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 박임자(탐조책방)
인터뷰 ep.63
탐조의 매력에 빠진 탐방, 기억하나요?(탐방레터를 통해 전국의 탐조스팟 9곳을 소개했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탐조, 사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대요. 출퇴근길, 운동하러 가는 길, 식사 후 산책길… 어디서든 귀를 기울이고 주위를 살피면, 이미 탐조는 시작. 탐조의 세계가 아직 낯설다면, 오늘 주인공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국내 1호 탐조전문 서점, 🦉탐조책방의 책방지기이자 생태문화기획자, 박임자 님을 만났어요.
왜 이걸 모르고 살았지?
2014년,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사 왔어요. 어머니 맹순 씨가 혼자 계시기도 하고, 언니가 근처에 괜찮은 집이 있으니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수원으로 왔죠. 이후 칠보 생태환경체험교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탐조 프로그램을 처음 경험했어요.
“왜 내가, 이걸 모르고 살았지?” 탐조를 경험하고 처음 든 생각이에요. 사실 산도 좋아하거든요. 산을 그렇게 자주 오르면서, 제대로 새를 본 적이 없다는 걸 탐조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깨달았어요. 새소리를 들어본 기억조차 없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어요. 그 충격이 거의 지진급이었달까요?(웃음) 그 후로 새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새를 보러 다니느라 너무 바빴을 정도로요.
새와 함께 삶이 달라졌어요. ©탐방
탐조를 하다보니, 굳이 새를 찾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우리 주변에 이미 새들이 가득하니까요. 우리가 관심이 없을 뿐이죠.(웃음) 아파트 단지에서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 맹순 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와 함께 탐조 모임을 꾸렸어요.
첫 번째 아파트 탐조가 기억나요. 아파트 단지 정원으로 나갔는데, 4시간이 훌쩍 지났지 뭐예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죠. 그렇게 1년 동안 관찰한 새가 무려 40종이 넘었어요. 다양한 새들을 만나다 보니, 이런 경험을 우리끼리만 간직하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파트 새지도(2020)를 만들었죠. 그림은 팔순의 어머니 맹순 씨에게 부탁드렸고요.
맹순 씨는 새를 관찰한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예요. 딸인 임자님이 탐조에 눈을 뜨면서, 어머니와 함께 탐조를 시작했죠. 그리고 그 새들을 그린 그림과 글귀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도 열고, 책도 발간하게 되었어요.
혼자만의 프로젝트였지만 이후 <아파트 탐조단>이란 이름도 생기고, 5년 전부터 네이처링*을 통해 활동을 기록하고 있어요. 온라인을 활용하니, 저희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아파트 탐조단>에 함께 해주셨어요. 한국 사람,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웃음)
아파트 탐조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아요. 주변에 논이 있느냐, 산이 있느냐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새들이 달라지죠. 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하다 보니, 자연 속 탐조보다 아파트 단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새의 종류는 확실히 적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탐조를 시작했을 때 3개월 만에 200종의 새를 관찰한 적도 있었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1년 동안 관찰한 새는 47종에 그쳤어요. 그럼에도, 아파트에서 ‘나그네새’처럼 보기 힘든 종도 발견하기도 해요.
결국, 관찰 기록의 차이는 얼마나 자주 나가 관찰했느냐에 달려 있어요. 도시의 새는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도시를 지나가는 나그네새(봄,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철새)가 약 150종에 이른다고 해요. 우리가 새를 못 본 이유는 새들이 밤에 이동하거나 관목 사이를 조용히 지나가버리기 때문인거죠.
책『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와 맹순 씨의 새그림 엽서 ©탐방
새를 좋아하니 탐조책방
책방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 시기에 참여했던 한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어요. 경기문화재단의 다사리문화기획학교라고 문화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1년 과정이었죠. 처음에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어요. 그때 멘토 선생님께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보세요”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당시 아파트 탐조에 열심이던 저는 자연스럽게 ‘탐조’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또, 당시에 함께했던 수강생 중 한 분이 가구 디자인을 하다가 책방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책방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가죽 공예까지 하고 계신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 한구석에, 욕망이 조금씩 샘솟았달까요? “나는 새를 좋아하니, 탐조책방을 하면 되겠네!”(웃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행동하면서 생각하는 타입이라, “일단 해보자”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1호 탐조전문 서점 '탐조책방' ©탐방
탐조책방은 탐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더 쉽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탐조를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죠. 수원의 여러 장소를 걸으며 새를 관찰하는 ‘새산책’, 전국의 탐조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탐조여행’, 탐조 지식을 나누는 온라인 강의도 진행해 왔어요. 특히, 새 전문가와 함께하는 온라인 강의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데, 그중 초등학생의 비율이 높아 전문가들도 종종 놀라곤 해요. 요즘 아이들이 탐조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조류학자를 꿈꾸는 어린 새싹들이 늘고 있거든요. 이런 아이들 덕분인지, 유명한 새박사님들도 흔쾌히 모임에 참여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과거에는 탐조가 전문 장비가 필요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사실 ‘탐조’라는 단어 자체가 다소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새산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외국에서도 버드워크(Bird Walk)라는 탐조 프로그램들이 많듯, 새와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한 거죠. 첫 번째 새산책 프로그램에서는 수원에서 탐조 모니터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역을 선정해, 3년 동안 네이처링에 기록을 남겼어요. 그 덕분인지 일월저수지가 책 『우리나라 탐조지 100』에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지금 바로 관찰해 보세요.
