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하울, 화천에서 모여서 축구해요

화천 | 유보름 (화천우먼스축구단)
평소 하울은 화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로컬 에세이를 기록하고 있어요. 방문하시는 분 중 이야기를 듣다가 이 분이다 싶으면 인터뷰 요청도 드려요. 오늘 방문하신 보름 님은 카페 손님의 지인으로 추천받아 인터뷰하게 되었어요. 인터뷰를 도와주신 승연님은 같이 여자 사회인 축구단에서 만나 운동에 진심인 멋진 주부이자 주장 언니 보름님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화천우먼스 축구단 주장 유보름님은 호랑이띠 엄마예요. 보름님은 별명이 서너개예요. 축구부 주장, 농업법인사무장, 네 아이의 엄마. 30대 후반이지만 운동을 좋아해 웨이크보드, 수영, 러닝, 축구까지.. 취미로 즐기다가 어느새 여자동호회 축구부주장이 되었죠.
화천은 운동 좋아하는 저에게 최고의 훈련장이에요.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화천은 물놀이하기 좋은 장소도 많고, 레저스포츠도 좋아해서 파로호에서 웨이크보드도 즐겨 타요. 저에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각종 경기와 대회가 많은 화천이 최고인 것 같아요. 네 아이의 엄마라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되죠! 남편도 축구를 좋아해요. 같이 볼을 차주기도 하고 패스도 서로 알려주고, 많이 늘었다고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도 남편과 아이들인걸요. 잘하면 재밌어지고, 함께하면 더 즐거워져요. 축구가 그래서 재밌어요.
화천우먼스축구 경기모습 | 2022년 강원도지사배 최우수선수상 수상 ⓒ 유보름 제공 |
2022년에는 우승했었는데, 2023년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어요.
화천우먼즈축구단은 2022년도 강원도지사배 우승팀이었어요. 아쉽게도 2023년은 30대 선출 한 명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했죠. 그 이후로 요즘 내적 갈등을 조금 겪고 있어요. 같이 뛸 선수가 없는데 축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화천은 30대 여성 대부분이 아마 주부이거나 군인가족 또는 소상공인일 거에요. 바쁜 시간을 내서 연습하고 훈련하고 운동하려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 팀 감독님이 금방 스킬업해주시고 각자에게 맞는 포지션도 셋팅도 잘 해주세요. 화천우먼즈축구단의 장점은 초보 선수라도 바로 출전시킨다는 거예요. 보통 운동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베드민턴이나 다른 구기종목 같은 경우에는 훈련보다 기본기 다지기로 시간을 많이 써요. 달리기 선수였던 터라 기본기는 있었지만, 50대 농사를 짓는 사장님도 운동화와 반팔 반바지만 입고 참석하셨는데, 기본적인 경기룰 알려드리고 패스 라인 알려드린 다음 바로 실전에 투입하기도 해요. 바로 실전이 어려우면 축구공으로 라바콘 맞추기, 손축구 같은 미니게임으로 축구에 대한 즐거움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축구는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더 중요해요.
여자축구부 주장이지만, 저는 동료들에게 잘하길 바라기보다 즐기기를 원해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같이 뛰고 속옷까지 다 땀나도록 열심히 팀을 위해 뛰어주는데 잘하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우리 언니 동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강원도지사배에서 우승하고 전국대회로 갔었는데 서울팀한테 7:0으로 지고도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동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운동선수를 누가 잘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즐기고 있는 이름 모를 선수를 응원해요.
 | 모두가 함께 뛰는 화천우먼스선수단 ⓒ 유보름 제공 |
원래는 단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에스프레소처럼 부드럽고 쓴맛이 땡겨요.
계절과 나이가 바뀌는 만큼 매해 생각도 이제 바뀌나 봐요. 기호도, 사람들도 풍경들도 하나씩요. 물이 좋아서인지 계곡을 찾아가거나 집 앞에 보이는 호수를 보고 있으면 흐르는 물처럼 나도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처럼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화천 왔을 때는 사람들이 왜 표정 변화도 없고 무뚝뚝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분씩 알아가니까 진심도 느껴지고 마음도 전해져요. 십 년 넘게 꾸준히 자주 가는 식당이 있어요. 단골식당 사장님이 연애할 때부터 저희 부부를 쭉 보셨는데 최근에 딸을 보시고는 "너희 엄마도 옛날엔 너처럼 예뻤단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온 가족이 배꼽 잡고 웃었어요. 생각해보니 무뚝뚝한 사장님이 매번 군인 남편과 아이 챙기느라 혼자 고생한다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는데, 점점 볼수록 보이는 것들과 생각하는 깊이가 13년 차 화천살이로 달라지고 있어요. 지금은 군인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화천을 떠나지 않고 집을 짓고 살고 싶어요.

보름님을 만나니 즐기고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도 가족도, 함께 뛰는 선수들도 보름님처럼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는 화천살이가 느껴졌어요. 아직은 짧은 귀촌생활로 낯선 이방인처럼 온전한 화천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보름님의 스토리와 경기를 봐야겠어요. 10년 이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씩씩한 기운을 나눠줘서 감사한 보름님의 이야기였습니다.
