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문화책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 주혜진



책 어떻게 고르세요? 추천을 받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기도 하죠. 저는 책 제목에 가장 많이 끌리는 타입이에요. 서점에 가면 꼭 한 권쯤은 제목만 보고 고르거든요. 오늘의 탐방 책도 그래요. 제목만으로 제 장바구니에 담겼답니다.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어때요? 제 시선을 끌 만한 제목이죠?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인 주혜진 작가님은 대전 세종연구원에서 일하는 박사님이래요. 그래서 제 생각보다 로컬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접할 수 있었어요. 연구를 ‘재미있게’ 하려고 애쓴다는 작가 소개 글처럼, 정말 금세 읽어버렸어요.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었던 이 책, 한 장씩 인상 깊었던 또 여러 생각이 들었던 내용을 나눠요.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책, 얼마나 재밌었는지 짐작 가죠? Ⓒ탐방


첫 번째 장, 지금은 지방(소멸)시대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부산에서 왔습니다.’ ’대전이 집’이라고 얘기하는 와중에 서울 사람들은 동네 이름으로 자신의 출신지를 얘기하는 섬세함을 보인다. … 크기로 따지면 서울 두 배 크기의 포항이지만, 대잠동이나 득량동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TMI라고 생각할 것이다. 굳이 포항 어느 동네인지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는 걸 우린 안다. 그저 포항이면 충분하다. … 꼭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소설과 영화에서, 누군가의 블로그 에세이에서, 광고의 배경으로 서울은 언제나 탐험의 대상이다. 새로운 서울은 지금도 발굴 중이다. 세세하고 다양한 정보의 양이 서울을 키운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21~22 중


물리적 크기와 달리, 항상 서울을 더 세세하고 섬세하게 이야기하는 우리.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탐방러님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세요?) 핵심은 정보의 양이라는 작가의 말에 정말 공감되었어요. 서울이 갖고 있는 게 더 많고 풍족해서라기보다는 언제나 서울을 탐험하고 발굴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다시 말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들도 탐험하고 발굴한다면 점점 커갈 수 있다는 의미예요. 지금 당장 <탐방>을 해야 하는 이유, 충분히 설명되는데요?!



두 번째 장, 사람들은 검색창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전형적 이미지의 복사와 확산이 아니라, 내가 장소에서 진짜 느낀 걸 전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 비로소 시각이 생긴다. 그때서야 회색 도시 공간에 숨겨져 있던 색깔이 드러난다. 이걸 도시의 ‘개성’이나 ‘이면’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익숙한 것들이 달리보인다면 우린 공간에 대해서 나만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오래된 극장 앞엔 왜 교회에 있을 것 같은 벤치가 놓여 있을까? 어색하고 이상하다.’ ‘원래 아파트 사람들은 인사도 잘 안하는데, 왜 이 아파트 놀이터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까?’ ‘이 골목엔 능소화가 왜 이렇게 많이 피었을까? 무엇이 없어지고 능소화가 남은 걸까, 아니면 무엇을 감추기 위해 능소화가 있는 걸까?’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59~61 중


저자는 좋아요가 쌓이면 장소를 잃는다고 말해요.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사진 한 장이 굉장히 중요해졌거든요. 그리고 누군가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진이 있다면, (나도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모두 그곳에 가서 같은 사진을 찍죠. 인증샷, 인생샷이라는 이름으로요. (저 좀, 찔려요. (¬_¬))

그렇다고, 사진을 찍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사진을 찍고 경험을 공유하되, 새로운 시선 즉, 나만의 공간 탐험을 하자는 거죠. 저자인 혜진님은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연주 영상을 아주 좋은 사례로 소개해요. 2016년, 빙하지대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험과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자작곡,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한 영상이죠. 빙하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영상은 그 어떤 공연장에서 보는 비싼 공연보다 마음이 와 닿고 감동적이며 충격적이죠. 바로 장소가 가진 힘 덕분에요. 우리도 그런 사진, 영상, 글, 어떤 콘텐츠도 만들 수 있죠. 기억해야할 것은 익숙한 것을 달리 보는 시선👀




세 번째 장, 언제부터 대전은 ‘노잼도시’였나


사실 성심당만 찾은 사람들은, 오히려 대전이란 장소와 더 멀어진다. 대전의 노잼을 찾아온 사람(방문자)과 대전에서 꾸준히 ‘유잼’을 발견해 온 사람(원주민)이 섞여 새로운 경험과 정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대전의 특징 하나만을 보고 찾아온 이들은 이런 기회를 마주하지 못한다. ‘대전이 노잼인’ 사람들과 ‘아니 왜 대전이 노잼이야? 이렇게 유잼인데!’라고 발끈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89 중


