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문화책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ㅣ글 서진영



‘로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탐방이 자주 하는 질문이에요. 몇 해 전부터, 여기저기서 로컬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로컬은 모두 다른 것 같았거든요. 또, 로컬이란 트렌디한 단어를 붙여, 작은 지역들이 상업적으로만 소비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탐방이 시사, 사람, 장소, 문화, 여행 등 다양하게 로컬을 다루는 것도 이러한 배경때문이에요.)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오늘의 탐방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도대체 로컬이 무엇일까, 진정한 로컬은 어디인지 고민하는 탐방에게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로컬은? 아마도 ‘지방’이라는 말에 담긴 제한적인 또는 기울어진 이미지를 털어내고, 긍정적이면서 세련된 기운을 담은 표현이라고 짐작해본다. … 중략 … 한편 나는 로컬이라는 표현 속에서 지역성의 상실을 느끼기도 한다. 로컬이라는 개념이 각 ‘지역’이 갖는 고유성의 색채까지 끌어안고 있지는 않은데 여기도 로컬, 저기도 로컬, 일단 로컬이라 이름 붙이기 바쁜 인상이다. 전국 각지에 경리단길 을 본뜬 ‘ㅇ리단길’이 형성되는 것처럼 민간과 정부 구분할 것 없이 어떤 한 지역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복사하여 붙여넣기’ 한다. 뭔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본래의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성만 더하는 것은 아닐까.

- 프롤로그 : 로컬 씨, 당신은 누구신가요 중


로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여러 프로젝트가 진짜 로컬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 제 생각은 조금 변했습니다. ‘아직은 어설프고 서툴지라도, 또 실패할지라도 계속 시도한다면 진짜 로컬에 다가갈 수 있겠구나, 우리는 지금 사람 냄새나는 로컬을 만들어가는 중이구나,’하고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저자가 로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또 자신의 거주지를 찾기 위해 6개월간 춘천을 탐색한 여정이자, 춘천에서 일어난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오늘은 아주 살짝, 로컬 씨를 훔쳐볼게요.



마음을 맡기러 가겠습니다.


카페에 비치된 쿠폰에 청소년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미리 계산된 금액이나 음료명을 기재하여 게시판에 붙여두면 청소년들이 그 쿠폰으로 음료를 교환하여 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맡겨놓은 카페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이라는 것만으로 관심과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경험케 해주는 프로젝트다. 청소년들이 맡겨놓은 카페를 이용하는 데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다. 14~19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  맡겨놓은 카페를 알게 된 날 나는 카페 운영자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물어 청포도 에이드 두 잔을 맡겼다.  …  카페 운영자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됐다. 며칠 전에 맡겨놓은 마음을 그날 아침 춘천고등학교 학생들이 찾아갔다는 소식이었다. 춘천 온의동은 그날 내가 처음으로 간 낯선 동네인데 생각지도 못한 피드백을 받고는 얼마나 뿌듯하던지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또 마음 맡기러 가야겠어요’하고 답을 보냈다. 어쩌다 한번 가본 동네와 내 마음을 맡긴 동네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은가. 물리적 거리감은 그대로라 해도 심리적 거리는 확실히 줄었다.

- 내가 살던 동네도 사라질까 중


맡겨놓은 카페 프로젝트는 2022년 춘천 중간지원조직 6개가 협업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동사업으로 기획, 실행된 공공사업이라고 해요. 청소년이라는 것만으로 관심과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니. 정말 따스한 마음 아닌가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저도 춘천에 가면 마음을 맡겨놓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도 벌써 춘천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지역을 살리고 알리는 일은 어쩌면 지역의 커뮤니티를 위한 일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나도 그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 그게 로컬이 흥하는 길 아닐까요.



무엇이 그/그녀를 다시 돌아오게 했을까


춘천시를 상징하는 나무는 은행나무요, 꽃은 개나리, 새는 산까치, 그리고 동물이 호랑이다. 시 홈페이지에 이렇게 안내되어 있긴 한데, 왜 이들이 춘천의 상징종인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은 없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상징종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다.  …  그럴 만도 한 것이 중복 지정된 상징종이 많다. 춘천시의 상징 나무인 은행나무는 무려 72개 지자체에서 상징 나무로 지정하고 있다.  …  이는 근래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는 일과도 연결된다. 결국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인데 그게 얼마나 지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또는 얼마나 지역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를 묻고 싶어 진다.

- 색깔을 만드는 일 중


이 또한 무릎을 탁! 치는 대목이었어요. 모든 지자체 홈페이지에 있는 상징종. 도대체 왜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거든요. 거기다 은행나무는 72개, 개나리는 34개, 까치는 59개 지자체의 상징종이라니. 정말 있으나 마나 한 거였더라고요. 가끔 탐방(탐방을 운영하는 올어바웃)은 종종 지자체의 브랜딩 컨설팅을 맡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우리 지역에만 있는 특별한 것, 지역성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남(타 지자체)과 다른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때로는 우리 지역의 강점을 알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주장하는 게 ‘외부인의 시선’이에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에서는 춘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서울로 갔다 다시 춘천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든 은주씨와 선우씨를 소개해요. 저자는 이들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서울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춘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지 추측하죠. 그리고 말해요.



그렇다면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한 춘천시의 전략은 ‘오케이, 얼마든 서울로 가라, 가서 양껏 경험하라, 그리고 언제고 다시 내려오라, 두 팔 벌려 환영하리라’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 색깔을 만드는 일 중



빈집들 사이를 걸으며


낭만이란 게 뭘까? 누구에겐 낭만인데 또 다른 누구에겐 낭만일 수 없다면 그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춘천의 원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춘천이 정말 낭만적인 곳일까 하고 되묻게 된 것은 언덕배기로 이어지는 골목 구석구석 잡초가 무성히 자리고, 출처 모를 쓰레기가 나뒹구는 빈집들이 꽤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 낭만에 대하여 중


예전에 들었던 산동네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고, 마을에는 벽화가 그려져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여행지이자 출사 장소로 유명해진 곳이죠.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참 힘들다는 이야기였어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잘 살지 못하는 처지를 보며 옛날의 추억이 떠오른다는 소리에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요. 물론, 빈집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겐 낭만이 아닌, 현실이라는 건 동일하죠.

농촌 지역보다 도심에 빈집이 많은 춘천은 원도심의 빈집을 시민 커뮤니티 공간 ‘모두의살롱’으로 변화시켜 활용하고 있어요. 2곳 뿐으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요. 하지만, 낭만적인 시선을 거두고, 빈집이 가득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빈집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저자는 춘천의 수많은 빈집을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의 비빌 언덕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펼치기도 해요. 부담스러운 귀촌 보다, 소도시의 이주가 더 현실적이라며, 일본의 시마코토 아카데미와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사례와 같이 모두의살롱을 중심으로 한 춘천의 관계인구 실험을 꿈꾸죠. 함부로 낭만을 논하면 안 되는데, 낭만을 찾게 되는 모순. “그런데 난 왜 자꾸 춘천 도심의 빈집들을 보며 낭만을 품게 되는지 모르겠다.” 외부인과 내부인 사이의 줄타기. 로컬 씨는 아마도 그 사이에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게 됐어요. 여러분의 로컬 씨는, 어디에 있나요? 궁금하네요.


* 탐방은 2023년 시골언니 프로젝트와 함께했어요. 12명의 시골언니를 소개했던 탐방 인터뷰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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