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낭구, 김포 사람 친구 인터뷰

김포 사람 친구 인터뷰(인 듯 담소인 듯)

비가 오면 생각나는 친구 다빈과 장마 한 가운데에서 김포와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희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김포로 이사 와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아니더라고요...?🫢

Q. 김포에 언제 이사 왔지? 기분은 어땠어?

초등학교 2학년 겨울에 아빠 회사 때문에 김포로 이사를 왔는데 처음에는 너무 싫었어. 광명에 살았을 때는 엄마랑 지하철 타고 코엑스 전시도 보러 다니고 공연 같은 것들도 자주 보며 어렸을 때부터 문화생활을 즐겼었거든. 근데 이제 그런 것들이 전무한, 지하철도 없는 깡촌으로 이사 간다고 하니 충격적이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에 울었지. (물론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어 속상하고 슬픈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장기동에 처음 왔을 땐 우리 아파트랑 다른 아파트 딱 두 개만 있고 거의 다 밭이었어.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동네에 계속 살고 있어.
(그 깡촌은,,, 세월이 흘러 신도시가 되었답니다.)

Q. 다빈이가 생각하는 김포는 어떤 곳이야?

집이 있고 내가 자란 곳이고 친구들이 있는 우리 동네! 친구들이랑 김포 애들이 참 착하다고 말하곤 해. 우리가 김포에 살았기 때문에 유순한 면도 있는 것 같아. 적당히 자연이 있고 너무 삭막하지 않고, 너무 시골도 아닌데 그렇다고 큰 도시는 아닌. 낮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도시에 주거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있고 삶이 있는, 사람 사는 도시.

나는 끌리는 게 있으면 서슴없이 달려가는 스타일이거든. 그런 면에서 그동안의 김포는 내가 쉬거나 노는 장으로서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크게 없었던 것 같아. 로컬은 그 곳에서 느껴지는 '지역성'이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그렇게까지 두드러지는 지역성이나 문화가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달까. 

근데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해. 지역 문화 재단이 생긴 이후로 그 존재의 유무에 따른 차이를 많이 느끼고 있거든. 작년에 집 근처에 생긴 아트센터에서 '벨기에 문화의 날' 행사를 한다는데 프로그램 중 재즈공연이 포함되어 있다는거야. 재즈를 좋아하니까 동생이랑 공연을 보러 갔었어. 거기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이 공연을 보려고 서울에서 왔다는거야. 당연히 김포사람일 줄 알았는데 정말 놀랐어. 김포에는 외부인들이 찾아올만한 문화적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나는 맨날 전시나 영화제 같은 것들을 보러 다른 도시에 자주 다니는 편인데, 그런 식으로 외부사람이 유입된 걸 직접 보니 옛날부터 김포에 살고 있던 사람으로서 더 신기하게 느껴졌어. 문화재단이 생기고나서는 이런저런 행사들도 많이 열리고, 다양한 기획들이 생기고.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지금 어린 친구들은 김포에서 자라면서도 그래도 뭔가 볼 만한 것들이 많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역문화재단의 영향력을 느끼게 된 경험이었어. 

Q. 8년 정도 프로 통학러, 통근러, 경기러, 근교인으로 삶은 어땠어?

그야말로 길바닥 인생이었지(웃음). 대부분 편도 2시간, 하루에 통합 4시간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으로 보냈으니 말이야. 근데 나는 그 시간에 잠도 자고 책도 많이 읽고 해서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리 부정적으로만 다가오진 않았어. 환승을 많이 해야 할 때는 지치기도 하고, 일찍 나와도 환승을 놓쳐서 지각하면 서럽기도 하고..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훨씬 여유가 있잖아. 내가 한참 지하철 타고 가는 중일 때 그 친구들은 눈 떴다고 하면 가끔 허탈하기도 하고. 돌아보면 꽤 설움이 많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잘 활용해 보려 노력했다, 이 정도?


Q. 작년에 서울살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잖아.

작년엔 마포구 홍대/합정 쪽으로 집을 알아봤었어. 직장이 파주인데 김포에서 파주를 갈 때, 30분이면 갈 거리를 대중교통이 없어 2시간을 걸려갔지. 비슷한 시간으로 통학을 오래했다고 해도 아무래도 출퇴근길 통근은 다르더라고. 그러다보니 시간과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고, 일을 마치고는 고되니 조용히 나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합정역쪽이 직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에 해당되는 동네였고, 자주가는 전시장들도 주변에 많고. 통학하면서도 자주 다닌 워낙 익숙하고 친근한 동네이기도 하고 또 좋아하는 곳들이 많아서 여기서 독립생활을 시작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근데 상황이나 내가 바라는 컨디션들이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함께 고민하던 다른 선택지인 자동차를 택했어. 집과 직장의 거리 자체는 가까워서 운전을 해서 가면 금방 갔거든.