대전을 알리는 가장 큰 콘텐츠이자 장소인 성심당. 많은 이들을 대전으로 불러 모으는데, 오히려 대전과 더 멀어진다니?! 무슨 말인가 싶다고요? 탐방은 이 부분을 읽으며 패키지여행이 떠올랐어요. 패키지여행을 가면, 가장 유명한 장소를 콕콕 집어 가잖아요. 단시간에 랜드마크를 놓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죠. 반면에, 자유 여행을 가면 놓치는 장소들도 많아요. 길을 잃기도 하고, 말도 잘 안 통해서 생각지 못한 사건이 터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나라와 도시가 더 잘 기억나요. 거기서 일어난 사건, 만난 사람들, 길을 헤매며 어느새 익숙해진 길거리. 그게 바로 방문자와 원주민이 섞여 새로운 경험과 정서, 장소를 만드는 과정 아닐까요?

그나저나 어쩌다 대전은 노잼도시가 되었냐고요? 책에서도 그 계기는 자세하게 설명이 되는데, “지인이 ‘노잼의 도시’ 대전에 온다! 어쩌면 좋아?”라는 질문의 알고리즘 순서도가 그 시작이죠. 무슨 조건이든 결국 ‘성심당 들리고 집에 보낸다!’로 귀결되는 이 이미지는 밈으로 확산하여 대전광역시의 공식 계정에도 업로드되었어요. 결국, 대전광역시도 인증을 해버린 거죠. 노잼도시 대전의 유잼을 찾아가는 대전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첨부해요.




네 번째 장, 여기는 왜 힙하지 않은가


서울이 지방 도시 대전의 장소 매력을 판단할 기준이자 표준으로 기능한다는 데 사람들은 합의한 것 같다. … 어느 공간이, 장소가 그리고 도시가 더 매력적인가 혹은 더 힙하고 핫한가를 표준이 된 서울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웬만하면 지방이란 단어를 피하고 싶다. 내 안의 지방의 것, ‘서울 아닌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서울 아닌 것을 피하고 싶은 ‘디나이얼 지방 출신’에게 놓인 가장 암울한 미래는 ‘두려움이 가져올 변화 없음’이다. 지방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두텁게 쌓을 수 있고,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지만, 무서워서 꼼짝하지 않는다. 서울을 모방하는 것이 안전하고, 서울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승산 있기 때문이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103~109 중


지역에서 핫플을 소개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기대를 가득 안고 가면,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죠. 서울보다 떨어져서라기보단 서울하고 똑같아서요.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지역에 와서 경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 문화, 감성. 그걸 기대했는데, 없었던 거죠. 이런 게 바로, 저자가 말한 서울의 모방, 서울의 것을 가져오는 사례 같아요. 지역이 자신의 것에 더 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혜진님의 말처럼, 지방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두텁게 쌓을 수 있고,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다섯 번째 장, 있습니까, 나만의 도시를 만드는 방법?


지역 정체성이나 특색, 지역성 등은 고정되어 있어서 만지면 느낄 수 있고, 가면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지역 정체성은 사실 나와 내 주변의 이웃들이 일상을 매일 살면서 만들어 가는 중인 어떤 ‘과정’ 혹은 삶 그 자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완성본이 없는 것, 고정되지 않는 것, 살아가는 행위, 실천을 통해 계속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만이 있는게 지역성이고 도시 정체성이다.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완성품이 아닌 지역 정체성 혹은 지역성을 만드는 ‘나만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p115~116 중


그렇다면, 지역만의 것, 지역성은 무엇일까요? 저자인 혜진님은 고정된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 혹은 삶 자체라고 말해요. 탐방은 이걸 문화라고 부르는데요. 오랜 시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 지역만의 문화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일상도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거죠.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왜 우리 지역은 별 볼 일 없는 거 같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더욱더 지금 당장 우리 지역을 더 알아보고, 경험하고, 나눠주세요. 그럴수록 지역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뚜렷해지고 나만의 로컬 콘텐츠는 강력해지고, 나아가 우리 지역의 문화, 지역성이 만들어 질 거예요. 혜진님이 에필로그에 당신의 #이 도시를 지을 수 있다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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