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 제3의 장소와 관계인구

 BOOK.06  

로컬의 발견 │ 이시야마 노부타카




“어쩌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나요?” 탐방이 로컬로 떠난 이들에게 묻는 단골 질문이에요. 고향이라는 답변을 예상했죠. 그런데 대부분은 그 지역에 연고가 없었다네요. 그럼에도 이들은 지역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그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죠. 그 답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오늘의 탐방북을 열었습니다.


<로컬의 발견>은 탐방이 만났던 분들처럼 개인의 소소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킨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과 유연하게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여섯 번째 책 : <로컬의 발견> Ⓒ탐방 



지역, 제3의 장소 그리고 관계인구


지역의 사전적 정의는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이에요. 하지만 <로컬의 발견>에서 말하는 지역은 조금 다릅니다. 참여하고 싶은 애착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 등에서 통일성 있는 일정한 구역이죠. 그리고 관계 맺는 방법에 따라 지역을 3가지로 구분했어요. 거주지와 고향, 그리고 거주지나 고향은 아니어도 무언가 관계있거나 응원하는 곳. 지금까지 지역은 ‘정주’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정주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얼마든지 지역과 교류할 수 있거든요.


이와 관련된 개념이 ‘관계인구’예요. 관계인구는 장기적으로 살고 있는 ‘정주인구’나 잠시 방문하는 ‘교류인구’가 아닌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하는 인구를 뜻해요. 이전에는 지자체에서 인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이주를 촉진했어요. 하지만 많은 지자체가 참전한 이주정책 경쟁은 결국 정해진 인구 범위 내에서 승자 없는 제로섬게임일 뿐이었죠. 그때 등장한 것이 관계인구예요. 살지 않더라도 그 지역에 애착을 갖고 찾아오는 인구. 이들의 힘을 빌리면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 수 있고 고향의 관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죠. 그렇기에 각 지자체는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사실 <로컬의 발견> 저자도 예전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살았다고 말해요. 하지만 대학교수가 되어 ‘수평 경력(parallel career)’이라는 주제를 연구하면서 변했죠. 수평경력은 ‘개인이 일, 가정생활, 사회 공헌, 배움, 취미, 지역 활동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유연한 경력 활동’을 의미해요. 연구를 하다 보니 지역에도 수평 경력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따라가면서 지역에 참여하는 일이 늘었죠. 지역에 아는 사람이 몇 명 생기니까 자연스레 지역에 흥미를 느끼게 된 거죠.  생각해 보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친구가 어떤 지역에 산다고 할 때, 드넓은 자연을 바라볼 때, 혹은 특산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별거 아닌 이유로 지역에 관심을 갖고 매료되곤 하죠.


지역이라는 제3의 장소 Ⓒ탐방


저자는 지역에 유연하게 관계하는 방법으로 ‘제3의 장소’라는 개념을 강조해요. 레이 올덴버그가 제안한 제3의 장소는 제1의 장소인 가정도, 제2의 장소인 직장도 아닌 장소를 말해요. 마음 편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랄까요?


이전에 만났던 다즐링북스의 지영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지영님은 다즐링북스가 제3의 장소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책을 구매할 때만 방문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주 드나들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로 기능하고 싶다고 했죠. 실제로 다즐링북스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매일같이 출석하는 분이 있어요. 제3의 장소는 이처럼 가볍게 모여 교류하고 쉬고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위치나 입장을 신경 쓰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제3의 장소는 다즐링북스같은 동네 서점부터 주민 자치회, 커뮤니티 카페, 비영리법인까지. 다양한 장소가 될 수 있어요. 저자는 이런 제3의 장소가 지역과 유연한 관계를 맺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제3의 장소가 되고 싶은 안성의 다즐링북스 Ⓒ탐방


저자가 지역과 유연하게 관계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역과의 관계 맺기는 개인의 경력 향상에 자극이 되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생각해 보니 탐방이 만난 분들은 지역에 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되고 또, 하게 된 경우가 많았어요. 도시를 떠나기 전에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지역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지역과 연결되는 다양한 방법


