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출장 다마수  

한국인의 정情 , no 초코파이 yes 김치

며칠 전은 우리 집 김장 날이었어요. 하루 종일 김치를 담그고 나서 먹는 겉절이와 수육이 얼마나 맛있던지! 오늘 아침에는 따뜻한 밥에 갓 담근 김치를 한 점 딱! 얹어 밥 한 그릇을 싹싹 비웠어요. (๑ᵔ⤙ᵔ๑)♬ 힘이 불끈불끈 나는 기분이에요. 역시 한국인은 김치의 힘으로 살아가는 걸까요? 가게 앞마다 배추가 수두룩 쌓여있는 걸 보니, 거리의 식당들도 분주히 김장을 준비하고 있네요. 친한 친구에게서도 알록달록한 꽃무늬 김장 바지를 장만했다는 연락이 왔어요😏 겨울이 오긴 왔나 봐요~

🌶 김치는 어디다 묻어?!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제일 큰 관심사는 ‘김장독을 어디에 묻지?’ 였다고 해요. (실제로 이 때문에 초기에는 아파트가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하네요. 🤣) 사람들은 아파트 화단에 김장독을 묻어두기 시작했어요.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이제는 사라진 풍경이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 화단 곳곳에 김장독이 묻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정말이지 김치에 진심인 한국인.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도대체 김치가 뭐길래~! (아마도 그건… 우리의 SouL…☆)

아파트 화단에 장독대들이 묻혀 있는 옛 풍경 ⓒ경향신문

👥👥 김장, 혼자는 못 혀~

인류는 음식을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수분을 날리거나, 얼리거나, 발효하거나.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아마, 발효일 거예요. 발효음식은 전 세계에 있지만, 온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시기에 같은 음식을 만들어 죄다 묻어버리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무거운 배추를 절이고, 옮기고, 수많은 재료를 손질하고, 장독에 넣고, 땅을 파고, 묻고··· 생각해 보면 🥬김장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온 가족, 온 동네가 서로 도와야 할 수 있는 일. 여럿이 함께 김치를 담가 나누어 먹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고,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김장은 그야말로 나눔의 문화인 것 같아요. 💕 (어쩌면 한국인의 정 情 , 초코파이가 아니라 김치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_<)

🗺 지역별 김치 탐방

탐방러님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는? 저는 전라도 할머니를 둔 덕에 어릴 적부터 전라도 김치를 먹으며 자랐어요. 어른이 돼서야 알았어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김치가 있다는 사실을…! 특히 해안 지역에서 해산물로 김치를 담근다는 사실이 정말 새로웠어요. 처음엔 낯설어서 도전하기가 조금 망설여졌지만 아무래도 저는 한국인인가 봐요.😏 김치는 다 맛있는 거 있죠. 이렇게나 다채로운 지역 김치, 탐방러에게도 소개할게요.

(좌)전복물김치 ⓒ네이버 / (우)고들빼기 김치 ⓒ여수시니어클럽

(좌)콩잎김치 ⓒ중앙일보 / (우)마르코프차 ⓒ위키백과

• 전라도, 고들빼기김치
  저의 최애 김치!(사심 가득) 전라도의 고들빼기김치예요. 전라도 김치는 다양한 젓갈을 넣어, 맵고 짠 맛이 특징이죠. 얼핏 보면 파김치 혹은 갓김치와 헷갈릴 수 있지만, 고들빼기라는 식물을 절여 만드는 김치예요. 고들빼기는 산야초*로, ‘아주 쓴(苦) 뿌리(葖) 나물(菜)’이라는 뜻의 '고들채(苦葖菜)'에 우리나라 접미사 '-빼기'가 붙었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아주 쓴 맛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물에 담가 쓴 맛을 덜어내기만 하면 파김치보다 푸릇하고 갓김치보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이죠. 짜장라면과 함께 먹으면 환상! 😚
  *산야초 : 산이나 들에 자생(自生)하는 풀

• 충청도, 나박김치
  충청도 김치는 깔끔하고 시원한 편이에요. 젓갈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충청도 김치라고 할 수 있는 나박김치도 그렇죠. 무를 얄팍하고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서 담근다고 해서 나박김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 겨울이면, 충청도에서는 동치미 육수 대신 나박김치 국물로 냉면을 만들어 먹었대요. 슴슴하면서 재료의 맛이 살아있어 별미라고 하는데, 입맛이 확~ 돋을 것 같은데요?!

• 강원도, 서거리지
  서거리…지? 서거리는 명태의 아가미를 부르는 말이에요. ‘서거리깍두기’라고도 불리는 서거리지는 일반적인 깍두기 소에 명태의 아가미를 넣어 만드는 해물김치예요. 깍두기의 아삭함과 서거리의 부드러운 식감이 참 조화롭죠. 서거리에는 멸치보다 칼슘이 많아요. 즉, 서거리지를 한 입이면, 김치의 유산균, 비타민과 함께 칼슘까지 챙길 수 있다는 말씀! 💪 한편, 태백산맥이 있는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더덕과 같은 산채 작물로 만든 더덕김치, 산갓김치도 있답니다~

• 경상도, 콩잎김치
  콩잎을 먹어보았나요? 콩잎은 말 그대로 콩의 잎을 말해요. 다양한 영양소들이 풍부하여 성인병과 유방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콩의 잎사귀는 먹을 수 있답니다! 경상도에서는 콩잎을 다양한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데요, 그중에서도 콩잎김치는 노랗게 단풍 진 콩잎만을 모아 담근 김치예요. 살짝 질깃한 조직감과 콩잎 특유의 향이 아주 매력적이랍니다. 노란 단풍잎으로 담그는 김치라니, 왠지 낭만 가득한 맛이겠는걸요? 🍂
  
  
• 제주도, 전복물김치
  겨울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한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김장 문화가 적어요. 보관할 필요가 없으니, 겨울에도 필요할 때마다, 먹을 만큼의 김치를 간단히 만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전복물김치🐚 전복 사이에 유자채를 끼우고 무와 청각 등을 넣어 담근 물김치로, 익을수록 갖가지 재료의 다양한 향이 나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해요. 김치에 전복과 유자라니, 제주에 간다면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
  
  
• 평안도 동치미
  모두에게 익숙한 동치미는 사실, 평안도 지역의 김치에요. 동치미의 겨울 ‘동(冬)’에, 김치를 뜻하는 우리말 ’치미’가 합쳐진 말로, 말 그대로 겨울 김치라는 뜻이죠. 김치가 잘 익지 않을 정도로 추운 평안도에서는 소금을 적게 넣고 국물을 넉넉히 부은 시원한 김치를 즐겼어요. 한반도에 고춧가루가 들어오기 시작한 16세기 말 이전부터 만들어지던 음식으로, 고려시대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가장 오래된 형태의 김치 중 하나랍니다. 저는 달달하고 톡 쏘는 동치미보다는 새콤하고 부드러운 동치미를 좋아하는데, 탐방러님은 어떠신가요?
  
  
• 중앙아시아, 마르코프차 (당근김치)
  갑자기 웬 외국어? 너무 생소한 이름의 마르코프차. 이게 김치라고요? 🙄 네, 김치 맞습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 지역에 거주하다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터전을 옮기게 된 고려인들이 김치를 그리워하며 만들게 된 음식이에요. 한국 김치의 주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자 궁여지책으로 당근을 이용하여 김치를 만들었다고 해요. (고려인들의 눈물이 담긴 김치네요 😢) 어딘가 무생채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요, 의외로 러시아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지금은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