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로드 : 집밥 생각 안 나던 강화의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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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생각 안 나던 강화의 음식들



로컬 뒤에 가장 많이 붙는 단어들이 있죠. 역시 식당, 푸드, 맛집입니다. 사람들이 여행에서 ‘현지인 맛집’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역의 음식을 맛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있기 때문이죠. 2박 3일의 강화 출장에서 맛본 음식들을 소개할게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집밥 생각은 전혀 안 났답니다.



이북식 만두 맛을 아세요?


탐방은 강화도에서 ‘이북식 만두’를 두 번이나 먹었어요. 북한과 접한 지역이라 그런지 신기하게도 이북식 만두 가게를 몇 군데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그 맛과 특징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강화로 떠난 첫날, 곧바로 교동도에 있는 수진네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수진네 식당> 만두전골 2인(20,000원)과 기본 밑반찬 Ⓒ탐방


이북식 만두는 크기가 큼직하고 조미료와 염분기가 적어서 담백한 것이 특징이에요. 전골용 만두라 그런지 유독 크기가 컸습니다.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크기의 만두가 전골 냄비를 가득 채웠어요. 조개와 숙주로 맛을 낸 국물은 짜지 않고 깔끔했습니다. 이북식 만두라 생각하면 간이 심심해 고기 냄새가 많이 날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신기했답니다. 달콤 짭쪼릅한 멸치볶음, 김치, 무말랭이, 묵무침의 맛이 다소 심심한 만둣굿의 맛을 잡아주거든요. 쌀쌀한 날씨 교동도에서 든든한 점심식사가 필요하다면 꼭 방문해보세요.


<학생분식> 칼만두국(9,000원)과 찐만두(9,000원) Ⓒ탐방


“그럼 빨리 출발하세요! 거기는 강화 주민들도 가기 힘들어요.” 오전에 들른 책방에서 얘기를 나누던 주인분이 별안간 저희를 재촉합니다. 점심은 학생분식에서 먹겠다고 하니 서두르라며 목소리가 커지셨죠. 학생분식은 ‘황해도식 김치만두’로 여러 방송을 통해 알려진 가게예요. 강화 주민들도 다섯 번 도전하면 겨우 두 번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열두시 반만 되어도 재료가 떨어져 못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부리나케 달려 11시 50분쯤 도착했어요. 주차장은 만 원이었지만 식당 안에서는 자리가 남아 있었답니다.


Ⓒ탐방


같은 ‘이북식 만두’라고는 해도 학생분식과 수진네는 만두 모양부터 맛까지 전부 다릅니다. 학생분식은 ‘분식’이라는 이름처럼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만두를 찍어 먹을 간장이 전부였어요. 직접 담근 김치를 숙성시킨 묵은지로 만두 속을 만든다고 하는데, 속이 수진네 보단 조금 더 짭조름 합니다. 바지락이 들어간 국물 맛도 만두와 아주 잘 어울려요. 역시 맵지 않고 담백해서 아이들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면을 좋아한다면 칼만둣국을 시켜 면과 만두를 동시에 즐기길 추천합니다.

맛있게 먹던 와중 아주 신기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북식 만두는 먹고 나서도 입이 찝찝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수진네도, 학생분식도 만두를 먹고 나면 으레 그렇듯 양치 후에도 입안에 남는 찝찝함이 전혀 없었어요. 점심으로 만두를 먹기엔 늘 망설여졌는데, 사무실 근처에 이북식 만둣집이 생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빨간' 탕수육이 얼마나 맛있길래요?


옛날손짜장 올라가는 길 Ⓒ탐방


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지라면 어디에나 ‘중국집’이 있습니다. 매콤한 짬뽕과 달달한 짜장면으로 빠르고 편하게 허기를 달래기 참 좋죠. 그런데 강화도의 <옛날손짜장>은 어쩐지 본격적인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라가는 계단과 벽 여기저기에 대표 메뉴로 탕수육이 쓰여 있었거든요.


<옛날손짜장> 굴짬뽕(12,000원), 찹쌀탕수육 중(25,000원) Ⓒ탐방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키려다가, 계절 메뉴라고 붙어있는 굴짬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큼직하게 썰린 신선한 야채와 굴이 잔뜩 들어간 짬뽕은 추운 날 속을 데워주기에 제격이었어요. 배고픔도 잊고 국물만 후루룩후루룩 떠먹고 있으니 김이 솔솔 나는 탕수육 한 접시가 가운데에 놓입니다.


Ⓒ탐방


옛날손짜장의 탕수육은 소스가 아주 새빨간 색이에요. 보통 ‘탕수육 소스’라고 하면 파인애플과 양파가 들어간 주황빛의 걸쭉한 소스가 떠오르잖아요. 조청보다 약간 더 붉은빛의 소스는 생각 외로 매콤하지는 않습니다. 그 위에 소복이 쌓인 채 썬 적양배추는 왜 이리 강화도 다울까요? 순무 색과 비슷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소스를 듬뿍 묻힌 야채와 탕수육을 집어 함께 먹어봅니다. ‘아, 꼭 먹어봐야 할 추천 메뉴!’ 그렇게나 홍보했던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아삭한 채소, 달달하고 걸쭉한 소스,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배부른데도 계속 손이 가게 합니다. 참, 이곳은 탕수육 찍먹파도 소스를 따로 요청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천천히 먹어도 끝까지 바삭했거든요.



