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2기

from 땡칠, 향기를 찾아서 : 나의 금목서 탐방기

위 예시처럼 9월~10월 무렵만 되면 이상하게 길을 걸어가다가 짙은 향기가 나서 신기해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모두 같은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맘때 여러 커뮤니티에 향기의 정체를 물어보는 게시글이 하나둘 등장합니다.

(출처 :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속에서~ 금목서 향이 느껴진거야~", 순천만국가정원 공식 블로그, 2021.11.01)

저도 이 향기가 좋아 당근마켓(이제는 그냥 ‘당근’이죠) 커뮤니티에서 질문을 해 보니 바로 정답이 나왔습니다. 정체는 바로 ‘금목서’. 주로 한국 남부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이지만 최근 한반도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중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꽃의 향기가 만 리까지 퍼진다고 해서 ‘만리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마치 다른 꽃의 몫을 뺏어온 것처럼 짙은 향기를 내뿜습니다.

이제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면 곧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직접 꽃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향기를 맡아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향기가 워낙 강해 멀리서도 냄새가 퍼져서 어디에 식재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아직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꽃이 피지 않았지만, 미리 금목서가 있는 위치를 찾아 기록해 놓았다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다시 방문해 보려 합니다.

🔎 금목서를 찾기 위한 여정에 필요한 준비물

아직 꽃이 피기 전이라, 숨어있는 금목서를 찾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조금 필요한데요.

📌 금목서 사진

검색을 통해 금목서 나무의 모습과 잎 사진을 모아봤습니다. 사진과 함께 있는 설명을 보니 키가 최대로 자라면 5~6m까지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서 큰 나무는 보기 어렵다고 하고요. 어떻게 가꾸냐에 따라 그 모양도 천차만별이라고 하네요.

금목서의 잎은 가지에 마주 보면서 나고, 길이는 7~7.5cm 정도, 폭은 2~5cm 정도라고 합니다. 잎은 자라는 속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모양만 사진과 눈으로 저장해 놓고 가야겠습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가는 톱니가 있다고 하는데 또 어떤 사진의 이파리는 매끈하네요. 우리 모두의 개성이 있듯이 금목서도 생김새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듯합니다.

📌 동네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대략적인 금목서의 위치를 제보받기 위해 저도 다시 한번 동네 커뮤니티에 질문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랄까요. 그리고 혹시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면 직접 검색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 식물 검색 앱 (다음, 모야모 앱)

금목서뿐만 아니라 식물을 검색할 때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식물 검색 앱입니다. 우선 다음 앱에서 검색창 바로 옆 꽃 모양을 클릭하면 꽃 검색 기능이 활성화되는데요. 이름을 알고 싶은 식물을 촬영하면 알아서 가장 닮은 꽃과 일치 확률을 알려줍니다. 꽃이 없는 식물까지 알아보려면 모야모 앱에 사진을 올리면 답변이 댓글로 올라옵니다.

🔎 금목서 찾기, 도전!

안타깝게도 제가 살고 있는 동네 분들이 금목서의 위치를 모르는지 커뮤니티 글은 조용히 조회수만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구글과 네이버를 뒤져가며 장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중에는 집에서 가까운 장소도 눈에 띕니다.

🥹 1차시 : 실패

제일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장소는 바로 집 근처 도서관 입구인데요. 작년에 분명 이 근처에서 금목서 향을 맡아봤기 때문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직접 가서 사진을 찍고 모야모 앱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는 실패. 꽃이 피지 않은 상태라서 나무의 잎으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 동백나무, 사철나무를 금목서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 2차시 : 성공

다음으로는 집에서 꽤 멀리 위치한 사찰입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절이어서 매년 석가탄신일에 방문하곤 했는데요. 여기 사찰 초입을 담당하는 아름드리 멋진 나무가 금목서라는 말이 있어 다시 방문해 봤습니다. 앱에서 확인한 결과는 '금목서 추정'. 사찰을 관리해 주시는 분께 여쭤보니 만리향라고 말씀하십니다. 잎을 보니 앞서 봤던 동백, 사철보다 훨씬 길쭉합니다. 잎도 가지에 빙 둘러서 나 있었고요.  그렇게 금목서를 찾았지만 조금 더 가까운 곳에 금목서가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원에 금목서가 있다는 글이 있어 장소를 이동해 봤습니다.

😀 3차시 : 성공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가을만 되면 낙엽이 예쁘게 내려앉는 걸로 유명한 공원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볼 즈음 익숙한 모양의 나무가 제 눈앞에 등장했는데요. 이곳의 금목서는 ‘나 금목서입니다!’하는 팻말이 붙어있더라고요. 덕분에 앱을 이용하지 않고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잎은 앞선 사찰에 있던 것보다 크기가 작고 색이 진한 느낌이었는데요. 잎 사이에 몽우리가 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꽃봉오리입니다. 잎과 가지가 만나는 곳에 동글동글 맺혀 있는데 머지않아 향기로운 꽃을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향기나는 꽃도 찾았어요!

🏵️ 가을에는 금목서

이렇게 제가 살고 있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안 금목서 스팟을 미리 찾아봤습니다. 꽃이 피기 전에 미리 찾으려고 하니 약간 헤매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대략적인 금목서의 위치를 알게 되니 이제 막 핀 꽃향기를 누구보다 빨리 맡아볼 수 있게 됐네요.

모든 게 저물어 간다고 생각하는 가을. 푸릇함이 점점 사라져서 기분이 울적해지기 마련인데요. 오히려 그 시기에 꽃을 틔워 온 세상을 향긋하게 만드는 금목서가 있으니, 가을에 괜스레 울적해진다면 저처럼 금목서 나무를 찾아서 꽃향기를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