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서울아가씨 화이팅 | 글 노니 · 그림 킷키
경상북도 상주의 ‘좋아하는서점’에서 <서울아가씨 화이팅>을 집었어요. 글을 쓴 노니님이 운영하는 서점이라 원작자에게 구매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표지 뒷장에 사인이라도 받아 둘 걸 그랬나 봐요. 출장 가면 늘 서점에 들러 로컬 책을 구매해요. 어느덧 책장엔 예쁜 책들이 쌓여갑니다.
아홉 번째 책 : <서울아가씨 화이팅> Ⓒ탐방
<서울아가씨 화이팅>은 책의 색감이 참 좋아요. 부드러운 녹색인데, 수채화 물감을 칠한 듯 편안함이 느껴져요. 책의 표지와 속에 있는 그림들은 얼마 전 탐방이 만난 라킷키님의 작품이에요. 두 작가가 만나 상주 가득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로컬 책 리뷰를 몇 번 해봤지만 <서울아가씨 화이팅>처럼 빨리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렵지 않은 일상의 언어들과 세세한 표현들 덕분이에요.
공부하는 책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술술 읽으며 멍하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필요해요. 몇 가지를 탐방러님들에게 공유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평생 상주에 살 수도 있고, 다음 달에라도 다 접고 서울에 올라갈 수도 있죠. Ⓒ탐방
“농촌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몸으로 익힌 기술로 삶을 꾸려가는 것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12p)
농촌과 도시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주로 물질적인 것 위주로 생각해왔거든요. 물론 제조업처럼 도시에서도 몸으로 익힌 기술을 활용한 직업들이 있어요. 그런데 뭐랄까.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요. 도시에 살면 사람들 간의 약속이나 타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가기 마련이죠. 그런데 농촌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도시가 사람이 만든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면, 농촌은 자연이 만든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이에요. 자연은 친절하지 않거든요. 열심히 돌아다니고 몸을 써야 그나마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 남는다는 것,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꽤 무거운 일인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41p)
일터와 삶터를 옮기기가 쉬워질수록 로컬의 고민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로컬에서는 공동체를 10년~20년 그 이상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도시 사람들의 호흡은 점점 짧아져만 가요. 직장과 학교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 된 것처럼요. 또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다 보니 지역사회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죠. 공동체가 도시에서 온 청년에게 무엇인가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아요. 근데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랍니다.
“나는 서울서 내려왔다. 나는 싱글이다. 나는 운전을 못 한다. 심지어 면허도 없다. 그리고 수개월째, 무사히 지역에 살고 있다.”(110p)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안 될 이유를 먼저 찾진 않나요. 안 될 이유를 찾다 결국 포기할 때가 많아요. 새로운 로컬에 살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준비할 게 참 많죠. 운전도 해야 하고, 위험한 것도 많고, 정보도 부족하다는 등등 이유가 천차만별이에요. 그렇다면 운전도 하고 환경이 좋아지면 내려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냥 안 하고 싶은 명분을 찾고 있는지 몰라요.
라킷키님의 그림과 노니님의 글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서울아가씨 화이팅> Ⓒ탐방
“모두 살려고 오는 거예요. 잘살아 보려고요.”(147p)
종종 서울을 떠나 촌으로 가는 것이 ‘현실 도피’나 ‘포기했다’라는 의미로 해석돼요. 촌에 대한 큰 선입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열정적으로 살아가거든요. 제 생각엔 늦었지만 본인을 발견한 거라 생각해요. 학교에 다니며 모두 함께 같은 목적지만을 향해 달려가진 않았을까요.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삶이 있는데도요.
이 책은 서울 사람이 상주에 정착하는 이야기예요. 다른 로컬 서적과 좀 다른 점은 ‘직업’에 관한 고민이 잘 담겨있단 거예요. 로컬 이야기에서 많이 보이는 귀농이나 창업이 아닌, 서울 사람이 로컬에서 마주하는 직업에 관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새로운 로컬로 떠나는 것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세요!