탐조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일단,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아 쌍안경 대신 눈 위에 대보세요. 평소에는 주변에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집중하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든 쌍안경을 통해 보면 시야가 좁아지면서 딱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사물이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죠. 그 상태로 주변을 살피다가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다 싶으면 그냥 가만히 바라보는 거예요. 새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거죠.
아파트 단지나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새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새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걸음을 멈추고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거죠. 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게 탐조의 시작이에요. 잘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내 주변에 새가 있구나”하고 느낀다면, 이미 탐조를 하고 있는 거예요.
탐조책방에서는 새와 관련된 책과 탐조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입문자에게는 탐조의 기본 도구인 쌍안경과 도감을 추천해요. 비싼 전문 장비나 촬영용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아요. 핸드폰과 쌍안경, 도감만 있으면 탐조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답니다.
참, 새그림 작가인 맹순 씨도 탐조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팔순의 할머니가 새를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탐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구나”하고 느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취미로 시작한 아파트 탐조가 엄마에게는 새로운 취미이자 직업이 되었고, 이제는 엄마 덕분에 제가 더 많은 탐조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제, 탐방 덕에 더 많은 탐조인, 탐조책방 손님이 생기는 건가요?(웃음)
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게 탐조의 시작이에요. ©탐방
탐조책방 덕분에 오랜 수수께끼도 풀렸어요. 무려 4년 동안 베란다 실외기를 찾아오던 친구가 ‘물까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걸 인사라고 믿었던 건 제 착각이었다는 것도요.😂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지신다고요? 탐방러님도 오늘부터 탐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때요? 🐦 주변에 새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의 산책이 두 배로 즐거워질 거예요.
수원 | 박임자(탐조책방)
인터뷰 ep.63
탐조의 매력에 빠진 탐방, 기억하나요?(탐방레터를 통해 전국의 탐조스팟 9곳을 소개했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탐조, 사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대요. 출퇴근길, 운동하러 가는 길, 식사 후 산책길… 어디서든 귀를 기울이고 주위를 살피면, 이미 탐조는 시작. 탐조의 세계가 아직 낯설다면, 오늘 주인공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국내 1호 탐조전문 서점, 🦉탐조책방의 책방지기이자 생태문화기획자, 박임자 님을 만났어요.
왜 이걸 모르고 살았지?
2014년,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사 왔어요. 어머니 맹순 씨가 혼자 계시기도 하고, 언니가 근처에 괜찮은 집이 있으니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수원으로 왔죠. 이후 칠보 생태환경체험교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탐조 프로그램을 처음 경험했어요.
“왜 내가, 이걸 모르고 살았지?” 탐조를 경험하고 처음 든 생각이에요. 사실 산도 좋아하거든요. 산을 그렇게 자주 오르면서, 제대로 새를 본 적이 없다는 걸 탐조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깨달았어요. 새소리를 들어본 기억조차 없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어요. 그 충격이 거의 지진급이었달까요?(웃음) 그 후로 새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새를 보러 다니느라 너무 바빴을 정도로요.
새와 함께 삶이 달라졌어요. ©탐방
탐조를 하다보니, 굳이 새를 찾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우리 주변에 이미 새들이 가득하니까요. 우리가 관심이 없을 뿐이죠.(웃음) 아파트 단지에서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 맹순 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와 함께 탐조 모임을 꾸렸어요.
첫 번째 아파트 탐조가 기억나요. 아파트 단지 정원으로 나갔는데, 4시간이 훌쩍 지났지 뭐예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죠. 그렇게 1년 동안 관찰한 새가 무려 40종이 넘었어요. 다양한 새들을 만나다 보니, 이런 경험을 우리끼리만 간직하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파트 새지도(2020)를 만들었죠. 그림은 팔순의 어머니 맹순 씨에게 부탁드렸고요.
혼자만의 프로젝트였지만 이후 <아파트 탐조단>이란 이름도 생기고, 5년 전부터 네이처링*을 통해 활동을 기록하고 있어요. 온라인을 활용하니, 저희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아파트 탐조단>에 함께 해주셨어요. 한국 사람, 대부분 아파트에 살잖아요?(웃음)
아파트 탐조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아요. 주변에 논이 있느냐, 산이 있느냐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새들이 달라지죠. 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하다 보니, 자연 속 탐조보다 아파트 단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새의 종류는 확실히 적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탐조를 시작했을 때 3개월 만에 200종의 새를 관찰한 적도 있었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1년 동안 관찰한 새는 47종에 그쳤어요. 그럼에도, 아파트에서 ‘나그네새’처럼 보기 힘든 종도 발견하기도 해요.
