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컬 쓰기 

from 룰루, 너의 목소리를 봄

🔎봄을 보다

3월이 되자마자 봄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바람은 찬데 햇빛이 제법 따숩습니다. 한겨울에 느꼈던 햇빛과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죠. '해가 봄을 알고 따듯한 기운을 채우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봄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거겠죠? 조용히 잠자고 있던 것들이 저마다 자기 소리를 내며 웅크린 몸을 펴고 있습니다. "와 봄이에요, 저 봄이 왔습니다."라고 크게 소리치는 봄보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이에요.'라고 속삭이는 봄이 새삼스레 반갑더군요. 이 로컬 에디터 과정이 아니었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만개한 봄을 기다리고 또 스치듯 넘어갔을 겁니다. 로컬 에디터 고맙습니다.

이미 입춘이 지났고 달력은 3월로 넘어갔으니 이제 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뚜렷하게 변화를 느끼기 어렵긴 합니다. 그래서 일단 글자를 들여다봤습니다. 한글로는 '봄', 한문은 '春'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한글과 한문의 모양이 비슷합니다. 유일하게 4계절 중 봄만이 한 글자이고, 여름 가을 겨울과 다르게 글자에 'ㄹ'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작은 요소가 봄을 조금 달리 바라보게 해 주었죠. 평소 느끼던 봄에서 아주 작게 시선을 옮겨 봤습니다. '봄'은 '보다'라는 동사를 명사 형태로 바꾼 것이기도 하고, 한문인 '春'은 艸(풀 초)자 와 日(해 일)자가 결합한 형태라고 하니 풀과 해를 자세히 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자연이 아닌 것에서 봄의 시작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추가로 '봄'니다.

🌱 풀(나무)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제 막 움트고 있는 꽃봉오리를 보았습니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 작은 맺힘을 담으니, 눈에 더 잘 보였죠. 만개한 꽃만큼이나 영롱하고 화사했습니다. 꽃의 시작점은 꽃봉오리임을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 아쉬울 정도였죠. 작디작은 것이 꽃을 피우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까요? 참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나뭇가지에 생기가 채워지기 시작하니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꽃망울 덕분에 첫발을 어떻게 디딜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 해(노을)

문득 창밖을 봤더니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죠. 겨울에는 오후 5시 30분만 돼도 어둑어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해가 이렇게 길어졌나 싶었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이 노을 덕에 체감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노을이네, 해가 지네 했을 텐데 주파수를 다르게 세우니 봄의 해(노을)를 보고 있는 그 시간이 참 황홀했습니다. 2024년은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봄이 주는 새로움이 있어 그런지 시작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봄이 오고 있으니 해와 같은 '밝음'을 각자 채워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요?

 👨‍👩‍👧‍👦 사람(아이들)

3월은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입학을 하고 친구를 사귀며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리면, 봄이 오긴 왔구나 느껴집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시간이 흘러 무뎌졌는데 3월의 봄을 다시 보니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비로소 공간과 오디오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은 건 요 새싹들 덕분이겠죠?(웃음) 시끄러운 것도 잠시 즐기게 되는 시간입니다. 방학 동안 비어 있던 학교와 주변 거리를 등굣길, 하굣길로 채워 주니 새롭게 보게 된 봄의 풍경이다 싶습니다. 

*사진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사진 중

🏃봄 춘(春) 의 다른 의미는, 움직일 준

봄이란 단어에는 다른 뜻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움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준비'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몸을 일으키는 움직임이 될 수도 있고, 무언가 계기가 되어 생각이나 마음이 바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혹시 봄이란 계절이 기준점이 되었다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충족된 3월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운동을, 어떤 이는 공부를 사랑을. 어떤 점을 찍든 돋아날 채비를 마쳤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람에게는 어떤 것이 올지 알 수 없죠. 이런 점 때문에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껴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3월, 꽃이 피고 따듯해지는 봄이 있어 기대감과 기분 좋은 설렘이 더 가득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밝음과 생기와 목소리가 가득 메워지는 봄이기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힘찬 처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