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2기

from 주야, 시시하고 심심한 나의 로컬 일상

🌊 강릉에 살고, 양양으로 출근합니다.

 월요일 아침.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간단한 요가로 몸을 풀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한 손에는 사과를, 다른 손에는 핸들을 잡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여유롭게 사과를 썰어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와앙하고 베어 뭅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커피를 홀짝이며 워밍업으로 메일을 한 번 훑습니다. 별 일 없으면 인스타그램도 둘러보고, 네이버 뉴스도 들리고 여기저기 딴짓을 좀 해봅니다. 사부작사부작 업무를 보다가 점심 뭐 먹지를 고민하다 보면 벌써 오후가 되고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켜며 오후 업무를 시작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싶으면 4시에요. 간식 한 입 하고 살살 업무를 보다 보면 퇴근시간입니다. 퇴근을 하면 간단하게 밥을 차려 먹고 요가원을 가거나 러닝을 합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일기를 끄적이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조잘거리는 저녁 시간을 보낼 때도 있어요.

 강릉에서 지내는 건 어때? 라고 물어본다면, 이렇듯 똑같습니다. 반복되는 출퇴근에 좋아서+해야 해서 하는 운동을 곁드리고, 종종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보통의 날들이요. 서울권에서 생활하다가 불쑥 강릉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에 주변 사람들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강릉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을 떠난 것에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강릉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은 타이밍이 잘 맞았을 뿐, 남다른 이유나 결심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득 내가 어쩌다 강릉에서 지내고 있지? 여기서 지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쩌면 시시하고 심심한 강릉살이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운 하루를 보냅니다.

 강릉에서의 하루는 서울보다 더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애써 찾아다니지 않아도 자연을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강릉에서 양양으로 출퇴근하며 매일 왕복 60km를 오가지만, 기름값이 고달플 뿐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한쪽으로는 짙은 초록의 산맥들이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하늘을 담은 바다에 파도가 일렁입니다. 문서 속에서 머리가 지끈거리다가도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면 짙은 소나무와 푸른 논밭이 한눈에 닿아요. 가끔 파도가 있는 날이면 서핑수트를 챙겨입고 보드를 차에 싣고 바다로 퇴근합니다. 파도를 잘 타도, 못 타도 노을이 비치는 붉은 빛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서핑은 만족스럽습니다. 하늘이 넓게 펼쳐진 경포호수를 뛸 때도 비슷합니다. 끈끈한 땀에 젖은 채로 노을을 바라보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진달까요? 자연의 황홀함을 자주 느끼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처음엔 있어서 좋았는데, 이젠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자주 고민하고, 또 자주 괜찮아지는 일상이에요.

 자연스러운 하루는 한편으로는 심심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자연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것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일도, 사람도 가득한 서울이 반짝여 보일 때도 있습니다. 경쟁과 바쁨에서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이곳에서의 삶도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게 됩니다.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가던지 불안은 있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환경을 바꾸면, 지금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우면, 불안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강릉에서 지내면서 그런 삶은 없구나 싶어요. 어디서든 지금 가진 것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더 쉽게, 자주 만족스러울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필요하지만요. 아마도 지금 강릉에서 보내는 이 시기가 그 과정인 듯 싶어요. 자연스러운 일상의 특별함을, 자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일상이 특별하다고 말해도 될까요?💫

#로컬살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