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출장 다마수  

봄나물 아낌없이 넣은 비빔밥 어때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셨나요? 2005년 6월부터 두 달간 방영됐으니 지금으로부터 20년 가까이 된 셈이에요. 다시 보면 여러 의미에서 다양한 킬링 포인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명장면은 주인공 삼순이의 비빔밥 먹방이에요. 그야말로 다이어트를 망치러 온 식욕의 구원자…! 손이 잘 가지 않던 냉장고 속 반찬을 이것저것 꺼내 밥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끝. 이보다 더 간단할 수가 없어요. 아무렇게나 넣고 비볐을 뿐인데 맛은 또 얼마나 조화로운지 몰라요. 이번 주말은 4월에 가장 맛있는 ‘봄나물’을 넣은 비빔밥 어떠세요? 😋 

비빔밥에 대해 찾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고(故) 백남준’ 선생님께서 93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비빔밥의 정신과 대전엑스포93’을 접하게 됐어요. 대전 엑스포 현장을 거닐며 우리의 비빔밥 문화를 떠올렸다는 내용인데요, 그는 자신의 예술 세계와 멀티미디어*를 설명할 때 자주 비빔밥에 비유했어요. 복잡한 상황을 적당히 말아서 잘 지탱하는 법(=비빔밥 정신)을 아는 만큼, 멀티미디어 시대에 자신감을 갖고 세계에서 뒤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생전 가장 좋아하셨던 음식도 비빔밥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엔 생소한 개념이었어요.

• 곰취
  깊은 산속 곰-취 누가 와서 먹나요~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곰취’라 불려요. 비빔밥 속 재료로 넣기도 좋고, 다 비벼진 비빔밥을 쌈 싸 먹기도 좋아요. 남은 곰취는 특유의 화한 박하향이 더욱 돋보이는 모히또로 만들어 상쾌하게 입가심 해주세요.

• 달래

  쪽파 같기도 또, 하얀 부분은 양파 같기도 한 생김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알싸~한 향과 맛이 나요. 손질 시에는 뿌리 쪽에 모래가 잘 뭉쳐져 있으니 꼼꼼히 씻어 주세요. 데치거나 볶기보다는 생으로 먹는 걸 추천해요. 참, 잘 만든 ‘달래장’ 하나는 열 반찬 안 부러운 밥도둑이 된다는 사실. 만드는데 10분이 채 안 걸리는 것까지 합격…!

• 돌나물

  톡톡 터지는 식감이 매력적인 돌나물. 제가 좋아하는 칼국수 식당은 애피타이저로 돌나물이 들어간 보리밥을 주세요. 초고추장에 쓱싹 비벼 먹으면 칼국수 생각은 뒷전이 돼요. 아니나 다를까, 보리와 같이 알맹이가 잘 씹히는 곡류와 잘 어우러진대요. 만약 오늘 내 비빔밥에 힘 좀 주고 싶다면? ‘멍게’를 함께 곁들여 보세요.

• 방풍나물
  다마수 선정 가장 예쁜(?) 봄나물 이에요. 꼭 손으로 그린 것처럼 가지런한 모양이지 않나요? 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과거에는 약재로도 많이 사용됐어요.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고 하니 요즘같이 황사에, 꽃가루에~ 재채기랑 콧물로 고생하는 탐방러에게 추천해요.

• 취나물
  공공연한 킹 오브 산나물. 그런데 탐방러님은 흔들리는 취나물 속에서 사과향을 느껴보셨나요? 그것도 초록색의 아오리 사과🍏향이요. 그리고 이 사과향을 극대화하는 레시피가 있어요. 바로 ‘취나물 우유’예요. 숭덩 썰기 한 취나물 한 줌(50g)을 믹서에 갈아 체에 거른 후, 우유와 꿀을 넣고 잘 섞어주세요. 맛은 도무지 상상 가지 않지만 생각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 유채나물
  유채꽃의 그 유채 맞아요. 꽃이 아닌 줄기와 이파리 부분을 먹고요. 꽃이 피기 전인 3-4월이 가장 맛있어요. 첫 입은 쌉싸름한 게 여느 봄나물 같지만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나요.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훌륭한 반찬이자 비빔밥 재료가 돼요.

여섯 가지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애를 먹었을 만큼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요. 비교적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로 골랐는데 이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나물들이 한참 남아 있어요. 쑥부쟁이, 개소시랑개비, 별꽃나물, 눈개승마 등등… 댓글로 탐방러님의 입맛대로 만드는 비빔밥 레시피를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