문화│책
서울아가씨 화이팅 | 글 노니 · 그림 킷키
경상북도 상주의 ‘좋아하는서점’에서 <서울아가씨 화이팅>을 집었어요. 글을 쓴 노니님이 운영하는 서점이라 원작자에게 구매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표지 뒷장에 사인이라도 받아 둘 걸 그랬나 봐요. 출장 가면 늘 서점에 들러 로컬 책을 구매해요. 어느덧 책장엔 예쁜 책들이 쌓여갑니다.
아홉 번째 책 : <서울아가씨 화이팅> Ⓒ탐방
<서울아가씨 화이팅>은 책의 색감이 참 좋아요. 부드러운 녹색인데, 수채화 물감을 칠한 듯 편안함이 느껴져요. 책의 표지와 속에 있는 그림들은 얼마 전 탐방이 만난 라킷키님의 작품이에요. 두 작가가 만나 상주 가득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로컬 책 리뷰를 몇 번 해봤지만 <서울아가씨 화이팅>처럼 빨리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렵지 않은 일상의 언어들과 세세한 표현들 덕분이에요.
공부하는 책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술술 읽으며 멍하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필요해요. 몇 가지를 탐방러님들에게 공유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평생 상주에 살 수도 있고, 다음 달에라도 다 접고 서울에 올라갈 수도 있죠. Ⓒ탐방
“농촌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몸으로 익힌 기술로 삶을 꾸려가는 것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12p)
농촌과 도시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주로 물질적인 것 위주로 생각해왔거든요. 물론 제조업처럼 도시에서도 몸으로 익힌 기술을 활용한 직업들이 있어요. 그런데 뭐랄까.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요. 도시에 살면 사람들 간의 약속이나 타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가기 마련이죠. 그런데 농촌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도시가 사람이 만든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면, 농촌은 자연이 만든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이에요. 자연은 친절하지 않거든요. 열심히 돌아다니고 몸을 써야 그나마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 남는다는 것,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꽤 무거운 일인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41p)
일터와 삶터를 옮기기가 쉬워질수록 로컬의 고민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로컬에서는 공동체를 10년~20년 그 이상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도시 사람들의 호흡은 점점 짧아져만 가요. 직장과 학교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 된 것처럼요. 또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다 보니 지역사회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죠. 공동체가 도시에서 온 청년에게 무엇인가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아요. 근데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랍니다.
“나는 서울서 내려왔다. 나는 싱글이다. 나는 운전을 못 한다. 심지어 면허도 없다. 그리고 수개월째, 무사히 지역에 살고 있다.”(110p)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안 될 이유를 먼저 찾진 않나요. 안 될 이유를 찾다 결국 포기할 때가 많아요. 새로운 로컬에 살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준비할 게 참 많죠. 운전도 해야 하고, 위험한 것도 많고, 정보도 부족하다는 등등 이유가 천차만별이에요. 그렇다면 운전도 하고 환경이 좋아지면 내려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냥 안 하고 싶은 명분을 찾고 있는지 몰라요.
라킷키님의 그림과 노니님의 글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서울아가씨 화이팅> Ⓒ탐방
“모두 살려고 오는 거예요. 잘살아 보려고요.”(147p)
종종 서울을 떠나 촌으로 가는 것이 ‘현실 도피’나 ‘포기했다’라는 의미로 해석돼요. 촌에 대한 큰 선입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열정적으로 살아가거든요. 제 생각엔 늦었지만 본인을 발견한 거라 생각해요. 학교에 다니며 모두 함께 같은 목적지만을 향해 달려가진 않았을까요.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삶이 있는데도요.
이 책은 서울 사람이 상주에 정착하는 이야기예요. 다른 로컬 서적과 좀 다른 점은 ‘직업’에 관한 고민이 잘 담겨있단 거예요. 로컬 이야기에서 많이 보이는 귀농이나 창업이 아닌, 서울 사람이 로컬에서 마주하는 직업에 관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새로운 로컬로 떠나는 것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