결국, 관찰 기록의 차이는 얼마나 자주 나가 관찰했느냐에 달려 있어요. 도시의 새는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도시를 지나가는 나그네새(봄,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철새)가 약 150종에 이른다고 해요. 우리가 새를 못 본 이유는 새들이 밤에 이동하거나 관목 사이를 조용히 지나가버리기 때문인거죠.
*네이처링은 온라인 기반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이에요. 휴대용 관찰기록장의 역할과 자연관찰에 대한 검색과 공유, 소통 도구의 역할을 하죠. 네이처링에 등록된 🔗아파트 탐조단의 활동은 2024년 12월 기준 463명이 참여해 전국의 아파트에서 12,729개의 관찰기록과 143종의 새를 관찰했어요.
책『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와 맹순 씨의 새그림 엽서 ©탐방
새를 좋아하니 탐조책방
책방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 시기에 참여했던 한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어요. 경기문화재단의 다사리문화기획학교라고 문화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1년 과정이었죠. 처음에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어요. 그때 멘토 선생님께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보세요”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당시 아파트 탐조에 열심이던 저는 자연스럽게 ‘탐조’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또, 당시에 함께했던 수강생 중 한 분이 가구 디자인을 하다가 책방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책방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가죽 공예까지 하고 계신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 한구석에, 욕망이 조금씩 샘솟았달까요? “나는 새를 좋아하니, 탐조책방을 하면 되겠네!”(웃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행동하면서 생각하는 타입이라, “일단 해보자”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1호 탐조전문 서점 '탐조책방' ©탐방
탐조책방은 탐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더 쉽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탐조를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죠. 수원의 여러 장소를 걸으며 새를 관찰하는 ‘새산책’, 전국의 탐조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탐조여행’, 탐조 지식을 나누는 온라인 강의도 진행해 왔어요. 특히, 새 전문가와 함께하는 온라인 강의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데, 그중 초등학생의 비율이 높아 전문가들도 종종 놀라곤 해요. 요즘 아이들이 탐조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조류학자를 꿈꾸는 어린 새싹들이 늘고 있거든요. 이런 아이들 덕분인지, 유명한 새박사님들도 흔쾌히 모임에 참여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과거에는 탐조가 전문 장비가 필요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사실 ‘탐조’라는 단어 자체가 다소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새산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외국에서도 버드워크(Bird Walk)라는 탐조 프로그램들이 많듯, 새와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한 거죠. 첫 번째 새산책 프로그램에서는 수원에서 탐조 모니터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역을 선정해, 3년 동안 네이처링에 기록을 남겼어요. 그 덕분인지 일월저수지가 책 『우리나라 탐조지 100』에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지금 바로 관찰해 보세요.
탐조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일단,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아 쌍안경 대신 눈 위에 대보세요. 평소에는 주변에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집중하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든 쌍안경을 통해 보면 시야가 좁아지면서 딱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사물이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죠. 그 상태로 주변을 살피다가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다 싶으면 그냥 가만히 바라보는 거예요. 새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거죠.
아파트 단지나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새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새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걸음을 멈추고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거죠. 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게 탐조의 시작이에요. 잘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내 주변에 새가 있구나”하고 느낀다면, 이미 탐조를 하고 있는 거예요.
탐조책방에서는 새와 관련된 책과 탐조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입문자에게는 탐조의 기본 도구인 쌍안경과 도감을 추천해요. 비싼 전문 장비나 촬영용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아요. 핸드폰과 쌍안경, 도감만 있으면 탐조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답니다.
참, 새그림 작가인 맹순 씨도 탐조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팔순의 할머니가 새를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탐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구나”하고 느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취미로 시작한 아파트 탐조가 엄마에게는 새로운 취미이자 직업이 되었고, 이제는 엄마 덕분에 제가 더 많은 탐조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제, 탐방 덕에 더 많은 탐조인, 탐조책방 손님이 생기는 건가요?(웃음)
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게 탐조의 시작이에요. ©탐방
탐조책방 덕분에 오랜 수수께끼도 풀렸어요. 무려 4년 동안 베란다 실외기를 찾아오던 친구가 ‘물까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걸 인사라고 믿었던 건 제 착각이었다는 것도요.😂 (책 『동네에서 만난 새』에 따르면, 새들은 안구를 움직이지 못해서 고개를 돌리는 거래요.)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지신다고요? 탐방러님도 오늘부터 탐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때요? 🐦 주변에 새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의 산책이 두 배로 즐거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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