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장 다마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탐방러님, 내일 찬물 마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얼죽아라도 참아주세요. 참지 못해 차가운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면, 올여름 탐방러님은 더위를 먹게 될 거예요. 주야장천 비는 내릴 거고요! 무슨 허무맹랑한 이야기냐고요? Σ(； ･`д･´) 정월대보름에는 해야 할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넘쳐나거든요. 부럼, 오곡밥… 정월대보름에 해야 하는 일은 이미 알고 있다고요?! 훗, 장담하지 마세요. 정말 이것까지는 몰랐을걸요?!

🌝 아직 2024년은 시작되지 않았다…!

정월(正月). 음력 1월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중에서도 정월대보름은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로, 우리 조상들은 설보다도 정성 들여보내는 명절이었대요. 왜냐면, 지금과 달리 음력을 사용했기에 해보다 달이 더 중요했거든요. 가득 찬 달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고, 이는 곧 풍년을 의미해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가졌던 거죠. 그래서 첫 번째로 보름달이 뜨는 이날을 진정한 새해의 시작으로 여길 정도로요. (새해 다짐이 실패했다면,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 보아요. 마지막 남은 우리의 새해 시작…☆) 한 해 동안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은 거의 200여 가지에 달하는데, 그중에서도 정월, 한 달에만 절반에 가까운 수가 밀집해 있어요. 그리고 정월대보름날에 40여 가지의 풍습이 있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정월대보름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아시겠죠?

🌝 오늘이 한 해를 좌지우지한다고!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한 해가 바뀐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다양한 풍습이 생겨나, 정월대보름은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하루가 되었죠. 재미난 놀이부터, 먹거리, 금기사항까지. 정말 다양한 정월대보름의 풍습은 모두 한 해를 풍요롭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액운을 쫓는 일이었어요.

• 달집태우기ㅣ정월대보름 놀이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요? 대보름이면 아이들이 모여 짚과 솔잎, 나무 등을 모아 한데 쌓고 오두막 모양의 ‘달집’을 만들어요. 그리고 달집 사이에 자신의 소원을 넣죠. 마침내 밤이 되고 달이 떠오르면, 달집에 불을 지르고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환호성을 질렀대요. 달집 안에 대나무를 넣어 큰 소리가 나도록 태우며 마을의 악귀를 쫓기도 했고요. 왠지 캠프파이어🔥 같기도 하고, 겨우내 묵혀두던 캠핑용 화로대를 꺼내봐야겠어요.
• 쥐불놀이ㅣ1년에 단 한 번 허락되는 불장난 ··· 그것은 바로 쥐불놀이☆ 탐방러님은 쥐불놀이 해 본 적 있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 민속촌에 견학 갔다가 쥐불놀이를 구경한 적이 있어요. 눈앞에서 커다랗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우리 조상들은 대보름 전날 논둑, 밭둑에 불을 지르고 놀았어요. 방법은 간단해요.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은 깡통에 짚단이나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인 후 빙빙 돌려요. 그리고 깡통을 논밭에 휙 던지면 끝! 평소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해의 액운을 쫓고 논밭의 해충과 쥐를 없애는 중요한 의식이었어요. 지금은 화재 위험으로 실제로 불을 지르는 곳은 거의 사라졌어요. 대신, LED 조명을 이용한 쥐불놀이가 등장했다네요.🤣
• 달맞이 소원 빌기ㅣ슈퍼문? 레드문? 다 비켜~ 大보름에 뜨는 보름달이 체고시다!(최고다의 밈) 뭐니 뭐니 해도 정월대보름에는 보름달을 봐야죠. 가장 크고 밝은 달을 바라보면 올해의 소원을 빌어보세요. 그리고 포기했던 올해의 다짐,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다음 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해 보자고요.

달집 태우기 ⓒ경주시청 / LED 쥐불놀이 ⓒ중앙일보

🌝 개 보름 쇠듯, 읭? 우리는 해당없음!

