할 곳을 찾아보자 싶었어요. 이왕 연천으로 온 거 더 깊숙하게 들어오자 제일 깊숙한 마을로 온 것이죠. 지금 있는 대광리보다 더 깊은 그러니까 더 북쪽 마을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마을 단위가 아주 작아요. 저희는 마을 사람들과 더 다양한 소통을 원하니 조금 더 큰 마을이라 할 수 있는 대광리를 택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책방과 카페를 하겠다고 이 집을 택한 건 아니었어요. 정말 우리가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던 거죠. 하지만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회사를 나와서, 더 유연하게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업을 찾게 되었고 둘이 함께 이 집에서 작게 시작해보자 했던 거죠. 실패해도 여긴 우리 집이니까요.(웃음) 책방과 카페,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금의 형식을 만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어떻게 하면 로컬에서 지속 가능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유는 도시 생활의 피로함을 어떻게 해소하고 다독일 수 있을까 였어요. 첫 번째는 우리 부부의 삶을 안전하게 꾸려가는 것, 두 번째는 우리가 연천에 온 이유이자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관련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머물, 우리의 집을 찾았던 거죠 Ⓒ탐방
먼저, 로컬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저희는 경제 규모를 줄이기로 했어요. 도시에서와 똑같은 속도와 모양으로 살아간다면 지출도 많게 되고 그러면 소득이 더 많이 필요하죠. 근데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어요. 조금 느린 속도로 지역하고 호흡하면서 살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그럼 적은 수입원으로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게 소비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할 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거니까 별다른 바가 없기는 했어요. 일하는 형태가 달라진 거고 일하는 장소가 달라졌던 것뿐이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와 비교해서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아지진 않았어요. 똑같이 8시간을 근무하는 직장인이니까요. 이렇게 계속 살아가면 언젠가는 연천에서도 지치는 순간이 올 것 같았죠.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던 거예요. 적은 일을 하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죠.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만하면 넉넉하다 Ⓒ탐방
또, 저희 부부가 도시의 삶에 지쳐 귀촌을 결정한 만큼, 다른 도시민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생각한 게, 여행자의 숙소였죠. 어떤 이유든 지쳐있거나 쉼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하여 작은 여행자의 방을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제가 바깥에서 일을 하는 게 맞지 않겠더라고요. 처음에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숙소를 찾는 분들에게 그냥 오로지 공간만을 열어둘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그분들과의 교감이 아무래도 밀도가 약해질 것 같았죠. 결국 자영업을 선택해야겠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두려웠어요. 저희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고 실제로 연천의 깊은 마을에서 잘 운영이 될지 의문도 많았고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죠. 소득이 낮으면 소비를 줄이면 돼.(웃음)
그럼 무슨 자영업을 할까, 다행히 바로 직전에 빵을 만드는 기술을 배웠잖아요. 게스트하우스의 손님이 먹을 빵을 만들고 또, 그걸 팔 수도 있겠다 싶었죠. 다행히 이 곳, 대광리에 빵집이 없었어요. 동네 빵집을 해야겠다 싶었죠. 책방은 저희 둘 다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작더라도 평화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연천에 왔으니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택한 거였어요. 책이라는 매체가 도시의 소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느림 삶에 맞기도 하고요. 그렇게 오늘과 내일을 벌써 4년째 운영하고 있네요. 책과 빵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없어도 되는, 문화생활이라 경기가 안 좋으면 제일 빠르게 타격을 받는데, 그래도 만 3년 동안 잘 버텨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만하면 넉넉하다 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손님들이 저희 공간에 오래 머물다 가시기를 바라요. 오시는 분들도 많지 않으니까요.(웃음) 이름도 여쭙고 어떤 사연으로 오게 됐는지 묻기도 하고요. 그렇게 대화하면 다음에 오셨을 때, 저희도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손님과 친구가 되고요. 외지에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연천 주민이세요. 근데, 연천이 생각보다 엄청 넓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동네 분들은 아니죠. 처음에 저희는 동네 가게가 되고 싶었잖아요.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긴 하지만, 아쉽게도 동네 어르신들은 이곳을 조금 낯설어하세요. 저희가 김장철에 김치를 너무 많이 얻어먹어서 감사한 마음에 빵을 가져다드리면, 이거 돈 주고 파는 건데 왜 갖고 오냐 고 하세요. 사드시지 않더라도 편하게 가게에 오셔서 이야기도 하고 쉬다 가시면 좋을 것 같은데,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고요. 어떻게 하면 동네 분들이 오고 가다가 쉽게 들어오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는 중이에요.
자연스럽게 손님과 친구가 되고요 Ⓒ탐방
이제는 여기서 평생 살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만인 것 같아요. 처음에 귀촌을 택하고 바로, 연천하고 무모하게 내려왔을 때와 많이 변했죠.(웃음) 되도록 오래 이 집에서 머물고 싶지만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빵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고 여기서 사람들을 만들 수 있을까 확신하지는 못해요. 다만,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 로컬에서 도시의 속도보다는 조금 더 느린 템포로 살고 싶다. 지쳐 있는 여행자에게 공간과 시간을 준비해 드리고 싶다, 이런 마음을 중심에 두는 거죠. 이러한 저희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다면 형식은 바뀔 수도 있겠다 싶어요. 책방, 빵집,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 이 형태가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의 일상에서도 유연함은 중요해요. 빵집은 사실 꽤 많은 노동이 필요해요. 오늘 빵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새벽 3시 반부터 만들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영업이 시작되면, 소소하게 쉬다가 책도 보고, 책방 주문 업무, 결재, 커피도 중간중간 만들고요. 빵을 만드는 시간 이후 시간까지 노동시간이라고 한다면 과로 중이지만, 저는 그 이후 시간을 생활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절하고 아주 보람찬 노동시간이라 생각해요. 특히 저는 혼자 빵을 만드는 새벽 시간을 참 좋아하거든요. 책상에 앉아서 일하던 서울에서는 몰랐던 노동의 즐거움이죠.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재미, 보람, 그 가치가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느린 템포로 살고 싶다 Ⓒ탐방
이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삶의 공간을 로컬로 과감하게 옮기는 걸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와보니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풍성한 것들이 너무 많고 관계망도 더 넓어졌거든요. 무엇보다 삶의 압박이 많이 낮아지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물론, 서울보다 더 많은 자극은 없어요. 그때는 가끔 서울로 나가서 전시도, 공연도 보고 즐기고 오면 되죠. 지금 저희는 가장 큰 장벽인 먹고 사는 문제를 실험하고 있는 거예요. 로컬에 이런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고 제안하기보다는 이 정도의 소득 수준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이 정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찾아볼 수 있다는 건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평생 직장, 평생 고용은 없잖아요.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다면, 로컬에 와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삶의 공간을 로컬로 과감하게 옮기는 걸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탐방
연천으로 귀촌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김인턴님은 참 많이 부끄러워하셨어요. 평화를 지향한다는 게,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들릴 것 같다고요. 하지만 두 분을 만나 대화하며 느꼈답니다. 두 분을 정말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구나. 사람들이 이 시골 가게를 찾는 이유는 아마도 평화로움, 따스함을 느끼기 위함이겠구나. 다음에는 편안하게 쉬고 대화하고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맛보러 오늘과 내일로 향해보려고요. 그럼, 이대표님, 김인턴님과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