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출장 다마수  

삼척동생(?) 동해가 전하는 바다의 맛

유월, 올여름 첫 레터💌를 보내요. 전국의 해수욕장이 하나둘 개장 소식을 전해오기 시작했어요. 이참에 바다를 보여드려야겠다 싶어 지난주 삼척과 동해에 후딱 다녀왔어요. 이맘때 바다는 아직 햇살도 무르익기 전인 데다 사람도 적당히 붐벼 딱 좋아요. 특히 윗동네 강릉, 속초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신 숨은 해안 명소가 많죠. 망상해수욕장, 초곡용굴촛대바위길, 환선굴, 한섬해수욕장 등등…! 특히, 삼척의 해안선 길이는 무려 60km에 달해 하루 이틀에 다 보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삼척이 업어 키운 동해

위아래로 나란히 위치한 두 도시는 사실상 형제예요. 나이 차가 꽤 나는 늦둥이 동생 같다고나 할까요? 1980년 산업 발달로 삼척시에서 조금, 옛 명주군*에서 조금. 이렇게 십시일반 가져와 만든 신도시가 동해시예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업도시이기도 해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공장들을 보고 있으면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요. 시멘트, 광물, 전력, 전선, 에너지 등 큰 공장들(삼표시멘트, 쌍용C&E, LS전선 등)이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강원도 최대 무역항인 동해항**이 있기 때문이에요.

*1995년까지 있었던 강원도의 행정구역으로 강릉이 '시'로 승격하면서 양양군, 동해시, 강릉시로 통합됐어요.
**중심 항만 역할을 하던 묵호항의 뒤를 이어, 임해공업단지(연안역에 조성된 공업지대) 개발과 대규모 시멘트 공장 건설 등에 따라 1979년 동해항이 개항했어요. 동해항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2009년, 두 항만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통합되면서 정확한 명칭은 동해･묵호항이 됐어요.

동해에서 만나는 러시아의 맛

시멘트, 석탄 다 좋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은 먹거리에 가깝겠죠? 동해항을 통해 수입되는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러시아산 대게’예요. 국내에 수입되는 러시아산 대게의 90%가 동해항으로 들어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노량진에서 만나는 대게 역시 동해항을 거쳐 오는 경우가 많아요. 대게는 추울수록 살이 올라 통통해져요.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바다는 사시사철 기온이 낮아 일년내내 안정적으로 대게를 보내줄 수 있고요. 동해 추암촛대바위 앞에 위치한 ‘러시아대게마을’은 좋은 품질의 대게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요.

대게는 대게 비슷하지 않아요?

'대게는 일반적으로 크기와 성별로 구분해요. 크면 대게, 작으면 꽃게. 수컷은 킹크랩, 암컷은 퀸크랩으로 부른답니다~'

땡! 먼저, 대게는 큰 대(大)를 쓰지 않아요. 길고 가느다란 10개의 다리가 대나무🎋 모양을 닮아 대나무 죽(竹)을 붙인 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대게로 불려요. 대게와 많이 헷갈려 하는 킹크랩과 홍게도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 킹크랩 | 일단 비싸요. 대게도 비싼데 킹크랩은 더 비싸요.🤑 그 이유는 역시 킹(king) 사이즈에 있죠. 대게보다 살이 더 포동포동해서 선호하는 분들도 많아요. 참고로 킹크랩 다리는 10개인지, 8개인지 하는 의견이 분분해요. 사실 10개가 맞지만 2개는 작게 퇴화되어 안쪽에 숨어 있어요.  
• 홍게 | 동해안에서만 사는 홍게야말로 토종이에요. 대게는 동해에서도 잡히지만, 킹크랩은 전량 수입하고 있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해요. 참, 동네 대게 트럭에서 파는 게들은 십중팔구 홍게예요. 대게와 홍게 모두 겨울에서 봄으로 갈수록 살이 차요. 단, 대게의 제철이 1~4월이라면 홍게는 그보다 늦은 6월까지 이어져요.

작전명 : 통통한 대게 고르기

일단 크면 클수록 상품성이 올라가요.(물론 가격도요💦) 크기 외에 살펴볼 것은 '살수율'인데요. 갑각류의 다리와 몸통에 살이 차 있는 정도를 뜻해요. 보통 4등급으로 나뉘고 95% 이상이 최상(S)급이에요. 대게를 기준으로, 살수율을 확인할 때는 다음을 중점적으로 봐주세요.

• 배가 거무스름하고 눌렀을 때 단단한, 탄성이 느껴지는 것
• 뒤집었을 때(배가 보이도록) 다리가 희고 밝은 것
• 들어 올렸을 때 다리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

추가로, 장기 보관 시에는 미리 쪄서 냉동 보관해 두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대게가 점차 다이어트에 돌입해 몰라보게 살이 빠져버려요. 대게는 살 안쪄요, 살은 우리가 쪄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의 대게는 살도 살이지만 내장까지 빠짐없이 맛있어요. 찜부터 대게 퐁당 빠뜨린 해물라면, 맛있는데 소화까지 잘되는 게살죽. 또, 게딱지에 내장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쌀밥을 쓱쓱 비벼 먹는 건 얼마나 맛있게요~? 그렇지 않아도 왕성한 식욕을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만든 대게 요리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