‘개 보름 쇠듯’이라는 속담 들어보셨나요? 선조들은 보름에 개에게 밥을 주지 않았어요. 보름에 밥을 주면 개가 쇠약해지고 여름엔 파리가 들끓는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굶을 수 없죠. 대보름날 먹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ˆ ڡ ˆ) 

• 부럼깨기ㅣ'부럼' 은 피부병(부스럼)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부럼깨기, 말 그대로 피부의 종기를 깨물어 부순다는 의미예요. 개인위생 관리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피부병이 흔했어요. 하지만 대보름날 아침에 호두, 잣, 생밤, 땅콩, 은행 등의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피부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던 거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예측 불가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술적인 힘에 기댔던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견과류가 피부의 산도를 낮추어 피부 건강에 좋대요.🤭 
• 약밥ㅣ대보름날 전후로 먹는 음식인 약밥은 약식으로도 불려요. 찹쌀에 밤, 대추 ,잣 등의 견과류를 섞어 쪄낸 후 기름과 간장, 꿀에 버무려 네모나게 잘라먹는 찹쌀 요리로, 떡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요. 꿀의 단맛과 간장의 짠맛! 솔티드 캐러멜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완벽한 단짠을 자랑해요. 약밥은 정월대보름뿐 아니라 잔칫상에도 자주 올라가는 단골 메뉴였어요. 마치 오늘날 파티에서 케이크🍰 한 조각씩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 오곡밥ㅣ사실 약밥은 백성들이 먹기는 어려운 음식이었어요. 일반 백성들이 약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들을 구하는 게 어렵기도 했고, 밥을 짓고, 찌고, 재료를 버무리는 데 꽤 많은 수고가 들어갔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먹고 말 민족이 아니잖아요? 백성들은 약밥 대신 쌀, 조, 수수, 팥, 콩 다섯 가지 곡식과 찹쌀을 넣고 오곡밥을 지어 먹었어요. 또한 ‘세성받이밥’이라고 하여, 대보름날은 다른 서로 성(姓)씨를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한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집마다 서로 오곡밥을 나누어 먹기도 했대요. 저는 개인적으로 약밥보다 오곡밥이 좋아요~ 탐방러님은요?

대보름 부럼, 견과류 ⓒ문화유산신문 / 약밥(약식) ⓒ마켓컬리

🌝 조심해, 정말 큰일 난다?!

정월대보름, 먹고 즐기는 날인 것 같다고요? ( ¯⌓¯) 아니요, 조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자칫 잘못하다간 한해를 망치는 걸 넘어 커다란 재앙까지 올 판이라고요. 탐방이 탐방러님의 안전한 한해를 위하여 내일 지켜야 할, 정월대보름의 금기사항을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아시죠? 재미로만 보고 맹신은 금물❌

• 모든 종류의 김치를 먹지 말라ㅣ정월대보름에 김치를 먹으면, 벌에 쏘이고 여름철에 피부병으로 고생한다고 해요. 특히 백김치를 먹으면 머리도 하얗게 세고, 동치미를 먹으면 나중에 못자리에 이끼가 낀대요. 내일은 김치를 식탁 위에서 잠시 빼놓아야겠어요.
• 찬물도, 숭늉도 먹지 말라ㅣ찬물을 먹으면 여름내 더위를 먹고, 일할 때마다 소나기가 오고, 농사를 짓는 사람은 논둑이 터질 거래요. 찬물을 피하려 숭늉을 끓여먹어도 안 돼요. 숭늉을 먹으면 정신이 숭늉처럼 흐리멍덩해질 거거든요.
• 생선이나 비린 음식을 먹지 말라ㅣ바다 음식은 멀리하는 게 좋겠어요. 비린 음식을 대보름에 먹으면, 여름에 파리가 들끓고 몸에는 피부병이 생길 거거든요.
• 숟가락으로 밥을 먹지 말라ㅣ내일 음식을 먹을 때는 꼭 젓가락으로만 드셔야 해요.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다가는 한해 너무 많은 업무에 시달릴 거예요. 특히 공동으로 하는 팀플을 한다면, 독박을 쓰게 될 거고요.
• 칼질하지 말라ㅣ칼질을 한다면, 한해의 복이 다 잘려 나갈 거예요. 정말 무시무시하죠?! 그런데, 정월대보름 음식을 칼없이 어떻게 준비하냐고요? 오늘 밤까지 전부 음식 손질을 마무리해야 해요.
• 마당을 쓸지 말라ㅣ역시 한해 복이 같이 쓸려나가 버린대요. 다행히도 마당이 없다고요?! 옛날 마당의 역할을 하는 거실을 쓸면 안 된다는 의미예요. 이날만큼은 청소기도 잠시 휴식을…
• 맨발로 다니지 말라ㅣ내일만큼은 잘 때도 맨발로 자면 안 돼요. 무좀이 생기고, 짐승에게 물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발에 가시가 박힐 수 있대요. 양말이 답답하면 슬리퍼라도 꼭 신자고요.
• 자지 말라ㅣ정월대보름의 가장 유명한 금기사항이죠. 오늘 잠이 들면, 탐방러님 눈썹은 하얘질 거예요. 아휴, 무서워… ヽ(ﾟДﾟ)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