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 | 윤현경
여덟 번째 책 :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 Ⓒ탐방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소소하게 농사일을 도왔던 기억이 있어요. 어린아이한테 ‘일을 하면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일차원적 개념이 생겨난 계기였죠.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저에게도 농사는 책과 TV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 친구는 분당의 아파트에서 태어나 쭉 자랐는데, 논길을 걸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어느덧 우리에게 농사는 남 일이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도시가 아닌 시골로 이주한다는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를 떠나 산다는 것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였다면, 현재는 전원생활이나 5도 2촌처럼 휴식을 위한 귀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또 ‘워케이션’이나 ‘디지털노마드’처럼 귀농과 귀촌, 그리고 관광 사이 그 어디쯤의 변종이 등장하기도 했죠. 오늘 소개할 책은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워케이션’을 꿈꾸는 ‘디지털노마드’에게도 추천해요.
책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는 강화도 시골 책방 ‘국자와주걱’에서 구매했어요. 지역 책방에는 지역민들이 만든 책들이 있어 여행의 재미를 키워주는데요. 탐방도 강화에 머물며, 책방에 들렀다 바로 구매하게 되었죠.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는 제목처럼 여행보다는 귀농귀촌인의 경험을 담은 책이에요. 너무 도시적이지도, 농촌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작가가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 참 좋았어요.
소음이 적고 불빛도 적고 좀 심심한 게 좋은 것 같아요. Ⓒ탐방
“감각의 휴식”(63p)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자녀가 말하는 시골살이의 좋은 점인 ‘감각의 휴식’이 와 닿았어요. 도시에서 소음과 불빛들이 주는 자극, 길을 걸으면 불어오는 담배나 매연에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오히려 자극이 없으면 불안해 스마트폰을 만지작하는 저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시골에 살면 고요한만큼 다른 자연의 감각들이 깨어난다고 해요. 물론 그때까지 참아내는 것도 필요하죠.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시골이라고 별다를 거 없어. 조용하고 공기 좋은데, 불편한 게 아주 많지.”(88p)
어떤 사람들은 귀농귀촌을 각박한 도시 생활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선택하곤 합니다. 도시에 불편한 게 많으니 시골에 가서 편하게 살겠다는 의미죠. 하지만 어딜 가나 스트레스의 총량은 같기 마련입니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게 있는 것이죠. 도시와 시골. 더 참기 힘든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요즘 농부는 마케팅!”(11p)
얼마 전 로컬복덕방 인터뷰에서 전라남도 구례에 거주 중인 로컬푸드 MD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도시에서 온 사람이 처음 귀농귀촌할 때 하기 좋은 직업이 바로, 판매와 마케팅이라고 해요. 아무래도 시골에 계신 분들보다는 컴퓨터와 친하기 때문이죠. 또 일하면서 생산자도 직접 만나볼 수 있고, 지역 농업 시장도 이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랄까요? 반대로 책에서는 생산을 먼저 시작하고 판매와 마케팅을 시작했는데요. 뭐가 되었든 일단 시작해보는 게 정답이겠죠.
귀농귀촌의 낭만과 현실, 그리고 미래에 관하여 Ⓒ탐방
“농촌에는 청년농부가 절실하다.”(193p)
책에서는 청년농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이 농촌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잠깐이라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텃세려니, 불쑥불쑥 누가 찾아온다든지 등 귀농귀촌을 망설이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책에서는 청년농부가 정착하는 것을 관공서와 마을이 돕고, 청년은 사업확장에 따른 성과를 공유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서로가 도움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더 많은 청년이 지역에 내려가지 않을까요.
시골살이가 힘들고 예상치 못하더라도 견뎌내는 것은 행복이었어요. “이젠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퇴근할 일도 없고, 눈 오는 날엔 맘껏 소녀 감성이어도 상관없다 …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훨씬 행복해졌다.” (68p)
작가가 말하는 귀농이 가져다주는 보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저도 모르게 귀농한 모습을 상상해볼 정도로요. 꼭 귀농귀촌이 아니더라도, 떠나는 곳이 농촌이라면 가볍게 읽어보세요. 한 권을 다 읽을 때쯤이면 시골 문화가 조금은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 거예요.
