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처 몰랐던 시골의 매력을 나누고 있어요.

  로컬선발대 ep.24  

인천광역시 강화│ 하니 (차완)



시골살이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 자신 없어요. 한달살이까지는 괜찮지만, 1년은 엄두가 안 난달까요.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경험해본 적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요. 이런 저에게, 오늘의 주인공은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를 전해주었어요.


시골에 살아본 적도, 살 생각도 없었던 하니님이 강화도에서 살아가며 알게 된 시골의 매력. 그 이야기를 들으러 탐방이 강화도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가을의 차완, 그리고 낙엽을 쓸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하니님 Ⓒ탐방



시골로 떠밀리듯 왔달까요?


말레이시아, 태국. 동남아에서 한 10년을 살았어요. 계속 살 생각이었죠. 그런데 코로나로 직장이 문을 닫게 됐어요.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죠.(웃음)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구직도 했었고요. 하지만 이렇게 된 김에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부터 막연하게 카페를 열고 싶었거든요. 차와 커피에 빠진 건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에요.


막상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려니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더군요. 제가 가진 돈으로 서울이나 인천 등지에서 카페를 여는 건 불가능했어요. 임대료부터 감당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강화도로 왔어요. 정말 현실적인 이유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골로 떠밀리듯 왔달까요? 로컬에 온 이유가 너무 볼품없어 민망하네요.(웃음)


하니님은 그렇게 강화도로 왔습니다. 강화군 화도면 여차리.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시골 마을에 하니님의 카페 차완이 자리 잡았죠. 


강화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차완 Ⓒ탐방


지금껏 빠르게 움직이고 자극이 넘치는 도시에서만 살았거든요. 뼛속부터 도시 사람이랄까요? 스스로 시골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강화에서 산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실패한 것 같았고요. 친구들도 의아해했죠. 저와 강화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요.(웃음)


처음 강화에 왔을 때는 솔직히 버티기 힘들었어요. 아무도 모르는 시골구석에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강화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꽤 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시골을 진짜 즐겨보자고요. “아무리 시골이고 낙후되었어도 재밌게 살아보자. 시골의 ‘힙함’을 내가 보여주자.” 지금 생각해보면 반은 오기, 반은 자기합리화였던 것 같아요. “시골에서 카페가 되겠니.” “결국 실패하겠지”라는 주변의 시선에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차게 말했지만, 혼자서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러다 우연히, 강화에서 1년살이하는 친구들인 별이와 승연이를 만났어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시골에 와서 산다는 게 너무 신기했죠. 어쩔 수 없이 온 저와는 너무 다르잖아요. 그렇게 알아갈수록 둘이서 너무 예쁘게 시골살이하는 모습에 용기가 생겼어요. 나도 저렇게 살아가면 되겠다 싶었죠. 이후에는 강화살이를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더라고요. 인연이 이어진달까요? 이곳에선 도시와 달리 사람이 귀하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거죠. 그렇게 1년 반 동안 저는 소중한 시골 친구들이 생겼어요. 제가 시골 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죠. 그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서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눈도 생겼고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시골을 진짜 즐겨보자고요. Ⓒ탐방



이런 게 시골의 삶이야!


시골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더니, 삶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강화에 살면서 처음으로 눈을 쓸어봤죠. 염화칼슘을 뿌리기도 하고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해본 적은 없었죠. 도시에서는 눈이 와도 알아서 다 제설작업을 해주잖아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눈을 다 쓸어주시고요. 그동안은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일이더라고요. 도시에서의 나는 참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상태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화에서 살면서 할 수 있는 게 늘어간다니까요. 이제 웬만한 집수리는 혼자서 할 만큼요.(웃음)


요즘은 떨어진 낙엽을 치워요. 그렇게 계절을 느껴요. 가을이 왔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연과 교감하게 되더라고요. 원래는 꽃을 봐도 큰 감흥이 없었거든요. 강화에 살면서 계절마다 달리 피고 지는 꽃을 배웠죠. 책이 아니라 경험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런 걸 알게 되니까 사람들이 시골에 오려고 하는 이유도 알겠더라고요.


자칭타칭, 도시 사람이었던 제가 변화한 거죠. 어느새 하늘과 나무로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시골의 삶을 모르는 게 안타까웠어요. 예전의 저처럼요. 경험하지 않아 모르는 거니, 조금이라도 시골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꼈어요. Ⓒ탐방


말이 기획이지, 자연스럽게 제 필요에 의해 시작된 거예요. 여기서 읍내에 있는 헬스장까지 40분이 걸려요. 운동은 하고 싶은데 헬스장은 너무 머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그러던 찰나에 강화에서 알게 된 한 친구가 러닝을 좋아한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같이 뛰자고 연락했어요.


둘이 논바닥을 뛰었죠. 그게 러닝 크루 ‘논닝’의 시작이에요. 논을 따라 뛰는데, 감동스러울 정도로 너무 좋더라고요. 이 광경을 못 보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웠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런 게 시골의 삶이야!’라고요. 친구와 꾸준히 논닝을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졌어요.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겼죠. 그렇게 모인 크루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뛰고 있어요.


논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논닝의 감동은 자연환경에서 오는 거니까요. 그때부터 비건과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더군요. ‘그럼 논닝에 적용해보자’라는 생각에 논닝을 하면서 플로깅을 같이 하기도 했어요.


