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지망생입니다>

  문화│책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 김미향



서울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나요? 이주까진 아니지만, 훌쩍 떠나는 여행을 꿈꾸면서요. 탐방은 <로컬의 삶>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더 자주 ‘서울탈출’을 꿈꿨던 것 같아요. 특히 지난주 여름방학 특집에서 만난 속초, 강릉의 탐방러들은 이런 저의 마음을 부채질했죠. 물론 그곳에서도 바쁜 일상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거든요.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로 시작해서,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난 안 되겠지.’로 끝났지만요.


그러던 중 오늘의 탐방북,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를 만났어요. 탈서울러를 자주 만나지만 여전히 지망생에 머물러있는 저, 그리고 여러분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역시나. 책을 읽는 동안 공감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 탐방북에서는 챕터별로 공감된 글귀와 또 다른 지망생, 탐방지기의 생각을 나눠볼게요.


네 번째 책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탐방



1. 험난한 서울살이, 자취만렙의 최후



잠만 자는 3평짜리 방이 나은지, 섬 근무가 나은지를 두고 비교하는 건 “동네 목욕탕에서 44도 열탕에 들어갈래? 아니면 18도 냉탕에 들어갈래?”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동네 목욕탕에서 열탕이나 냉탕이나 몇 분 못 견디는 나는 열탕에서 3분 견디고, 냉탕에서 3분 견디다 결국 온탕에 정착하곤 한다. … 중략 … 지금 내가 사는 세계에선 열탕 아니면 냉탕밖에 없는 것 같다. … 중략 … 열탕과 냉탕 둘 중 선택하라고 하면 “둘 다 싫어요, 38도 온탕은 없나요?”라고 되물어야 정상일 텐데 아무도 되묻질 않는다. 냉탕에서는 누구나 열탕에 가려 하고 열탕에서는 숨이 막혀도 그걸 견디며 산다.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24-25 중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김미향)가 서울을 탈출하기 위해 예행연습을 한 여정입니다. 미향님은 서울살이와 시골살이를 냉탕과 열탕에 비유하며, 왜 온탕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요. 정말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죠. 그러게요. 왜 우리는 온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저는 “지방 가서 살 수 있어?”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하지만 항상 대답을 주저하죠. “하면 하는데, 글쎄? 살아본 적은 없어서.” 미향님은 지방 도시에서 성장해서 서울로 올라왔다면, 탐방지기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만 살아본 서울 토박이거든요. 왠지 저의 삶 전체가 변화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들어요. 아마도 그건 저 역시, 서울 아닌 지방을 시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열탕과 냉탕의 사이, 온탕을 떠올리지 못한 거죠.



2. 한 달이라도 살아보자


 

각지에 흩어져 사는 우리 집 남매들은 부모님이 사는 전북 정읍시의 이 아파트를 ‘엄마호텔’이라 부른다. 이곳에 오면 매일 아침 갓 지은 집밥이 조식으로 나오고, 깨끗한 침구와 부드러운 수건이 언제나 준비되어있다.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49 중


그래서 미향님은 3주간 휴가를 떠나요. 온탕을 찾아 ‘엄마호텔’로요. 미향님의 고향인 정읍’시’는 꽤 큰 도시예요.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KTX역이 있어 서울에서도 가기 편리하죠. 무엇보다 미향님에게는 가족이 있는 따스한 집도 있고요. 좁은 서울 자취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엄청난 혜택이 있달까요.


‘엄마호텔’은 저도 애용합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과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한 그 호텔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습니다. - 2박 이상에는 대가가 따른다. - 2박이 넘어가면, 더 이상 손님이 아니거든요. “결혼은 안 하니?”로 시작해 끝나지 않는 잔소리와 다 큰 성인이 엄마가 해주는 밥만 받아먹는 괜한 미안함. 하여튼 좋기도, 나쁘기도 한 호텔이죠. 미향님도 그랬어요. 그런데도 탈서울 예행연습에는 가장 최적의 장소였던 거죠. 그렇게 3주를 지내며 아침, 저녁 2번의 산책을 했다고 해요. 시끄럽고 답답한 서울과 달리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리면 아름다운 자연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죠.