문화│책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 | 윤현경
여덟 번째 책 :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 Ⓒ탐방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소소하게 농사일을 도왔던 기억이 있어요. 어린아이한테 ‘일을 하면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일차원적 개념이 생겨난 계기였죠.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저에게도 농사는 책과 TV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 친구는 분당의 아파트에서 태어나 쭉 자랐는데, 논길을 걸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어느덧 우리에게 농사는 남 일이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도시가 아닌 시골로 이주한다는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를 떠나 산다는 것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였다면, 현재는 전원생활이나 5도 2촌처럼 휴식을 위한 귀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또 ‘워케이션’이나 ‘디지털노마드’처럼 귀농과 귀촌, 그리고 관광 사이 그 어디쯤의 변종이 등장하기도 했죠. 오늘 소개할 책은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워케이션’을 꿈꾸는 ‘디지털노마드’에게도 추천해요.
책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는 강화도 시골 책방 ‘국자와주걱’에서 구매했어요. 지역 책방에는 지역민들이 만든 책들이 있어 여행의 재미를 키워주는데요. 탐방도 강화에 머물며, 책방에 들렀다 바로 구매하게 되었죠.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는 제목처럼 여행보다는 귀농귀촌인의 경험을 담은 책이에요. 너무 도시적이지도, 농촌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작가가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 참 좋았어요.
소음이 적고 불빛도 적고 좀 심심한 게 좋은 것 같아요. Ⓒ탐방
“감각의 휴식”(63p)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자녀가 말하는 시골살이의 좋은 점인 ‘감각의 휴식’이 와 닿았어요. 도시에서 소음과 불빛들이 주는 자극, 길을 걸으면 불어오는 담배나 매연에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오히려 자극이 없으면 불안해 스마트폰을 만지작하는 저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시골에 살면 고요한만큼 다른 자연의 감각들이 깨어난다고 해요. 물론 그때까지 참아내는 것도 필요하죠.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시골이라고 별다를 거 없어. 조용하고 공기 좋은데, 불편한 게 아주 많지.”(88p)
어떤 사람들은 귀농귀촌을 각박한 도시 생활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선택하곤 합니다. 도시에 불편한 게 많으니 시골에 가서 편하게 살겠다는 의미죠. 하지만 어딜 가나 스트레스의 총량은 같기 마련입니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게 있는 것이죠. 도시와 시골. 더 참기 힘든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요즘 농부는 마케팅!”(11p)
얼마 전 로컬복덕방 인터뷰에서 전라남도 구례에 거주 중인 로컬푸드 MD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도시에서 온 사람이 처음 귀농귀촌할 때 하기 좋은 직업이 바로, 판매와 마케팅이라고 해요. 아무래도 시골에 계신 분들보다는 컴퓨터와 친하기 때문이죠. 또 일하면서 생산자도 직접 만나볼 수 있고, 지역 농업 시장도 이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랄까요? 반대로 책에서는 생산을 먼저 시작하고 판매와 마케팅을 시작했는데요. 뭐가 되었든 일단 시작해보는 게 정답이겠죠.
귀농귀촌의 낭만과 현실, 그리고 미래에 관하여 Ⓒ탐방
“농촌에는 청년농부가 절실하다.”(193p)
책에서는 청년농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이 농촌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잠깐이라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텃세려니, 불쑥불쑥 누가 찾아온다든지 등 귀농귀촌을 망설이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책에서는 청년농부가 정착하는 것을 관공서와 마을이 돕고, 청년은 사업확장에 따른 성과를 공유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서로가 도움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더 많은 청년이 지역에 내려가지 않을까요.
시골살이가 힘들고 예상치 못하더라도 견뎌내는 것은 행복이었어요. “이젠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퇴근할 일도 없고, 눈 오는 날엔 맘껏 소녀 감성이어도 상관없다 …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훨씬 행복해졌다.” (68p)
작가가 말하는 귀농이 가져다주는 보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저도 모르게 귀농한 모습을 상상해볼 정도로요. 꼭 귀농귀촌이 아니더라도, 떠나는 곳이 농촌이라면 가볍게 읽어보세요. 한 권을 다 읽을 때쯤이면 시골 문화가 조금은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