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2기

from JUNE, 어린 시절의 여름을 담은 문방구

🏘️ 신당동의 터줏대감을 찾으러 가는 길

올해 여름은 햇빛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나날의 반복이었습니다. 파란 하늘에 뭉글뭉글 피어오른 구름을 보면 산책하러 나가볼까 싶다가도 창문을 통해 들어온 더운 기운이 양팔에 닿는 순간 밖으로 나서는 것을 포기하길 반복했었죠. 더위를 뒤로 하고 나갔던 산책에서 추억의 장소를 한 곳 발견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상가를 지나 빌라가 모여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왜인지 초행길임에도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근 40년간 큰 변화 없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바래진 간판과 외부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장충초등학교 앞 도롯가엔 오래된 문방구와 분식집은 벌써 70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2000년대 초등학교 골목 풍경과 똑 닮아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장충 문구 

초등학교 앞 도롯가에 위치한 장충 문구는 동네에 유일하게 남은 문방구입니다. 학교가 직접 학용품을 제공하는 정책과 대형 문구점의 등장으로 문방구를 찾는 학생의 수가 확 줄었고 그에 따라 동네에 있던 작은 문방구가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덕분에 추억을 회상하고자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합니다. '추억의 문방구' 영상 제작을 위해 개그우먼 강유미 씨가 문방구의 곳곳을 찍어가기도 했다고요. 사장님께선 문방구를 방문했던 장충초등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든 알아볼 수 있다며 수십 년 전 준비물을 사러 종종 들르곤 했던 어린아이가 학부모가 되어 본인의 아이를 데리고 문방구에 방문했던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익숙한 문방구에서 발견한 어린 시절 여름 

색이 바란 파라솔 아래 오밀조밀 모여있는 불량식품부터 앙증맞은 장난감까지 가져다 놓으신 물건만 천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벌써 44년째 문방구를 이어오고 계시는 만큼 가게는 조금 낡았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과 새 장난감은 말끔한 모습으로 가지런하게 놓여 있습니다. 가게 앞 나무 가판대와 정겹게 방긋 웃어주시는 사장님은 꼭 집 앞에 있던 문방구와 늘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사장님을 떠오르게 했어요. 여름날 쨍한 햇빛 아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아파트 앞 문방구에 들러 슬러시를 사 마시곤 했는데, 컵에 가득 담아주신 슬러시를 보며 행복해했던 기억도요. 장충 문구 앞에도 슬러시 기계가 놓여 있어서 한 번 마셔보았습니다. 사장님께선 한 번에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플 수 있으니 천천히 녹여 마시라는 다정한 말씀과 함께 포도맛 슬러시를 듬뿍 담아주셨습니다. 한 입 마시니 시원하고 달달한 포도 시럽향이 확 느껴졌고, 마실수록 파랗게 변해가는 입술을 보니 어릴 적 마시던 슬러시가 떠올라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 정겨운 동네, 신당동

신당동에는 사람의 일생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장충초등학교에서 발견한 어린 시절부터 그 주변을 든든하게 지키고 계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어린아이가 어린아이의 엄마가 될 만큼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장충문방구를 보니 더욱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탐방러의 동네에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장소가 있나요?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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