풍성한 식탁 : 풍물시장과 금풍양조장


강화의 먹거리가 전부 모인 곳, <풍물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주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시장 구경은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강화 풍물시장은 2007년에 강화민속장 명소화산업으로 현대화가 되었거든요. 덕분에 깔끔하고 쾌적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요. 또 강화터미널 근처에 자리하고 주차장도 넉넉해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입니다. 1층은 풍물장과 회센터, 2층은 풍물장과 식당이 있어요. 탐방이 이날 고른 저녁 메뉴는 ‘밴댕이 회무침’과 ‘닭강정’입니다.


<만복정> 밴댕이 회무침(25,000원)  Ⓒ탐방


강도 육미(江都六味)*중 하나인 밴댕이**를 안 먹어볼 수는 없죠. 밴댕이는 맛이나 모양을 알기도 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생선이에요. 어떻게 생긴 줄은 몰라도,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가 콩알만 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죠. 성질이 고약하고 속이 좁은 사람을 밴댕이에 비유하곤 하니 밴댕이라는 생선은 대체 얼마나 작고 성질이 더러운 걸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복정>의 밴댕이 회무침을 맛본다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거예요. 밴댕이는 아무런 죄가 없었습니다.

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낸 밴댕이는 자르지 않고 통으로 먹어요. 만복정의 밴댕이 회무침은 리뷰를 쓰면서도 떠올라서 침이 고이는 맛입니다. 새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가득 묻은 밴댕이 한 점을 싱싱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쫄깃하고 부드럽게 넘어가죠. 만복정은 간판에 블루리본이 잔뜩 붙어있는 것을 보고 고민 없이 고른 가게였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강도 육미(江都六味) : 강화를 대표하는 6가지 음식. 밴댕이·낙지·깨나리·동어(숭어 새끼)·순무·장준감(씨 없는 감)

** 밴댕이는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어획하는데, 그중에서도 강화도 밴댕이를 최고로 쳐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밴댕이는 육질이 부드러운 탓에 젓갈과 횟감으로 일품이죠.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섬세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죽어버리는 약한 생선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부들도 살아있는 모습을 쉽게 보지 못하니 ‘성질 급한 물고기’라는 별명을 얻게 됐어요. 납작하게 눌린 모양 탓에 내장이 작아서 속이 좁은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기도 하고요.


<풍물닭강정> 닭강정(15,000원+순살 변경 2,000원), 똥집 튀김(10,000원)  Ⓒ탐방


닭강정만 먹으면 아쉬우니 똥집 튀김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뼈 있는 닭강정은 달달하고 매콤한 것이 아주 맛있었어요. 보통 닭강정 가게들은 1차로 튀겨둔 닭고기를 떡과 함께 양념에 볶아서 주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풍물닭강정>은 주문 즉시 바로 조리에 들어가요. 주문하고 10-15분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풍물장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답니다.



<금풍양조장> 금풍양조 6.9 막걸리(7,500원)  Ⓒ탐방


술이나 음료는 제가 ‘로컬 맛집’을 찾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보 중 하나랍니다. 음식뿐 아니라 마실 것도 그 지역의 것이어야 진정한 ‘로컬’을 맛본 느낌이랄까요? 이날은 대표적인 ‘강화 술’인 <금풍양조장>의 막걸리와 함께했어요. 금풍양조 막걸리는 강화 쌀과 양조장의 우물로 만든 탄산이 없이 막걸리예요. 누룩의 단맛이 텁텁하지 않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죠. 치킨에는 맥주, 회에는 소주가 공식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깔끔하고 맑은 막걸리도 나쁘지 않았어요. 고급스러운 패키지가 식사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덤이죠.



에필로그 : 강화 쑥 젤라또


식사류만 얘기하기는 아쉽잖아요. 기억에 남는 간식을 소개합니다.


<아이스빈> 쑥 젤라또(4,000원) Ⓒ탐방 


풍물시장에서 가까운 하나로마트 건물 2층에 있는 <아이스빈>입니다. 숙소에서 마실 물과 간식을 사기 위해 하나로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간단하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일을 하려고 들어갔는데 카운터 아래로 보이는 화려한 젤라또들에 눈이 꽂혔습니다. 강화 특산품인 쑥이 들어간 젤라또는 은은하게 쑥 향이 퍼지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강화도 쑥이 워낙 유명하니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디저트입니다.



오늘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갔을 때 즐길만한 음식들을 추천해 드렸어요.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속은 지역 식재료로 알차게 채워져 있어 큰 부담 없이 강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상으로 집밥 생각 안 나던 강화의 음식들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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