#화천우먼스축구단 #여자축구단우승 #동호회축구 #다둥이맘
로컬 에디터 1기
from 하울, 화천에서 모여서 축구해요
화천 | 유보름 (화천우먼스축구단)
평소 하울은 화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로컬 에세이를 기록하고 있어요. 방문하시는 분 중 이야기를 듣다가 이 분이다 싶으면 인터뷰 요청도 드려요. 오늘 방문하신 보름 님은 카페 손님의 지인으로 추천받아 인터뷰하게 되었어요. 인터뷰를 도와주신 승연님은 같이 여자 사회인 축구단에서 만나 운동에 진심인 멋진 주부이자 주장 언니 보름님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화천우먼스 축구단 주장 유보름님은 호랑이띠 엄마예요. 보름님은 별명이 서너개예요. 축구부 주장, 농업법인사무장, 네 아이의 엄마. 30대 후반이지만 운동을 좋아해 웨이크보드, 수영, 러닝, 축구까지.. 취미로 즐기다가 어느새 여자동호회 축구부주장이 되었죠.
화천은 운동 좋아하는 저에게 최고의 훈련장이에요.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화천은 물놀이하기 좋은 장소도 많고, 레저스포츠도 좋아해서 파로호에서 웨이크보드도 즐겨 타요. 저에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각종 경기와 대회가 많은 화천이 최고인 것 같아요. 네 아이의 엄마라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되죠! 남편도 축구를 좋아해요. 같이 볼을 차주기도 하고 패스도 서로 알려주고, 많이 늘었다고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도 남편과 아이들인걸요. 잘하면 재밌어지고, 함께하면 더 즐거워져요. 축구가 그래서 재밌어요.
2022년에는 우승했었는데, 2023년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어요.
화천우먼즈축구단은 2022년도 강원도지사배 우승팀이었어요. 아쉽게도 2023년은 30대 선출 한 명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했죠. 그 이후로 요즘 내적 갈등을 조금 겪고 있어요. 같이 뛸 선수가 없는데 축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화천은 30대 여성 대부분이 아마 주부이거나 군인가족 또는 소상공인일 거에요. 바쁜 시간을 내서 연습하고 훈련하고 운동하려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 팀 감독님이 금방 스킬업해주시고 각자에게 맞는 포지션도 셋팅도 잘 해주세요. 화천우먼즈축구단의 장점은 초보 선수라도 바로 출전시킨다는 거예요. 보통 운동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베드민턴이나 다른 구기종목 같은 경우에는 훈련보다 기본기 다지기로 시간을 많이 써요. 달리기 선수였던 터라 기본기는 있었지만, 50대 농사를 짓는 사장님도 운동화와 반팔 반바지만 입고 참석하셨는데, 기본적인 경기룰 알려드리고 패스 라인 알려드린 다음 바로 실전에 투입하기도 해요. 바로 실전이 어려우면 축구공으로 라바콘 맞추기, 손축구 같은 미니게임으로 축구에 대한 즐거움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축구는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더 중요해요.
여자축구부 주장이지만, 저는 동료들에게 잘하길 바라기보다 즐기기를 원해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같이 뛰고 속옷까지 다 땀나도록 열심히 팀을 위해 뛰어주는데 잘하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우리 언니 동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강원도지사배에서 우승하고 전국대회로 갔었는데 서울팀한테 7:0으로 지고도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동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운동선수를 누가 잘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즐기고 있는 이름 모를 선수를 응원해요.
원래는 단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에스프레소처럼 부드럽고 쓴맛이 땡겨요.
계절과 나이가 바뀌는 만큼 매해 생각도 이제 바뀌나 봐요. 기호도, 사람들도 풍경들도 하나씩요. 물이 좋아서인지 계곡을 찾아가거나 집 앞에 보이는 호수를 보고 있으면 흐르는 물처럼 나도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처럼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화천 왔을 때는 사람들이 왜 표정 변화도 없고 무뚝뚝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분씩 알아가니까 진심도 느껴지고 마음도 전해져요. 십 년 넘게 꾸준히 자주 가는 식당이 있어요. 단골식당 사장님이 연애할 때부터 저희 부부를 쭉 보셨는데 최근에 딸을 보시고는 "너희 엄마도 옛날엔 너처럼 예뻤단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온 가족이 배꼽 잡고 웃었어요. 생각해보니 무뚝뚝한 사장님이 매번 군인 남편과 아이 챙기느라 혼자 고생한다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는데, 점점 볼수록 보이는 것들과 생각하는 깊이가 13년 차 화천살이로 달라지고 있어요. 지금은 군인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화천을 떠나지 않고 집을 짓고 살고 싶어요.
보름님을 만나니 즐기고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도 가족도, 함께 뛰는 선수들도 보름님처럼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는 화천살이가 느껴졌어요. 아직은 짧은 귀촌생활로 낯선 이방인처럼 온전한 화천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보름님의 스토리와 경기를 봐야겠어요. 10년 이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씩씩한 기운을 나눠줘서 감사한 보름님의 이야기였습니다.
#화천우먼스축구단 #여자축구단우승 #동호회축구 #다둥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