지금은 운전하니까 힘들었던 출퇴근 문제가 해결 됐잖아. 그래서 주거 위치에 대한 고민은 없어. 다만 나는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걸 좋아하고 독립서점 가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 그래서 놀 때는 좋아하는 서점엘 다니며 놀기도 하고 보고싶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가고 하는데 그게 거의 서울에 있으니까, 옛날에 그 생각은 했어. 내가 서울 사람이었으면 쉬는 날 놀러가거나 보고싶은 전시를 보러 갈 때 시간이 덜 걸리니 나가는 길이 좀 덜 힘들었겠다. 나가려는 맘 먹기가 좀 더 쉬웠겠다, 하는. 옛날엔 귀찮음이 강해서 지금보다는 훨씬 덜 나돌아다녔었거든 하하.

Q. 다른 지역으로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잖아, 혹시 살아보고 싶은 곳(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어?

나는 원래 로컬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어. 비엔날레 겸 여행으로 광주에 갔을 때도 그 지역의 정취를 느끼게 되어 거기서 살고싶단 마음이 들었고, 전주도 영화제랑 전시를 보러 자주 가는데 언젠가 거기서도 살아보고 싶고. 그냥 여기저기서 다 살아보고 싶어. 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떠돌이에 가까운 사람이라 어딘가에 눌러앉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어. 정착하고 뿌리내려야한다는 개념 자체가 내겐 별로 없었고, 아직도 중요치 않은 부분 같아. 나는 어딘가를 방문할 때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곳곳의 길들을 걸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곳을 경험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가는 곳마다 재밌고 좋은 기억들이 생기고. 좋아하는 동네도 지역들도 참 많은데 거기서 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Q:그럼 유난히 짙게 기억되는 로컬의 기록이나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줘.

나는 다녀온 모든 곳들이 다 그래서 .. 최근의 일을 이야기하자면 어제 친구들과 다녀온 강원도 양양도 좋았어. 나는 시간을 얼마만큼 온전하고 충실하게 보냈는지, 그 경험의 깊이에 따라서 인상이 다르게 된다고 생각해. 짧은 시간이어도 거기서 그 지역만의 장소와 분위기, 사람들에 온전히 빠져 그 시간을 누렸다면 나에겐 깊은 인상과 시간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 

보통은  혼자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 이번에 처음 방문하는 양양은 친구들과 떠났는데 너무 즐거웠어. 가는 길엔 비가 많이 와서 날이 흐렸는데 우리가 서핑하러 바다에 들어가니 거짓말처럼 날이 갰거든. 덕분에 무지개 뜬 바다에서 서핑도 하고, 부서지는 햇빛도 뭉게구름도 구경했지. 양양에서는 모든 날씨를 다 즐겼어. 나는 여행지에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데, 이른 시간부터 내리는 빗 속에 아침산책을 하고 또 우리가 밥을 먹으러 나갈 때는 비가 그쳐서 편히 바다도 구경하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제주에서 오래 지내다 올해 양양으로 오셨다는 서핑 선생님께 즐겁게 서핑을 배우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아 떠나온 듯한 젊은 가게 사장님들도 보고, 아. 일본인 사장님도 있었어! 그리고 오가는 길에는 지금껏 쭈욱 양양에서 사셨다는 택시 기사님들과 담소도 나눴어. 강원도에서도 한 번 살아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어, 양양 괜찮겠는데? 싶었지.  

©다빈_양양에서의 아침 산책

다빈이는 어린 시절 막 이사 온 김포가 깡촌이라서 울었다는데 저는 여전히 그때의 깡촌 김포를 그리워하며 귀촌을 앞두고 있어요. 제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나무라면 친구는 좋아하는 곳에 정박했다가 또 다시 자유로이 항해하는 배 같다고 할까요? 정말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신기했어요. 여러분이 지향하는 지역살이도 궁금하네요. 정착하든,유영하든 각자가 존재하는 곳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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