논바닥을 뛰는 러닝크루, 논닝 Ⓒ차완


강화에서 알게 된 유일한 동갑 친구인 ‘임지’가 있어요. 요가를 좋아하는 친구죠. 햇살이 참 좋은 어느 날, 친구에게 마당에서 요가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역시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게 저의 첫 번째 야외 요가였어요. 실내 요가와는 달리 오롯이 요가에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요가학원에서는 ‘저 사람 잘하네?’ ‘저 요가복 예쁘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요.(웃음) 하지만 야외요가는 달랐죠. 자연을 보면서, 그 속에서 내 몸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이 새로웠어요. 또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시골의 삶이 하나 더 늘어난 거죠.


그날 바로, 임지와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요가 클래스를 열기로 계획했죠.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요가인 ‘비어요가’에서 착안한 ‘차요가’였죠. 맥주 대신 차를 들고 하는 요가예요.(웃음) 차, 자연, 요가, 로컬. 서로 잘 어울리는 개념이잖아요. 역시나 참여자분들도 감동하시더라고요. 시골의 힙과 삶을 느끼시고요. 이런 콘텐츠 덕에 차완이라는 공간이 더 알려진 것 같아요. 강화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 재밌자고 한 일인데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죠. 차완을 열 때도 그랬지만 이런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강화도는 너무 낙후되었고 여기까지 누가 오냐고요. ‘뭐가 안된다는 거야? 한 번 해보자! 뭐가 안돼?’라는 마음이었죠. 몸소 경험한 거였기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도시 사람이었던 제가 달라졌잖아요.


자연 속에서 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차완의 요가클래스 Ⓒ차완



도시와 시골의 극명한 온도 차를 즐기는 중이에요.


차완은 말레이시아어로, 중국어에서 발단한 단어예요. 잔을 달라고 할 때 ‘차완!’이라고 하거든요. ‘잔’이라는 뜻이죠. 또, 국어로 풀이하니 차완하다는 ‘조금 느슨하게’라는 뜻이더라고요. 딱 맞았죠. 차완이 그저 음료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여유를 즐길 수도 있는 공간이길 바랐거든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마당에서 불멍을 즐기시기도 하고요.


차는 예전부터 즐기던 취미였어요. 격식 있는 다도 보다는 일상에서 특별한 차를 찾아서 편하게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잎 차에 다른 재료들을 더해 마시는 블렌딩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죠. 자연스럽게 차완도 블렌딩 티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마셔왔던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차도 선보이고 있죠. 새로운 맛? 싱글 오리진*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싱글 오리진은 한 지역에서 난 품종이라는 뜻으로, 다른 품종과 섞이지 않은 차를 의미한다.


강화의 재료를 담은 차완의 스페셜 티 Ⓒ탐방


지금은 블렌딩 티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손님들에게 블렌딩 티를 추천하다 보니 점차 부족함이 느껴져 시작하게 되었죠.(웃음) 공부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수요일 종일 수업이 있는데, 장소가 서울 성수예요. 강화에서 가장 먼 서울이죠. 처음에는 왔다 갔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휴일 이틀에 수업 들으러 가는 하루까지, 총 3일간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이중생활을 하는 거죠. 3일은 서울, 4일은 강화에서요. 도시와 시골의 극명한 온도 차를 즐기는 중에요. 도시의 빠름과 시골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낀달까요? 그러다 보니 도시에 있으면 돌아오고 싶고 여기에 있으면 나가고 싶어요. 예전에 트렌드에 관한 책에서 2도 5촌이라는 개념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땐 사람들이 왜 집을 2개씩 사서 그런 삶을 사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제 삶이 그렇게 변하게 되었죠.(웃음)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사람이 돼요. 서울에서는 ENFP 그 자체예요. 활달하고 밖에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죠. 그런데 강화에서는 달라요. 차분해진달까요?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도 치워야 하고 바빠요. 그러다 보니 이 집에서 벗어날 일이 거의 없어요.(웃음) 무엇이 본캐고 부캐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저예요. 처음 강화에 살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부끄러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신기하게 어느새 제가 먼저 “저 강화도 살아요! 시골에서 혼자 카페하고 있어요.”라고 자랑하듯 말하고 있더라고요. 여기서 배우고 이룬 것들이 스스로 떳떳해졌음을 느꼈죠. 알고 나니 시골의 삶은 참 힙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제가 느낀 시골의 매력을 많은 분과 공유하려고요.


서울과 강화에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하니님 Ⓒ탐방

앞으로도 제가 느낀 시골의 매력을 많은 분과 공유하려고요. Ⓒ탐방 

 


인터뷰를 마치고 저도 모르게 ‘여기서 살아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해버렸어요. 인터뷰하러 다니며 여러 지역에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저인데 말이죠. 아마도 저만큼 도시에 빠져 살던 하니님의 강화살이가 참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의 도시화율(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저와 같지 않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시골에서의 경험이 거의 없죠. 그래서 ‘리틀포레스트’같은 시골살이가 판타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멋지고 좋은데, 내가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것 같은 판타지요. 하지만 하니님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정말 경험해보지 않아서, 몰랐을 수도 있겠다. 나도 살아봐야겠다.”


일주일살이부터 시작해보려고요. 조금씩 시골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하다 보면 막연한 두려움은 어느새 시골살이의 즐거움으로 변해가지 않을까요? 거기에 하니님처럼 로컬 선배가 있다면 시골의 힙와 매력을 빠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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