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2기

from 콩나물, 용인이요! 에버랜드 근처는 아니고요

일상에서 종종 내가 사는 곳을 이야기해야 하는 때가 있다. 주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소개하는 경우이다. 그럴 때면 꽤 난감한 표정으로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용인이라고 하면 에버랜드를 말할 텐데. 하지만 난 에버랜드 쪽은 아예 모르는데! 그냥 사람들이 잘 아는 분당 근처라고 대답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먼저 선수를 치곤 했다. "용인이요! 에버랜드 근처는 아니고요."

누군가에게 가장 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소개하기란 참 어렵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나는 호기심이 많아진다. 지명은 어떤 뜻이 있는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 특산품이 왜 유명한지 등. 하지만 역설적으로, 20년 이상을 살아온 용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궁금증이 생긴 적이 없다. 용인에 대해 설명하라고 한다면 …. 벌써 긴장된다. 

일단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동네부터 살펴봤다.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동네는 소개할 수 있겠다! 동네 안에서도 내가 걷기 좋아하는 장소를 찬찬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단하진 않지만 자주 가는 곳이라 자신감 있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소개할 장소들을 간단하게 미니 지도로 그려보았다. 귀여운 용인시 마스코트 조아용과 함께하는 신나는 산책길!

(출처: 직접 그린 지도와 찍은 사진. 조아용 캐릭터 이미지는 용인시 홈페이지)

1. 집 앞 근린공원 (🚩 마북근린공원 위치 보기)

걸어가기 딱 좋은 거리에 위치한 근린공원. 강아지와 산책을 하면서 많이 가는 곳이다. 작지만 알차게 산책코스가 있고 숨겨진 숲속 공간도 있어서 비 온 다음에 가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좋다. 아침 7시에는 춤추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만나 볼 수도 있고, 각자의 방법으로 운동하는 무리에 섞여 함께 운동할 수도 있다. 괜히 지나쳐가는 것만으로도 운동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낮 4~5시에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데 공원 앞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 하교하는 학생들 사이에 치일 수 있다.

(공원 숲과 비 오는 날 신나게 산책하는 강아지)

2. 민영환 선생 묘 (🚩 민영환 선생 묘 위치 보기)

근린공원을 따라 내려오면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이곳을 만나게 된다. 목련 나무, 개나리, 벚나무가 있어 우리 동네에서 가장 빨리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가 잘 드는 곳에 목련이 만개한 풍경이 카메라를 들게 등 떠민다. 근방에서 제일 넓은 잔디밭이 있어 동네 강아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책 핫플레이스이다. 가끔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나도 돗자리를 가지고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재촉하는 강아지 덕분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글을 적다 보니 올봄에 다시 피크닉에 도전할 마음이 생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찍은 민영환 선생 묘의 풍경)

3. 큰 나무가 있는 동네 도서관 (🚩 구성도서관 위치보기)

(사진첩을 찾아보니 나온 3장의 나무 사진)

도서관을 갈 때마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나무다. 사진에서는 그 웅장함이 다 담기지 않았지만, 앞에 서 있으면 왜인지 좋은 기운을 받는 느낌이 들어 한참 바라보다가 집에 가는 편이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어서 나무 앞쪽에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나무에 해를 가하면 신벌이 내린다는 무시무시한 전설도 함께. 도서관은 2007년에 개관한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 행정복지센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겸사겸사 방문하기 좋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공사 초기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워질 도서관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면서 한동안 이용이 어려워질까 걱정도 된다.

4. 동네 주민들의 맛집 (🚩 밥엔청국장 위치 보기)

도서관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고 나오는 길에 바로 만날 수 있는 맛집. 엄마와 아빠의 손에 이끌려 가본 곳으로 한 번 다녀온 뒤 반했다. 청국장집이지만 쭈꾸미볶음, 코다리구이, 고등어구이와 함께 한상차림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점심에 가면 동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진정한 로컬음식점! 아쉽게도 사진은 없지만 산책 후에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추천한다.

내 마음대로 골라 소개해 본 우리 동네 몇몇 장소들. 글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에서 쌓인 추억이 떠오른다. 사진첩에는 동네 구석구석에서 찍은 사진도 계절별로 많이 있다. 앞으로 동네 산책 겸 탐방을 하면서 쌓을 기억과 사진들이 기대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니 우리 동네도 소개할 곳이 많은 곳이구나! 하는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차근히 영역을 넓혀 언젠가는 용인을 당당히 소개할 내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