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컬쓰기 

from 주야, 벌써 가을이라고요?

벌써 가을이라고요?

 찐하게 더웠던 날씨와 다르게 선선해진 공기가 반갑다가도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절, 가을이에요. 한 해의 마지막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괜히 올해는 뭐 했나 싶은 불안한 마음도 새어 나와요. 지나온 겨울, 봄, 여름을 떠올려보면 매일 바쁘게 지냈던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떻게 지나온 건지 모르겠네요. 이 시점에  한 해의 마무리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잠시 멈춰, 찬란한 가을 날씨를 즐기면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 올해를 조금 일찍 돌아보는 거예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지나온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 보면 남은 가을과 서서히 다가올 겨울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릉에서 가을을 만끽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일 수 있는 곳들을 떠올려봤어요.   

솔숲에 안겨서 바다를 바라보는요가

이른 아침, 솔숲의 짙은 녹색에 안겨 바다를 마주 보면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어있단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반짝반짝 빛나기도, 구름처럼 그저 흘러가기도 합니다. 파도가 만드는 하얀 거품이 몽글거리기도 하고요. 매트에 앉아 호흡을 내뱉으며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무거웠던 몸이 서서히 가벼워집니다.  파도소리와 함께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풀어준 후 함께 마시는 차는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무언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 어바웃 요가 스튜디오 :   몸과 마음의 흐름을 느끼고 힘을 채워내며 삶에 대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곳 

📍 몸집(나의몸, 나의집): 나의 집이 되어주는 나의 몸에 귀기울이며 고요한 새벽의 바다요가를 즐길 수 있는 곳

잔잔한 물결로 나를 깨워주는 서점

약간의 무기력함에 잠겨있을 때, 서점에 가곤 합니다. 차분하고 묵직하게 내려앉은 서점의 공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들이 주는 에너지가  은근하게 마음 한편에 숨어있던 의욕을 살살 꺼내주는 느낌이에요. 특히 독립서점은 서점지기의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과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뚜렷해서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을 때에도, 어느새 손에 여러 권의 책을 들고 있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고른 책 몇 권을 손에 들고  나면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뿐해지고 든든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 한낮의 바다 :  한낮의 바다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따스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서점.  삶의 태도와 나의  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많다.  

📍 윤슬서림 :  윤슬처럼 잔잔하지만 반짝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서점. 무인으로 운영되서 좀 더 편하게 책을 둘러볼 수 있다.  

깨끗하고 고요한 차(茶)

차는 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향이 진하고 맛이 뚜렷해도 맑고 투명하달까요? 지나가지만 없어지지 않는 느낌이에요. 한 입마다의 여운을 더 오래 느끼려고  천천히 마시게 됩니다.   따뜻하고 깊은 향을 머금으면 머릿속이 포근해집니다.  차를 조금씩  홀짝이며  느긋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를 한 모금 넘기고  책장을 한 장 넘기는 찰나의 순간이  느리게 느껴지면서 책 속의 문장이 더 와닿는 달까요.  

📍 차리프 : 계절을 담고있는 매력적인 티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곳.  다채로운 티코스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오뽐므 : 은은한 차와 어울리는 정성스러운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 동양적인 분위기의 공간이 묘하고 차분하다.  

기분 좋은 날씨에 살랑거리다가도 왠지 모르게 울적해지기도 하는  가을이에요. 한 낮의 쾌청한  날씨가 시원하게 느껴지다가도 겉옷을 챙기게 되는 저녁의 쌀쌀함 때문일까요? 괜히 주춤거리는 마음에 움츠러들기보다는 가을의 산뜻한 공기와 따스함으로 가득 찬 햇볕을 두 뺨으로 느끼면서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 얼마 남지 않은  올 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