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보나, 아무튼, 영도

현수동 사람들은 길에서 천천히 걷다 만나고, 자전거를 타며 마주치고, 상점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서 동호회에서 교류한다.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아무튼, 현수동'은 작가가 상상으로 만든 세계이자 살고 싶은 동네 ‘현수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살고 싶은 동네는 어떤 모습인지 살고 있는 동네가 그 모습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꽤 긍정적인 답이 떠올랐는데 최근에 ‘영도로 연결될지-도’로 동네 이웃을 만나게 된 게 큰 것 같았어요. 월에 한 번씩 동네 이웃과 만나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오픈채팅방에서 함께 영화를 볼 사람을 찾거나 장 본 것을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중이거든요. ‘영도로 연결될지-도’는 동네 이웃인 ‘심바’가 운영하고 있어요.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는 걸 넘어 실현하는 심바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영도로 이주한 지 9년 차 된 ‘심바’입니다. 본명은 심보라인데 여행이나 출장을 다닐 때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서 기억하기도 쉽고 부르기도 쉽게 별명을 만들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영도에서 ‘심오한연구소’라는 연구소와 커뮤니티 하우스인 ‘심오한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심오한연구소’에서는 지역, 청년, 공간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로 청년들이 모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청년이 겪는 여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활동, 가벼운 연구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영도

20대 때는 동네에 관심이 없었고 ‘동네’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영도에 들어오면서 우리 동네라는 말을 잘 사용하고 동네에 관심도 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영도는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영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왔었을 때도 시간, 이야기, 분위기가 쌓인 골목이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자연을 즐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여긴 집에서 바다가 보이고 또 산도 가까이에 있어 좋아요. 거기다 도시 인프라도 가까워 둘 다 즐기기에 매력적이었어요. 저희가 처음에 이주를 결정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집’ 밖에 없었는데 영도는 집값이 저렴하기도 했고, 그것을 발판으로 이 매력적인 곳에서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영도로 들어왔어요. 이미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지만, 추가로 덧붙이면 또래가 조금 있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는, 느슨한 이웃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심오한집 옥상뷰 ⓒ심바

동네에 느슨한 관계망이 있다면 영도로 연결될지-도?!

처음 타지에 오면 맛집이나 카페는 검색해서 찾아갈 수 있지만 진짜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잘 몰라요. 저도 세탁소, 병원 이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주변 이웃분들한테 물어보며 알아갈 수 있었죠. 그때 ‘동네에 대한 인식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구나.’, ‘주민들한테 듣는 정보가 되게 도움이 되는구나.’ 를 깨닫고 청년들에게도 지역에 가볍게 진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요즘에는 동네 이웃과 친구에 대한 경험이 거의 부재한데 가볍게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동네에서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어요.

‘영도로 연결될지-도’는 월에 한 번 영도에 살고 있거나 살고 싶거나 활동하거나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느슨하게 모이는 모임이에요. 다양한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토박이 70%, 이주했거나 관심 있는 분이 30% 정도이고요. 매월 모여서 서로 소개하고 가볍게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걸 함께 하고 있어요. 이름 자체가 “연결될지도?” 로 갸우뚱하는 느낌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일상을 공유해 주시기도 하고 어떤 걸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필요한 것들이었나 싶기도 해요. 모임에 참여한 청년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거나 살고 싶은 청년들이 모이고 만나고 이야기 듣고 연결해 보자고 생각해서 만든 오픈채팅방도 있는데요. 다양한 청년을 찾기 위해 ‘영도 청년을 찾습니다’ 라고만 써서 영도 곳곳에 현수막, 벽보를 붙이고 온라인 홍보도 하고 있어요. 이걸 보고서 당장 모임이나 단톡방에 참여하진 않더라도 소식을 받아보시겠다는 분들도 늘어나는데,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참, 현재 이 모임은 저희의 제안으로 영도구의 인구활력화사업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어요!)

영도 청년을 찾습니다 집중 홍보 ⓒ심바

상상해 보는 살고 싶은 동네, 영도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처음에 진입했을 때 영도의 시간, 이야기, 분위기가 쌓인 게 좋다고 했잖아요. 그런 게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리단길’이나 어디를 따라 하는 것 등을 만들고 아파트를 계속 짓는 획일화된 모습이 아닌 ‘영도는 영도’의 모습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느슨한 커뮤니티예요. 느슨한 커뮤니티 내에서 함께 다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삶을 꿈꿔봐요. 서로의 집에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정도는 아니고 느슨하게 연결되면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집을 관리하고 텃밭을 가꾸고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거나 취미도 함께 할 수 있겠죠. 또, 새로운 것들도 함께 작당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 이러한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거점 시설이 있다면 같이 밥도 지어 먹으며 재미나게 다음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심오한연구소에서 ‘생각의 집’이라는 독서 모임을 하는데 최근에 나눈 ‘허락되지 않은 내일’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어요. ‘함께 일상을 견뎌줄 사람들이 지금 곁을 내주고 있다는 경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인 데 되게 공감했고 지금 하는 걸 더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도로 연결될지-도’로 연결된 관계망이 잘 운영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사업 때문에 모이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조금씩 어떤 필요와 동기에 의해 계속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영도로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도로 연결될지-도’ 모임에 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토박이분과 실제로 이주하신 분도 계시다 보니까 이 안에서 이야기를 잘 살피다 보면 이주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지역에 들어갈 때 관계망이 있는 게 아니라면 고군분투할 일이 정말 많아요. 이주하기 전에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면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도움을 받기도 쉽고 새로운 것을 해볼 용기도 생길 수도 있어서 오시면 좋겠어요. 사람이 많아 힘들 것 같으면 심오한집에 오셔도 좋아요. 저희도 여기로 이주했고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가니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어요.

심바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우리 동네가 더 특별해 보였어요. 도시 속 산과 바다를 품은 신비한 곳이면서 정이 남아 있는 곳, 그게 정말 우리 동네의 모습이거든요. 거기에 동네를 아끼고 고민하는 마음을 가진 이웃이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큰 행운이에요. 영도에 사는 한 명의 이웃으로 심바가 그리는 살고 싶은 동네, 살기 좋은 동네의 모습을 응원하고 있어요. 또, ‘연결될지도?’ 하는 갸우뚱이 ‘연결될지도!’ 하는 확신으로 바뀔 수 있게 저도 좋은 이웃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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