지방 소도시의 산책길이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확 깨는 풍경들이 있다. 이 둘레길을 따라 예쁜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지만, 한편에 ‘무인 모텔’ 여러 곳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다. … 중략 … 고만고만한 지방 소도시에는 아무리 멋진 뷰가 펼쳐져도 주변에 자리하는 건 모텔뿐이었다.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61-62 중


미향님이 정읍에서 느낀 아쉬움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작년, 정읍의 콘텐츠를 의뢰받아 몇 번 갔던 적이 있었거든요. 갈 때마다 문제가 되는 건 숙박과 교통이었죠. 정읍 하면 내장산, 단풍놀이의 중심이니까 당연히 숙박시설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마땅치 않았어요. 미향님이 봤던 무인 모텔 말고는 결국 찾지 못했죠. 교통도 문제였어요. 버스가 잘 연결되지 않은 탓에 택시 회사 명함을 들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시’의 기준이 아주 혼란스러웠던 경험이죠. 그런데도 정읍은 참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인 건 분명해요.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깝죠. 


정읍의 샘고을시장, 가재길 Ⓒ올어바웃



3. 탈서울 체크리스트



"막상 내려가라고 하면 못 내려가요. 일단 전 농사짓기가 싫거든요.” … 중략 … 지방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단순했다. 대도시에 살던 삶을 접고 곧바로 ‘욜로!’를 외치며 갑자기 농사를 짓는 스토리들이었다. … 중략 … 로컬살이도 다양한 색깔로 채워지면 좋을 텐데. 로컬에서 산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과 학교가 필요하며, 대중교통과 생활 시설, 동네에 적당한 생필품 구매처는 있어야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나는 집 앞에서 배추를 뜯어 전을 부쳐 먹는 영화 속 김태리가 아니니까.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81-82 중

 

<리틀 포레스트>를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죠. 보기만 해도 힐링 된다고요. 하지만 직접 작물을 키울 자신 있나요? 책상 위의 작은 식물도 매번 저세상으로 보내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탈서울을 하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 같아요. 아니 편견이라기보단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농부밖에 없는 것일까요? 로컬살이를 다양한 색깔로 채우기 위해서 탐방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로컬살이가 특별하고 독특한 게 아니라 평범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길 바라요.



4.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여기 오고 나니까 오히려 친구들이 자주 찾아와요. 저희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양양에 이사 오고 나서 친구나 지인들을 더 자주, 더 깊게 만나게 되었어요. … 중략 … 그동안 쌓아온 인간관계를 벗어났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205 중


미향님은 탈서울 선배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중 지원씨 부부의 이야기를 읽는데, 이번 여름방학에 만난 흰다정이 떠올랐어요. 흰다정도 연고 없는 속초로 거주지를 옮긴 부부이죠. 그래서 탐방도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외롭지 않은지 물어봤더니 지원씨 부부와 같은 답을 했어요. 서울에 있을 때보다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난다고요. 본인들이 속초에 있으니 친구들이 강원도로 여행을 오기도 하고, 이 주변에 왔을 때는 꼭 들리는 거죠. 내가 그동안 쌓아놓은 인간관계를 모두 놓아야 한다는 생각, 이 또한 우리의 착각 같아요.


 책을 보며 떠올랐던 흰다정 부부 Ⓒ탐방 


탈서울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추진한 분들은 뭔가 자신만의 장기가 있는 분들이었다. … 중략 … 소박한 봉급생활자의 꿈을 지방에서 이룰 순 없는 걸까.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월급쟁이로 탈서울한 사람은 왜 쉽게 만날 수 없는 걸까. … 중략 … 시장에 당장 내다 팔 것이 없는 평범한 사무직 근로자가 급여소득자로 살기 위해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붙어 있어야만 하는 현실을 나는 인터뷰 과정에서 재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p250-252 중


탐방도 항상 하는 고민입니다. 매번 <로컬의 삶>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되도록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자 노력해요. 하지만 미향님의 말처럼 자신만의 장기가 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조직에서 벗어나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일명, 창작자가 거주지를 이동하기 쉬운 법이니까요. 그래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모든 직종이 디지털에 익숙해진 건 로컬살이에 긍정적인 것 같아요. 이제는 대부분이 화상회의에 익숙해지고, 누군가 재택근무 중이라 해도 그리 놀랍지 않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워케이션(Work + Vacation)도 그래요. IT 업계에서 선도하고 있지만, 사무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회사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도 워케이션을 통해 급여소득자가 로컬살이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완벽한 정착은 아니지만, 꼭 한 곳에서 살아야 하는 법이 있나요? 평생직장이 없어진 것처럼, 평생 거주지도 없어진 지 오래인걸요.


탈서울을 꿈꾼다면,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탐방



귀농 귀촌 말고 ‘탈서울’을 꿈꾼다면,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를 강력 추천해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공감과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 그리고 팁까지 가득하거든요. 더 구체적이고 깊은 대화를 원한다고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탐방이 도시탈출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탐방이 추천하는 책과 여러 생각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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