우리나라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13곳이에요.(2022년 3월 기준) 가장 큰 원인은 20·30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알려져 있죠. 그렇기에 각 지자체는 청년층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어요. 그런데 <로컬의 발견>에서 소개하는 지역재생 사업에서는 청년층에 집중하지 않았어요. 고령자, 어린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역 출신자,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처럼 기존에 지역재생 사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주체에 주목하죠.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1) 고령자 채용과 배움 네트워크 / 나카쓰가와

“의욕 있는 분을 찾습니다. 남녀 불문. 단 연령 제한 있음. 60세 이상.”
60세 미만이 아닌 60세 이상 연령 제한이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는 자동차와 항공기 등에 쓰이는 금속 부품 등을 생산하는 가토제작소가 낸 구인 광고입니다. 당시 가토제작소는 주문이 밀려 들어와 낮은 가격에 단기 납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자 했고 주말에도 공장을 돌리기로 했죠. 그러나 파트타임이 가능한 것은 대부분 주부인데, 주말에는 가사일 때문에 공장 근무가 불가능했어요. 그러던 중 한 고령자 의식조사를 보게 되죠.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결과였어요. 가토제작소의 사장은 곧바로 고령자 채용 공고를 냈어요. 그 결과 100여 명이 지원했고, 그중 15명을 채용했죠. 현재도 직원의 절반이 60세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가토제작소의 고령자 채용은 주변 지역기업에도 확산되었어요. 이들이 자리잡은 나카쓰가와라는 지역에서 고령자 채용이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움 네트워크’ 때문이에요. 해당 지역에는 21세기 클럽, 청소 배우기 모임 등 다양한 배움 네트워크가 있거든요. 배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전통이 있고 외지인도 개방적으로 대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경영자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실천력을 익힐 수 있었어요. 고령자 채용 아이디어도 그 안에서 만들어지고 추진되었죠.


배움 네트워크의 전통이 기반된 나카쓰가와의 고령자 채용 Ⓒ탐방


이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고령자 채용을 타 지역에서 시행했다면 나카쓰가와의 사례처럼 성공했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나카쓰가와에서 고령자 채용이라는 혁신적인 실험이 성공했던 것은 오랜 역사 속에 이어지는 배움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과 연결되고자 한다면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서 적용해야 해요.



2) 고향과 연결 / 리틀 무나카타

리틀 무나카타는 지역을 뿌리로 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무나카타는 일본 후쿠오카시와 기타규슈시 중간에 있는 고즈넉한 지역이죠. 리틀 무나카타에서는 무나카타 출신이거나 무나카타와 인연이 있거나 혹은 무나카타에 관심 있는 사람 등이 연결돼요. 그 시작은 단순했어요. 기타가와씨는 고향을 떠나고 대도시에 자리 잡았더니 오히려 고향에 관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도시에서는 고향과 연결될 일이 별로 없었죠. 그러던 중 “도쿄에서 무나카타 출신자들이 모여 지역 부흥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동창 친구를 만났어요. 이들은 그저 ‘서로의 친구와 지인이 도쿄에서 모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만들었죠. 향우회 같은 모임이랄까요?


그렇게 열린 제1회 리틀 무나카타 모임에는 무려 87명이 참가했어요. 이를 계기로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고향 소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간접적으로나마 고향과 연결된 것이죠. 리틀 무나카타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동료들과 연결된 사례예요. 이 모임을 통해 무나카타 출신들은 가끔 만나더라도, 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유연하게 고향과 연결돼있음을 느낄 수 있죠.


요즘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지역 팝업스토어도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 공간과 그 지역을 만날 수 있잖아요. 로컬 상품도 그래요. 예를 들어 남해 향을 담은 향수를 뿌리면, 그날 우리는 남해에 있는 것 같잖아요. 비록 서울의 사무실에 박혀있더라도요. 리틀 무나카타의 사례는 고향을 넘어서, 그 지역에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는 로컬과 연결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아요.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지역 재생까지 Ⓒ탐방




<로컬의 발견>은 개인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로컬 교류의 사례들은 처음부터 지역을 재생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어요. 가토제작소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고령자를 채용했고, 리틀 무나카타는 무나카타 출신 사람들이 모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만들었죠.


탐방러들은 어떤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계시나요? 아직 지역과 연결되지 못했다면 주변 사람들과 지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지역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될 거예요. 그 첫걸음을 탐방이 함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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